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미묘한 변화…이니스프리, 서민정 기부주식 되샀다
서경배과학재단, 이니스프리에 기부 주식 557억 매각
"주주 환원"이라지만 서민정 휴직과 맞물려 미묘한 변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씨가 최근 휴직에 들어간 가운데 서 씨가 지난 6월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한 이니스프리 주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경배과학재단이 서 씨에 기부받은 이니스프리 주식을 다시 이니스프리에 팔아, 557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면서죠. 회사 측은 "주주환원정책"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서 씨의 휴직과 맞물려 지배구조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아모레퍼시픽)팀 담당을 맡은 서민정 씨가 이달부터 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는 서 회장의 두 딸 중 맏이로, 2017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뒤 중국 유학을 위해 퇴사했고 2019년 재입사해 사실상 경영 승계 수업을 받아왔습니다. 서 씨는 현재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66%, 이니스프리 지분 8.6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서 씨의 휴직과 맞물려 주목받는 주식은 그가 보유한 이니스프리입니다. 2012년 서 씨는 서경배 회장이 보유한 이니스프리 지분 18.18%(4만4450주)를 증여받았습니다. 2011년 1405억원에 머물던 이니스프리의 매출은 2016년 7679억원까지 급성장했습니다. 증여 뒤 회사가 급성장하자, 승계 밑천으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죠. 하지만 화장품 로드샵 시장이 CJ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이니스프리 매출은 지난해 2997억원까지 감소한 상황입니다.
서 씨는 지난 6월 1일 이니스프리 2만3222주(9.5%)를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금으로 주식출연했습니다. 총 297억원 규모로, 서 씨가 보유한 이니스프리 지분은 18.18%에서 8.68%로 줄었습니다. 이 재단은 2016년 서 회장이 기초과학 지원을 위해 개인적으로 설립한 곳입니다. 매년 2~5명의 신진과학자를 뽑아 5년간 매년 최대 5억원을 지원하는데, 누적 지원금이 300억원이 넘습니다.
서 씨로부터 이니스프리 주식을 기부받은 서경배과학재단은 지난 7월 27일 이니스프리 주식 2만3222주를 557억원에 팔았습니다. 운영자금을 위해 기부받은 주식을 판 것인데, 매각처가 다름 아닌 이니스프리였습니다. 이니스프리가 자사주를 사들인 것이죠. 회사 측은 "주주 환원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며 서경배과학재단은 지분 매각대금을 기초 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비상장사인 이니스프리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였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자사주 매입은 보통 상장사들이 시장에 유통되는 회사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부양하는 방식입니다.
이니스프리 지분구조는 작년 말 △아모레퍼시픽그룹 81.82% △서민정 18.18%에서 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 81.82% △서민정 8.68% △자사주 9.5%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비상장사인 이니스프리가 주주 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였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셈입니다. 업계에선 비상장사인 이니스프리 주식을 외부에 제값을 받고 팔기 쉽지 않자, 자사주 매입이라는 차선책을 택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여기에 서 씨가 승계 밑천인 이니스프리 주식을 기부한 뒤 공교롭게 휴직에 들어가면서 업계에선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5월 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 67만2000주와 종류주인 아모레G 3우선주 172만8000주를 차녀 서호정 씨에게 증여했습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한 총 증여 지분은 2.5%로, 서호정 씨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은 0.16%에서 2.63%로 늘었습니다. 장녀 서민정 씨가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66%과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에코프로비엠 등 '불법 공매도' 수두룩.. 이유는 죄다 착오?
- [공모주달력]1.5조 초대어 등판 '파두' 수요예측부터 청약까지
- "금방 올 줄 알았는데"…올 듯 말 듯 오지 않는 '건면시대'
- 코앞으로 다가온 '갤럭시 언팩', 삼성의 승부수는
- '사람이 없어요'…AI 카메라가 담은 서울의 모습
- [블루마블]'게임체인저' 석경에이티, 2차전지 필수소재 판 뒤집을까
- 현대차그룹 '포티투닷' 첫 인수 행보…FMS 뭘까
- [팔도부동산]가깝지만 멀었던 '인덕원', 교통호재 딛고 일어설까
- 하림지주, 또 수혈…하림산업 가동률 20~30% '바닥'
- 쿠팡, CJ 갑질 신고…꼬일 대로 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