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메타...실리콘밸리 혁신기업들의 DNA 3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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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혁신 테크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인사담당자(HR)들이 '실리콘밸리 HR연구회'를 조직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경험한 테크기업의 HR 혁신 사례를 모아 최근 <실리콘밸리의 hr이야기> 란 책으로 펴냈다. 실리콘밸리의>
박 상무는 "한국기업들이 무조건 실리콘밸리 기업문화를 따라하기 보단, 자신의 기업에 맞는 HR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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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MS의 기업문화에는 '심리적안정,다양성,긍정적 기대'있어
조직 냉소주의 원인은 기업이 약속을 반복적으로 어겼기 때문
4차 산업시대에는 지시·복종보다 자율·창의·열정·공감이 더 중요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혁신 테크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인사담당자(HR)들이 '실리콘밸리 HR연구회'를 조직했다. 분기마다 테크기업의 HR 담당자들이 모여 각 사의 HR이슈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진행했다. 5명으로 시작했지만 66명까지 늘 정도로 성장했고 지금은 두달에 한번씩 각 사를 순회하면서 포럼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드론 분야 기술 개발 기업 '42에어'의 박영희 상무 이야기다. 미국으로 출국을 앞둔 7월 14일 박 상무를 만났다. 그는 "여기선 구글·애플 등 빅테크들의 코로나19 대처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며 "HR연구회에서 나온 사례들을 모아 한국인사관리협회 월간지 '인사관리'에 소개 했다"고 전했다. 박 상무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실리콘밸리에 있는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서 HR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경험한 테크기업의 HR 혁신 사례를 모아 최근 <실리콘밸리의 HR이야기>란 책으로 펴냈다. 박 상무는 "한국기업들이 무조건 실리콘밸리 기업문화를 따라하기 보단, 자신의 기업에 맞는 HR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의 기업문화는 한국기업과 어떻게 다른가요
"실리콘밸리 혁신기업의 DNA는 임직원들의 심리적 안전·다양성·긍정적 기대로 요약된다. 심리적 안전은 조직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어도 전혀 불이익이 없다는 믿음이다. 빅테크의 혁신은 바로 조직원들의 심리적 안전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양성은 다양한 인종이 모인 인력 구성이다. 실리콘밸리는 미국에서도 더 특이하게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이 함께 일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백인이 다수 인종을 차지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이미 백인이 다수 인종의 지위를 잃은지 꽤 오래됐다. 마지막으로 긍정적 기대란 파격적인 제도를 시행해 구성원들에게 자율성을 주어도 조직원들은 이를 남용하지 않고 취지에 맞도록 잘 사용해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넷플릭스는 '무제한 휴가(unlimited vacation)'를 창업 초기부터 시행했지만 지금까지 잘 정착되고 있다. 심리학에선 이를 피그말리온 효과로 표현하는데, 다른 사람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있으면 사람들은 이를 맞추기 위해 자기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이런 긍정적 기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더 높은 성과로 이바지하려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기업의 파격적인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악용하는 직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을 뺀 99명이 취지를 잘 활용한다면 그것이 좋은 문화를 만들 것이다. 비슷하게 '무제한 출장비용'을 제시한 기업도 있다. 기업은 임직원이 가장 적절하게 필요한 곳에 비용을 지출하리라 믿고 이 제도를 도입한다. 당연히 임직원들은 회사의 의도에 맞게 적절하게 비용을 쓴다. 이는 일하는 사람의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
▶직원들이 심리적 안전을 느끼는 것은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 아닌가요
"이것은 기업이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니다. 리더들의 의식적 노력, 작은 변화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만든다. 빅테크 리더들은 회의 때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고 말한다. 조직원이 만일 어떤 이야기를 했을때 창피를 당하거나 리더가 그 문제에 야단을 칠 것 같으면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빅테크 직원들에게는 그 어떤 말을 해도 '뒷통수'를 맞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다. '100'이었던 기업 경쟁력이 '120'이 되면 그것이 경쟁력이 되어 기업의 차이를 만든다."
'사람은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가' 박영희 상무가 어릴적부터 가졌던 생각이었다. 이때문에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을 연구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그를 자연스레 평생의 직무인 HR로 이끌었다. 미국 코넬대에서 HR MBA를 마친 그는 LG전자 북미 모바일사업법인에 입사해 HR팀장까지 올랐다. 그리고 9년간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서 '풀사이클 HR(채용,평가,보상,교육,복리후생,퇴직까지의 HR총괄업무)'을 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동안 빅테크들이 시가총액 1조달러(2018년 애플·아마존, 2020년 MS·구글, 2021년 페이스북)를 달성하는 것을 목격하는 행운을 얻었다"며 "거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조직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나요
"기업마다, 사람마다, 환경마다,세대마다 동기가 다르다. 한가지 원인만 있는게 아니다. 요즘 젊은 인재들이 환호하는 기업 가운데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있다. 이 기업의 이본 쉬나드 회장은 자신의 아내와 자식이 가진 지분 약 4조원을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이런 모습에 Z세대들이 반해 입사 희망 기업이 됐다."
