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자 목뼈에서 발견된 1.1cm 의료용 핀… 6년째 미스터리 의료사고, 진실공방 ‘2라운드’로

이세영 기자 2023. 7. 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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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년 전 환자의 경추(척추뼈 가운데 가장 위쪽 목 부위에 있는 7개의 뼈) 안에서 길이 1.1cm의 의료용 금속 핀이 발견되는 의료 사고가 발생했다. 첫 용의자로 지목된 의사는 민·형사 소송을 당했다가 최근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의사는 자신의 후임자를 진범(眞犯)으로 지목했고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6년째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했던 ‘미스터리’ 의료 사고가 ‘진실공방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의료사고 이미지./뉴시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29일 환자 백모(당시 43세)씨는 왼쪽 어깨·팔 저림 증상으로 경기 부천에 있는 A병원에 입원했다. A병원 비수술척추센터장이었던 의사 손모(67)씨는 백씨를 진료한 뒤 이튿날인 1월 30일 그의 경추 5~6번 부위에 ‘고주파 수핵 감압술’을 시술했다. 이 시술은 특수 제작된 가느다란 핀 모양의 ‘카테터팁’을 통증 부위에 삽입한 뒤 고주파로 열을 가해 통증을 완화·회복하는 치료법이다. 부분 마취에 이어 시술 시간은 15~30분 정도 걸린다.

시술을 받은 백씨는 이틀 뒤인 2월 1일 퇴원했으며, 2월 20일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로부터 1년 4개월간 이상 증상을 못 느낀 백씨는 2017년 6월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해 B병원에서 정형외과 진료를 받았다. 이때 백씨는 고주파 수핵 감압술 시술 이후 처음으로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별다른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백씨는 2017년 9월 초부터 목·왼팔 저림 증상이 나타나 그해 9월 30일 A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의사 손씨는 그에 앞서 A병원을 퇴사했던 상황이라, 당시 백씨 진료는 후임 비수술척추센터장인 다른 의사 윤모(53)씨가 맡았다. 윤씨는 당일 백씨의 엑스레이, MRI 사진을 찍었고 이틀 뒤인 10월 2일 CT 촬영을 했다.

그런데 이 CT 촬영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백씨의 경추 5~6번 사이에서 정체 불명의 ‘금속 이물질’이 발견된 것이다. 백씨는 그해 10월 20일 다른 대학병원에서 이물질 제거 수술을 받았고, 그의 경추에서 나온 것은 1.1cm짜리 카테터팁이었다.

결국 2018년 백씨는 과거 자신에게 카테터팁을 이용한 의료 시술 기록이 남아있는 손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손씨가 백씨의 신체 내부에 의료 기기를 남겨서는 안 되고 제거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을 저질렀다’며 업무상 과실 치상 혐의로 2018년 12월 손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백씨는 손씨에게 4000만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조선DB

하지만 민·형사 법원은 모두 손씨의 손을 들어줬다. 형사 1심 재판을 맡은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2021년 2월 ‘손씨의 의료 과실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부천지원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 30일까지 찍은 엑스레이, MRI 검사에서 백씨의 몸에 별도의 이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2017년 10월 2일 CT 촬영 사진에서야 처음 이물질이 발견된 게 의아하다는 것이다.

또 백씨가 자신의 몸에서 발견된 카테터팁을 따로 제출하지 않아, 정말로 몸 안에서 발견된 게 맞는지 감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물질 제거 수술을 한 대학병원 의사가 법정에서 “이물질이 척수에 달라붙어 있지 않아 쉽게 제거됐다는 점에 비춰 1년 이상 환자 몸 속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도 고려됐다.

2심 법원과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지난해 6월 무죄를 확정했다. 민사 1, 2심 법원도 원고(환자 백씨) 패소로 판결했고 이는 작년 12월 확정됐다.

이에 의사 손씨는 의료인으로서 명예를 회복하고자 자신의 후임자 윤씨와 A병원 관계자 등을 업무상 과실 치상,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작년 12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손씨는 고발장에서 ‘윤씨가 2017년 9월 30일~10월 2일 사이 백씨에게 고주파 수핵 감압술을 시술하다가 카테터팁을 남겨두는 의료사고를 벌이고도 사후에 진료기록을 삭제해 나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관련자들의 주거지 등을 고려해 이 사건을 인천지검으로 넘겼고, 인천지검은 경찰로 이송해 현재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의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의료 사고 책임자 규명이 2라운드에 들어갔다”며 “그간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한 환자 백씨를 위해 수사기관이 의지를 가지고 미스터리에 빠진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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