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K-기술 유출 막아라”…글로벌 패권 경쟁 필수 법안은?

변문우 기자 2023. 7. 29. 12: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발의…산업기술 보호 조치 강화 취지
“과학기술은 죽고 사는 문제…국가핵심기술 관리 강화가 최우선 과제”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핵심기술을 비롯한 '내부 기밀'을 외부로 유출하려다 적발돼 논란이 됐다.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와 함께 최첨단 공정으로 반도체를 양산 중인 국내 유일 기업이다. 특히 해당 기술은 삼성전자가 지난 수년간 수십 조 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 인텔, 중국 SMIC도 파운드리 산업 투자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의 기술이 경쟁사에 넘어갈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우려도 제기됐다.

국내 핵심기술의 외부 유출은 오랜 난제다. 법무부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산업기술이 중국 경쟁업체로 유출된 사례가 있다. 또 블록체인 업계 최초로 70억의 비용을 투입해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취득한 회사의 영업비밀도 내부 직원 탓에 경쟁사로 유출되기도 했다.

세계적 기술패권 시대에서 국내 핵심 산업기술이 유출되는 것은 국익에 치명타가 된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산업기술 유출 범죄가 큰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술유출 범죄자들은 1심 무죄 판결을 받거나, 징역 1~2년에 벌금 1000만원의 처벌에 그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산업기술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산업기술 침해 물건 압류…유출 관련 비공개 진술시 면책"

국회도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안 의원은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산업기술유출 범죄의 무죄율이 높은 것을 지적하며, 국내 산업기술 보호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해왔다.

해당 개정안은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이 국가 핵심기술 해당 여부에 대한 판정신청을 통지, 국가 핵심기술 보유기관을 등록·관리, 실태조사 ▲산업기술 침해로 만들어진 물건의 압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정보수사기관의 장, 재판에서 비공개 진술하는 자의 면책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현황에 대한 국회 보고의무 등이 규정됐다.

안철수 의원은 법안 발의 다음날인 28일 시사저널과의 서면인터뷰에서 해당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안 의원은 해당 개정안을 낸 취지에 대해 "과학기술은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죽고 사는 문제"라며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안 의원의 일문일답.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25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안랩의 CEO로서 회사를 운영할 때부터 개발자·연구자들이 이뤄낸 '기술 보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안랩은 우리나라의 사이버 보안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구멍이 생기면 안 되지 않았겠나. 그래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 중 하나였다."

기술유출 범죄의 무죄율이 그동안 높았던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지.

"법무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일반 형사사건의 평균 무죄율이 1% 내외인 반면 기술 유출범죄의 최근 4년간 평균 무죄율이 19.3%에 달하더라. 특히 2019~2022년 실형률도 겨우 10.6%에 불과했다.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의 해당성 입증이 매우 어려워서다. 2017년에 양형기준을 일부 상향했고 2019년에는 법정형도 상향됐지만 평균형량은 여전히 징역 1년 내외로 온정적 선고형에 머물러 있다.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낮은 형량도 기술 유출의 한 원인으로 볼 수 있을까.

"범죄로 얻는 이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면 범죄억제·예방효과가 당연히 적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자국 기술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처럼 양형기준을 대폭 가중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처럼 평균 형량 1년 내외가 아니라, 형량도 강화해 기술 탈취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법정형 상향에 대한 내용이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한 이유는 이미 비슷한 법안이 6개 정도가 발의된 상태여서다."

세계적 기술 패권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해당 법안의 실효성은 얼마나 될까.

"결국 기술 보유가 곧 국력이 되는 현실이다. 과학기술은 이제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기술 보유는 필수다. 그런데 국외로 국내 핵심기술이 유출될 경우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존립도 위협할 수 있다. 산업기술의 유출을 예방하고, 발견 시 빠르게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이번 기회에 마련함으로써 직무상 비밀을 누설, 도용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또 침해된 권리를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 유출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려면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관리 강화가 우선이다. 개정안을 통해 산자부 장관이 기술 보유기관을 등록·관리하고 실태조사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현황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어서 개정안에 넣었다. 법무부의 협조가 수반된다면, 국회에서 보고 내용을 토대로 정책과 입법을 통해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