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으로 가는 지름길? ‘만성 위축성 위염’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
ㅣ[인터뷰] 내과 전문의 이정민 원장
ㅣ주요 원인인 헬리코박터균 감염, 적극적인 제균 치료 받아야
ㅣ특별한 증상 없다고 가볍게 여기면 안 돼, 생활 습관 개선 노력 필요
국가암정보센터에 의하면, 2020년 위암은 4번째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위암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로 ‘위염’을 꼽을 수 있다. 위염은 누구나 겪는 감기와 같이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간과하면 안 된다. 만성으로 진행되면 위암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내과 전문의 이정민 원장(천호 속든든내과의원)은 “특히 만성 표재성 위염의 진행 결과인 만성 위축성 위염은 건강한 성인보다 위암에 걸릴 위험이 약 6배 정도 높다”라고 경고하며 적극적인 치료와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강조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위축성 위염의 주요 원인
위염은 위 점막에 손상과 염증이 생긴 상태로, 염증이 만성화되면 위 표면 점막이 얇아진다. 초기에는 염증성 변화가 위 점막층의 표면에 국한되어 관찰되는데, 이를 ‘표재성 위염’이라고 부른다. 염증이 점막층의 더 깊은 부위까지 파급되면 위샘 구조가 점차 파괴되는 ‘위축성 위염’이 나타난다. 이정민 원장은 “이때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면 점막이 얇아져 창백한 회색빛을 띠며, 점막 주름이 평탄해지고 얇아져 점막하 혈관이 비쳐 보이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축성 위염이 만성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로 ‘만성 위축성 위염’이다.
이정민 원장은 위축성 위염의 주요 원인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감염’을 꼽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의 유문 부위에 사는 나선 모양의 균으로, 전 세계 인구 절반이 감염되어 있을 정도로 흔하다. 이 원장은 “대개 어린 시절에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수년~수십 년 동안 환경적·유전적 요인이 반복되다 보면 조직학적 변화가 동반된 만성 위축성 위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헬리코박터균은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분명한 위암의 발암 인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따라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다면 제균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염증 반복되면서 위에 남은 상처...생활 습관이 중요
위축성 위염이 생기면 소화불량과 속쓰림, 신물, 복부 불쾌감 등의 가벼운 증상부터 복통, 구토, 두통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무증상인 경우도 많고 단순한 소화불량과 구분이 잘되지 않는다. 따라서 증상만으로는 만성 위축성 위염을 진단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건강 검진 시 위내시경을 받고 나서야 위염을 진단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특별한 불편감이나 증상이 없다고 해서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이정민 원장은 “만성 위축성 위염은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면서 위에 흉터가 남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라고 설명하며, “흉터 자국을 완벽하게 없앨 수 없는 것처럼 이미 생긴 위축성 위염 역시 완치가 쉽지 않으며, 방치하면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확인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원장은 40세 이상의 환자는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때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만성으로 진행된 위축성 위염의 경우에는 식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다. 이정민 원장은 “한식은 짜고 매운 경우가 많아 만성 위축성 위염이 잘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 연구팀이 남녀별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 유병률과 생활 습관, 식습관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남녀별 유병률 차이를 발견했는데, 그 원인으로 흡연과 음주, 식습관 차이를 꼽았다. 연구진은 위암 위험인자에 있어 헬리코박터균 감염 외에도 생활 습관 또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따라서 평소에 너무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되도록 피하고, 밤늦게 과식하지 않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한 헬리코박터균 감염 위험을 높이는 술잔 돌리기 등의 문화도 지양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술과 담배, 고탄수화물 섭취, 비타민 C 섭취 부족이 만성 위축성 위염의 발생 원인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이정민 원장은 “만성 위축성 위염의 경우 완치가 쉽지 않아 위암으로 발전될까 봐 크게 걱정하는데,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라고 조언했다. 정기적인 검진과 적절한 치료, 꾸준한 식습관 관리를 병행하면 위암으로 가는 지름길을 막을 수 있다.
윤새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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