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9년 한 풀기 위해 칼 뽑았다’ 차명석 단장 “지금에 집중···협상해준 키움에 감사”[SS포커스]

윤세호 2023. 7. 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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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차명석 단장과 염경엽 감독(왼쪽부터).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지금에 집중했다. 지금이 아니면 최원태 정도로 뛰어난 선발을 얻지 못할 것으로 봤다.”

29년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해 칼을 뽑았다. 부지런히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고 결국 숙원이었던 선발진 강화를 이뤘다.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 빅 딜을 성사시킨 LG다.

LG는 트레이드 마감일을 이틀 앞둔 29일 오전 키움과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키움으로부터 토종 선발투수 최원태(26)를 받고 키움에 이주형, 김동규, 그리고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건넸다.

최대 약점이자 유일한 약점인 선발진을 업그레이드한 LG다. 순위표에서 정상에 자리한 LG지만 선발진은 아담 플럿코와 임찬규 두 명에 의존해왔다. 플럿코가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스탯티즈 참조) 3.52. 임찬규가 WAR 1.59로 활약했지만 케이시 켈리가 지난 4년 보다 못한 WAR 0.32에 그쳤다.

3선발 다음으로 시선을 돌리면 처참하다. WAR 0.02의 김윤식 이후로는 선발 투수들이 모두 WAR 음수를 기록했다.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 이상영 등 영건들의 도약을 기대했으나 모두 부진했고 정상 컨디션에서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엔트리에서 넷 다 제외됐고 필승조였던 이정용이 선발로 전향한 상황이다.

모두가 LG의 처한 상황을 알고 있다. 우승을 향한 LG의 최대 과제가 선발진 보강인 것도 야구계에 있는 사람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트레이드가 어려웠다. 시즌 초반 한 수도권 구단과 국가대표 선발 투수를 두고 짧게 대화가 오갔으나 트레이드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현재 1군에서 주축으로 뛰고 있는 선수를 내줘야 했다. 무엇보다 전반기까지는 10구단 모두가 포스트시즌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현재를 내주고 미래를 얻는 트레이드가 성사되기 어려웠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키움 이정후가 지난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왼쪽 발목 부상을 당했다. 검진 결과 3개월 공백이 예상되면서 키움에 먹구름이 다가왔다. LG와 키움의 트레이드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됐고 LG는 현재를, 키움은 미래를 선택했다.

LG 차명석 단장은 트레이드에 합의한 후 “하는 데까지 해봤다. 지금까지는 유망주를 잘 키워서 화수분 야구를 하는 데에 신경써왔다. 하지만 우승 적기라고 판단이 될 때는 유망주를 통해 필요한 선수를 데려오는 것도 생각하곤 했다. MLB에서 이뤄지는 트레이드를 기회가 된다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 단장의 말대로 LG가 키움에 보낸 이주형과 김동규, 그리고 1라운드 지명권은 미래를 책임질 굵직한 자원이다. 이주형의 경우 과거 롯데 안치홍과 트레이드 협상에서 거론됐으나 LG가 이주형은 줄 수 없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만큼 우승에 근접한 시즌이 없다고 판단해 3명의 미래 자원을 포기했다.

차 단장은 “트레이드 파트너로 협상해준 키움에 정말 감사드린다. 다른 팀들은 선발 투수는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우리 유망주 중 아깝지 않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모두가 아쉽다. 그래도 지금은 현실에 치중할 때라고 봤다. 최원태 선수와 같은 선발을 데려올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최원태 선수는 수년간 리그에서 선발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투구 내용 트래킹 데이터를 봐도 좋았다”고 밝혔다.

최원태는 올시즌 17경기 102.1이닝을 소화하며 6승 4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하고 있다. WAR 2.85로 플럿코를 제외한 LG 선발 모두를 합친 것보다 높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구속이 상승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단계 진화한 활약을 펼쳐오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최원태가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3. 6. 14.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LG와 키움의 트레이드로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이 거래됐다. 차 단장은 1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보낸 것을 두고 “뎁스가 좋은 만큼 한 해 정도는 막아낼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리고 우리가 8번째 순번인 것도 생각했다. 우리 운영 시스템으로 꾸준히 유망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스카우트 팀과도 논의를 했다. 올해 투수가 좋은데 8순위로 어떤 투수를 지명할 수 있을까 봤다. 150㎞는 던져도 당장 제구가 잡힌 투수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럼 투수보다 야수가 될 수 있는데 당장 우리 야수 뎁스로는 유망주를 1군에서 기회를 주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차 단장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젊은 선발 투수들에게 굵직한 메시지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유망주 선발들이 가만히 있어도 자신에게 자리가 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나도 반성할 필요가 있고 우리 젊은 투수들도 각성해야 한다고 봤다. 구단이 유망주라고 늘 기회를 주고 지켜봐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우리 젊은 선발들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자극을 줘야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절박하게 해야 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 선발투수 이민호(가운데)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와 경기 4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2023. 5. 30.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로써 LG는 플럿코~켈리~최원태~임찬규로 4선발을 확정지었다. 5선발은 이정용이 유력한데 이정용은 12월 상무에 입대한다.

향후 5선발 한 자리를 두고 이지강, 김윤식, 손주영, 이상영, 강효종, 이민호 등이 경쟁할 전망이다. 현재 이지강을 제외하면 모두 2군에 있고 이상영은 아직 교정 과정이다. 손주영, 강효종은 2군에서 로테이션을 돌고 있고 김윤식도 실전을 통해 투구수를 늘리는 중이다.

한편 최원태는 2024시즌이 끝나고 FA가 된다. LG는 최소 내년까지 최원태를 선발진에 두고 정상을 바라본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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