▶많은 기업의 조직원들이 냉소주의자가 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요
"조직 냉소주의 원인은 기업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회사가 조직원들에 한 약속에 대한 실패경험이 쌓여서 냉소주의가 나온다. '어짜피 안될거야' '지금 반짝이는 조짐일 뿐이야' 등 반복된 실패경험이 냉소주의를 만든다.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한 약속이 유지되려면 전문경영인(CEO)에 대한 임기가 확보돼야 한다. 리더가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조직 문화에 적용해 성과가 나오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빅테크 가운데 이런 조직 냉소주의를 잘 극복한 기업은 어딘가요
"기업을 움직이는 두 축은 사람과 돈이다. 실리콘밸리는 이 두가지가 조화를 이뤄 혁신을 이뤘다. 이곳은 전세계 인재들이 몰려들어 '작은 창고(garage)' 성공신화를 이어가려 노력한다. 또 벤처캐피털의 자금이 투자할 기업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여기서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하려면 HR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만 성장단계에 따라 HR의 기능은 달라질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선 빠른 채용을 통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해야 하고, 어느정도 성장을 하면 우수 인재가 회사에 남아서 기여할 수 있는 리텐션이 중요해진다. 구글은 이러한 HR의 중요성을 잘 파악한 기업이다. 오늘날의 구글이 된 것은 뛰어난 관리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구글은 관리자 1만명을 분석한 '구글 프로젝트 옥시젼'을 발표했다. 핵심은 직원은 기술적 능력보다 일대일 미팅을 통해 직원의 삶과 경력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관리자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구글 매니저 10가지 행동양식'을 만들었다."
<실리콘밸리의 HR이야기>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실리콘밸리의 기업이 가진 DNA를 통해 왜 빅테크들이 혁신을 주도하는지를 분석했다. 2부는 월마트, GM, GE 등 기업들이 어떻게 HR전략을 세우는지를 파악했다. 3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임직원 평가에 대한 사례를 담았다. 마지막 4부는 <휴머노크라시>라는 책을 쓴 게리 해멀 교수와 미셀 자니니 컨설턴트가 강조한 일의 미래에 대해 정리했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구글은 왜 스타트업을 두려워하는가' '실리콘밸리에는 왜 인도인 CEO가 많을까' 등 평소 일하면서 가졌던 궁금증을 재미있게 풀어쓴 '실리콘밸리 인사이드'가 있다. 실리콘밸리 탐방객을 위해 꼭 가보면 좋을 여행팁도 또 다른 읽을 거리다.
▶휴머노크라시가 뭔가요
"휴머노크라시는 2020년 게리 해멀 교수와 미셀 자니니 컨설턴트가 발간한 책이자 이들의 사상이다. 혁신기업들의 공통점은 ‘휴머노크라시(Humanocracy·사람중심주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주의 시대가 지시와 복종의 문화라면, 휴머노크라시는 자율, 창의, 열정, 공감의 문화가 핵심이다. 관료주의 하에서 리더는 권위를 갖고 통제하지만, 휴머노크라시 리더는 직원들에게 자율과 권한을 준다. 직원들은 상상하면서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 내며, 고객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자율적 조직문화가 만들어내는 혁신의 힘이다."
▶그럼 관료주의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구글은 매니저에게 10가지 행동양식(1. 좋은 코치 2 권한 위임 3 포용적 팀 환경조성 4 생산적이고 결과에 기반한 의사결정 5 정보공유 6 조직원의 경력개발 지지 7 명확한 비전과 전략 8 리더의 기술적 전문 스킬 보유 9 다른 조직과 협업 10 강력한 의사결정권 )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오너십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조직원들에게 창의, 열정, 주도성이 있는 이유는 오너십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맡은 업무를 성공시키면 내가 속한 기업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조직원들에게 스며있는 것이다. 조직의 경쟁력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
▶한국기업들의 '실리콘밸리 벤치마킹'이 쉽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업들이 주목을 받을 때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이들 기업을 배우려고 찾았다. 하지만 빅테크를 그대로 카피한다고 해서 똑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혁신기업이 나오기 까지는 극적적으로 유연한 노동시장, 완전고용 실업률, 끊임없는 스타트업의 탄생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면서 자신이 속한 기업 환경에 조금씩 적용해 해답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박 상무는 앞으로도 실리콘밸리에는 혁신기업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한국뿐 아니라 인도,중국,중동,유럽 등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 책이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사람 그리고 경영에 대한 이야기'라고 부제를 쓴 까닭이다. 그는 두번째 실리콘밸리 방문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해 또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하겠다고 약속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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