일본은행 ‘찔끔’ 결정에 美 투자자 화들짝 놀란 이유[강인선의 자본추]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7. 2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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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C 상한선 0.5%로 유지하되
일정 수준 시장 자율성 부여 결정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4% 넘고
다우존스 최장 상승 기록 달성 실패
‘미 국채 최다 보유’ 일본 투자자
매도 가능성에 시장 단기 반응
우에다 가즈오 일본 은행 총재
지난 27일(현지시간) 일본 중앙은행(BOJ)이 취한 한 조치 때문에 미국 증시가 휘청였습니다. 1897년 이후 최장 기간 상승 기록을 이어갈지 주목됐던 다우존스 지수는 당일 하락 마감했습니다. 미국 경기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10년물 국채 금리는 15bp(1bp=0.01%) 올라 4%를 넘겼습니다.

일본은행은 이날 장기금리 변동폭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를 수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은 원래 장기 금리가 상한선인 0.5%를 넘어가면 국채 매입에 나서 금리가 더 이상 오를 수 없도록 했는데, 시장 동향에 따라 어느 정도 상회하는 수준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수회 연속으로 올리고 있는 가운데 그리 급진적인 움직임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시장은 사실상 일본이 금리 인상을 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일본국채 10년물 금리는 0.44% 수준에서 BOJ 발표 이후 0.55%까지 올랐고 달러-엔 환율은 0.6% 가량 올랐습니다. 28일 니케이225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 가량 하락했습니다.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같은 결정이 미국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이 특히 컸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일본이 보유한 어마어마한 미국 국채 때문입니다. 글로벌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금액은 1조1272억달러로, 전세계 1위입니다. 2위인 중국(8689억달러)보다 30% 가량 많습니다. 1980년대말 엔화 가치의 절상으로 구매력이 높아진 화폐를 들고 해외 금융 자산을 모은 결과입니다.

일본 국채 보유 상위 국가 순위<단위=10억달러, 출처=스태티스타, 기준=2023년4월>
월가의 투자 전문가들은 일본의 국채 금리 인상이 엄청난 미국채 매도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록은 “궁극적인 두려움은 미국 채권을 매우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의 채권 수익을 따라 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서 미국 채권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은 하락합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면 채권 금리는 올라갑니다. 27일에 미국 증시에서 10년물 채권 금리가 오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미국 주식 투자자들도 일본의 움직임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BOJ의 이같은 조치가 앞으로 국내외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우선 아직까지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0일에도 BOJ는 10년물 허용 범위를 0±0.25%에서 0±0.5%로 확대했고 그 여파로 한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급등한 바”있다면서 “그 이후 11거래일 만에 BOJ의 정책 변경 전 수준으로 회귀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정책 변화의 결과도 당시와 같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일본의 정책 변경이 향후에도 점진적이라면 다른 나라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BOJ의 YCC 정책은 미국이나 유로존에 비해 정책의 연속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라며 “금리 목표의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상한을 벗어나는 상황을 종전보다 용인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제한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인선의 자본추>는 국내외 주식에 대한 재밌는 소식들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MZ세대가 연인관계에서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것처럼, 자본과도 편하게 친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씁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 하시면 더 빠르게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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