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연구성과도 업” 서울대 교수들도 감탄한 마라톤 효과[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실내 체육시설이 문을 닫았다. 달리면서 잊어야 할 고민거리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설 이용에 제한이 생기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야외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2002년 서울대 의대로 왔는데 건물에 피트니스센터가 있었죠. 그래서 트레드밀에서 주 1, 2회 건강을 위해 달렸죠. 그렇게 15년 넘게 달렸는데 코로나19가 2020년 초 확산되는 바람에 실내 체육시설이 거의 다 문 닫았어요. 개인적으로 고민도 있었죠. 그래서 밖으로 나가서 달렸는데 신세계를 만난 겁니다. 혼자 달리기 아까웠죠.”
풀코스 완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마의 30km’ 이후 포기해도 아무도 뭐라 얘기할 사람 없지만 참고 끝까지 달려 완주했다는 성취감은 안 해본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김 교수는 “풀코스를 완주할 때마다 정신 근육이 하나씩 더 생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달리면 모든 고민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까지 3년도 안 돼 풀코스를 14회 완주했다.
“교수들은 전반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아요. 그럼 제 나이쯤 되면 다 골골하죠. 조금이라도 일찍 달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달리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2020년 5월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고, 한 달 뒤 스누건달회를 만들었습니다.”
스누건달회 회원은 60여명. 김 교수는 “연구 때문에 시간 없는 교수들에게 가장 짧은 시간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운동”이라고 설득했다. 달리기 모임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은 10명 안팎이지만 열성적인 교수들은 거의 매번 참석해 달리고 있다.
특히 남효순 서울대 법학전문대 명예교수(67)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남 교수는 “달리니 건강해졌고 지금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기분”이라고 했다. 남 교수는 “당초 80세까지는 달리려고 했는데 이젠 100세까지 달려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남 교수는 2년 전 정년 퇴임한 뒤 책을 쓰면서 꾸준히 스누건달회에 나와 달리고 있다.
김 교수는 교수들이 다 만족한다고 했다. “토요일 아침 7시 30분부터 2시간 정도 달리거나 걷고 커피 한잔하고 헤어진다. 집에 가면 오전 11시. 평소 같으면 아직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얼마나 건강한 삶인가”라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뒤 그동안 스누건달회에 관심이 없었던 베테랑 마라토너 교수들도 합류하게 됐다. 마스터스마라토너의 꿈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 완주자도 있다. 올해부터 매년 봄과 가을 함께 대회에 출전하며 회원들에게 풀코스 완주기회를 주고 있다. 여자 교수들은 달리기보다는 걷는 것으로 대신한다. 2년 전 스누건달회에 가입한 채선미 최희승 간호대학 교수도 주기적으로 나와 걷고 있다.
‘공부만 알던’ 교수들이 달리면서 삶의 태도도 바뀌었다. 김 교수는 “마라톤은 한마디로 정신 수양이다. 내가 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육체의 건강이 내 정신 건강하고 직결된다는 것을 체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풀코스를 완주한 뒤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과거 다소 곤란한 일이 벌어지면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이젠 차근차근 해결하면 될 것이라는 평안함이 생긴다”고 했다.
박정민 사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53)도 혼자 15년 달리다 스누건달회가 창립되면서 함께 달리고 있다. 그는 “함께 하니 더 규칙적으로 달릴 수 있다. 함께 달리는 재미가 있다. 서로 응원하며 달리니 힘이 덜 든다”고 했다. 박 교수는 “마라톤을 통해 많이 배웠다. 아직 풀코스를 5시간 정도에 완주하지만 만족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풀코스를 2회 완주했다. 교수들은 “건강하니 공부(연구)도 더 잘 된다”고 입을 모았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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