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시, '상스러움'도 러블리하게 만든 '밀수'의 치트키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배우 고민시가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에서 괴물 신예의 에너지를 분출, 차세대 충무로 스타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대선배 김혜수, 염정아 사이에서도 통통 튀는 존재감을 발휘하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줬다.
고민시는 2016년 웹드라마 '72초 TV 시즌3'로 연예계에 데뷔, 이후 2018년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에서 김다미 절친으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짧은 분량임에도 앞머리에 헤어롤을 말은 풋풋한 고등학생의 비주얼에 그렇지 못한 살벌한 욕설 구사로 관객들의 이목을 붙잡았다. 고민시의 범상치 않은 개성은 대중뿐만 아니라 영화인들의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김혜수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이름 세 글자를 적어놓기까지. 천만 감독 류승완 또한 고민시의 무한한 가능성을 단박에 눈여겨보곤, 덥석 그의 손을 잡아 신작 '밀수'에 캐스팅했다.
'밀수'는 올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은 해양범죄활극.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26일 개봉 후 단 3일 만에 누적 관객 수 77만 명을 돌파, 이번 주말 100만 관객을 넘어설 전망이다. 고민시는 극 중 밀수판에 대한 모든 것을 수집하는 '군천시 정보통'이자 '다방 마담' 고옥분으로 분해 열연했다. 영화의 배경인 1970년대 무드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완벽한 비주얼 변신과 김혜수와 염정아의 조력자로서 쫄깃한 워맨스 호흡을 선보이며 제 몫 그 이상을 해냈다. 이에 고민시를 향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바, 더없이 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 한 단계 도약을 일궜다.
고민시는 '밀수' 출연에 대해 "처음엔 류승완 감독님,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먼저 보내주셔서 읽어봤는데 '역시 류승완'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재밌게 봤다. 이후 당연히 오디션을 보는 줄 알고 사무실에 찾아갔는데, 감독님께서 오디션이 아니라고 하셨다. '나는 고민시 배우와 함께하고 싶다'며 고옥분 캐릭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모든 배우가 작업하고 싶어 하는 감독님이기에, 걱정을 많이 하고 갔는데 선택받은 것 자체로 감사했다. 또 고옥분 캐릭터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이 정말 매력적이고 70년대 배경에 감독님의 장기가 잘 녹아드는 액션활극 연출이라 더 기대가 됐고 궁금했다"고 감격스러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께 왜 저를 옥분으로 생각하셨냐고 직접 물은 적이 있었다. '마녀' 때부터 저를 좋게 보셨고 언젠가 한 번 외유내강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밀수' 캐스팅 당시가 넷플릭스 '스위트홈' 공개 이후였는데 마침 그 작품도 잘 보셨다고 그러셨다. 특히 '마녀'에서 제 욕설 장면을 엄청 웃으면서 봤다고, 그 연기를 잘 봐서 '밀수'에 캐스팅하셨다더라"라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고민시는 갈매기 눈썹에 짙은 투머치 화장, 은갈치 한복까지 1970년대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고옥분 그 자체로서 살아 숨 쉬며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그는 "처음 고옥분 분장을 받고 저도 너무 충격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외적인 게 가장 큰 도전이었다. 감독님이 눈썹은 무조건 갈매기 눈썹을 해야 한다고 하셔서, 잔털을 직접 밀었다. 분장 한 번 할 때마다 2시간씩 걸렸는데 저도 제 모습이 낯설어서 거울을 그냥 멍하니 쳐다봤다(웃음). 눈썹 미는 건 제가 원래 눈썹 숱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괜찮았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도 '비주얼 쇼크'를 느꼈지만, 망가짐을 오히려 즐기는 남다른 연기 열정을 과시했다. 고민시는 "저도 스틸을 보고 많이 놀랐다. 사진을 선택해 달라고 하시는데 제가 볼 땐 쓸 게 없을 정도라 원하시는 거 쓰라고 했다. 놀랐던 마음이 컸고, 이렇게 나가도 괜찮나 싶었다. 하지만 연기할 때는 묘하게 자신감이 생기는 제가 신기했다. 하나씩 하나씩 완성되니 더 캐릭터로서 당당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저는 이번뿐만이 아니라 작품을 할 때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그런 거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오히려 확실히 싱크로율이 높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 망가짐도 감사한 부분이다"라고 다부지게 얘기했다.
류승완 감독의 "거울을 볼 때 추접스럽게 입모양을 해달라", "상스럽게 껌을 씹어달라"라는 다소 어려운 디렉팅도 고민시는 즉각적으로 흡수해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그는 "고옥분은 주로 '추접스럽게, 상스럽게' 등의 워딩을 많이 들었다(웃음).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랑스럽게' 보여야 했다. 약간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생각지 못한 포인트들을 감독님이 다 주셔서 현장에 가면 모든 게 해결이 됐다"라고 전했다.
고민시는 "현장에서 류승완 감독님의 패밀리십 굉장하다. 감독님의 현장은 모두가 막내 스태프까지 이름을 다 알고 서로의 컨디션을 눈만 봐도 느낄 정도였다. 왜 다들 외유내강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지 느껴졌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혜수에 대해선 "처음 인사를 드리니까 '마녀' 때 잘 봤다고, '메모장에 자기 이름 써놨어'라고 해주시는데 굉장히 울컥했다. 리딩 때도 제게 잘한다고, 자기랑 작품 해서 행복하고 기쁘다고 손을 잡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 기억은 절대 못 잊는다"고 존경심을 내비쳤다.
또 고민시는 "김혜수 선배님이 나긋하신 편이라면 염정아 선배님은 멋진 여성의 느낌이다. '엄 리더'라는 캐릭터가 찰떡이었다. 선배님도 항상 선물을 챙겨주셨다. 식혜에 음식 선물에 '이거 한 번 써 봐' 화장품을 툭 주고 가시고 뒤에서 많은 챙김을 받았다. 덕분에 편안한 기운이 항상 들었다"고 미담을 공개했다.
이처럼 대선배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만큼 더없이 훈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고민시는 "숙소에서 선배님들과 같이 와인을 마시고, 김혜수 선배님의 영화 '열한 번째 엄마'를 함께 보며 오열한 적도 있다. 비 오는 날엔 우비를 쓰고 같이 바닷가를 거닐던 추억도 있고, 또 함께 극장을 찾아 조우진 선배님의 영화 '발신제한'을 관람하기도 했다. 점심, 저녁 식사도 항상 같이 즐기고. 무엇보다 촬영이 끝나도 다들 집에 안 가려 하고 정말 돈독함이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밀수' 팀과의 이런 소소한 추억이 정말 빼곡하게 있다. 김혜수, 염정아 두 분의 얼굴을 모니터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라고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저는 처음부터 영화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작은 역할이라도, 한 컷이라도 스크린에 나오는 순간이 정말 좋았다. 아직 낯설긴 하지만 '밀수'를 보며 새삼 내가 이래서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영화는 확실히 극장에서 봐야 하는구나를 느꼈다. 류승완 감독님이 옥분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들어주셨구나, 감사하기도 했다. '밀수'는 제게 '한여름의 꿈' 같은 추억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어디서 찍었지, 저 날 우리가 뭘 같이 했지 모든 게 하나하나 파노라마처럼 다 지나가더라. 이런 작품이 드문데 '밀수'는 참 특별했다"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다시 강조했다.
뜨거운 호평을 들으며 대세로 떠오른 소감은 어떨까. 고민시는 "많이 호평해 주셔서 멍한 상태다. 그만큼 보답을 드리기 위해 그냥 항상 제가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걸 최대치로 하자는 생각이다. 팬분들이 안 계시면 모든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작품 홍보에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대세 이런 느낌은 아직까지는 그렇게 실감 못하고 있다. 그저 팬분들께 최대한 사랑을 많이 드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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