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도 테이프랑 접착제가 쓰인다고?[떴다떴다 변비행]
항공기에도 접착제가 쓰인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항공기의 뼈대(Structure)부터 날개, 내장재 등 항공기 곳곳에 접착제가 쓰입니다. 종류도 쓰임도 다양한 산업용 접착제는 항공 우주 산업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주력 제품이죠. 그런데 접착제 생산 기업들은 접착제를 지속가능한 성장과 ESG의 관점에서 진화시키고 있는데요. 오늘 떴다떴다변비행에서는 대표적인 항공기용 접착제 제조사인 ‘3M’과 함께 항공기 접착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940년대부터 사용된 항공기 접착제
항공업계에 따르면 접착제가 처음 사용된 건 19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DeHavilland(드해빌랜드)사가 개발한 ‘Hornet(호넷)’ 전투기에 접착제가 처음 사용됐다고 합니다. 알루미늄과 나무 부품을 접착하기 위해서였는데요. 3M의 경우엔 1958년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출시한 B707 항공기에 3M의 ‘AF-10’이라는 구조용 필름 접착제를 처음 공급했다고 합니다. 1940년대에 영국에서 만든 항공기에 접착제가 사용되기도 했는데, 3M이 본격적으로 항공기에 접착제를 제공하기 시작한 건 1950년대부터입니다. AF-10은 당시에도 영하 55도~82도에서도 기능을 발휘하는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항공기는 이를 구성하는 부품의 종류가 다양합니다. 부품의 소재도 알루미늄, 철, 티타늄, 플라스틱, 탄소 에폭시, 가죽 등등 다양하죠. 이러한 각기 다른 소재의 부품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접착제가 점차 진화하게 되죠.
●보다 가볍고 보다 편리하게
무엇보다 접착제가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항공기 경량화 때문입니다. 항공기는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항공기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연료 사용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항공기 제작사나 항공사 등은 항공기를 최대한 가볍게 하길 원하죠.
접착제가 들어가는 부분을 나사나 리벳으로 바꾸거나 용접을 한다고 상상해보겠습니다. 무게가 어떻게 될까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항공기 무게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늘어난 무게 때문에 태울 수 있는 승객과 수하물의 양도 줄어들게 됩니다. 항공기를 가볍게 해야만 하는 이유죠.
접착제의 성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예컨대 테이프 형태의 접착제는 1㎠당 수십㎏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국내 한 초고층 건물의 외관 유리도 산업용 접착제를 사용해서 붙였다고 합니다. 제아무리 강풍이 와도 끄떡없죠. 주형석 3M 자동차 및 항공우주 제품 사업부 기술연구소 팀장은 “나사나 리벳 등이 사용돼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관을 예쁘게 하고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서 접착제가 주로 사용된다”며 “강성이 매우 좋고 사용하기도 편리하기 때문에 접착제는 항공기 제작과 유지 보수에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접착제의 강점은 또 있습니다. 한번 접착하면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나사나 리벳 등은 시간이 지나면 마모가 되거나 부식이 될 수 있는데, 그럴 염려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지요. 용접에 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항공기 유지 보수 차원에서도 접착제가 유리한 면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액체 형태의 접착제의 경우에는 저장 안정성과 사용 효율성이 좋습니다. 산업용의 경우엔 2액 형 접착제가 많습니다. 2액 형이라는 것은 2개 종류의 접착제를 따로 분리해 놓고, 사용할 때만 섞이게 하는 형태의 접착제인데요, 따로 있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서로 합쳐지면 비로소 접착 반응이 일어납니다. 실수로 접착제를 사용하는 일을 방지하고, 원하는 양만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김준형 3M 자동차 및 항공우주 제품 사업팀 수석연구원은 “항공기 동체와 주익, 꼬리 날개 등 접착제가 사용되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라며 “항공기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면 거리도 늘어나고 연료 효율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최근에는 제품의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항공기 피부를 보호하라
특히 3M은 접착 기술을 사용해 항공기 ‘래핑’을 위한 제품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접착 기술이 구조물 결합을 넘어 항공기 외관으로도 진출한 것이죠. 대당 1~2억 정도가 소요되는 항공기 래핑 작업에도 3M 접착 제품이 사용됩니다. 항공기의 피부인 외관 표면은 빠른 속도를 견뎌야 하고, 우박이나 눈보라 등의 대기 상태에서도 내구성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항공기 외관에 보호 필름을 붙여서 항공기를 보호해주는 것이죠. 김 수석연구원은 “항공기 운항을 오래 하면 부식이 생길 수 있다. 침식으로 인해서 페인트가 벗겨지면 그 아래에 있는 금속 등의 소재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보호 필름을 바른다”고 말했습니다.
구조용 접착테이프는 비상 상황에서도 위력을 발휘합니다. 항공기 부품이나 구조물에 문제가 생겨서 빠른 정비나 처지가 필요할 때도 구조용 접착제 테이프 등이 사용됩니다. “테이프로 항공기를 고친다는 것이 위험한 것 아니냐”고 질문할 수 있을 텐데요. 한 항공사 관계자는 “접착제 성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어 산업용 접착제를 사람 몸에 붙이면 안 떨어진다. 피부가 찢어질 정도의 강성”이라며 “산업용 접착제는 항공사들에게는 필수여서 재고 관리를 해야 한다. 한때 접착제 공급난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항공사들이 접착제를 제때 구하지 못해서 난리가 난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는 접착제
항공기 접착제는 비단 항공기 뿐 아니라 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도 다양하게 쓰입니다. 미래모빌리티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접착제 산업도 커질 수밖에 없겠지요. 시장조사기관 폴라리스 마켓에 따르면 2020년 약 10억 달러(1조2000억 원) 규모였던 항공기 접착제 시장은 약 13억6000만 달러(1조7000억 원)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평균 5% 정도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는 건데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전기항공기 등 미래 모빌리티도 시장에 포함시킬 경우엔 접착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항공기 접착제는 오늘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접착력, 내구성, 온도, 경량화, 안전성 등에서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죠. 주목해야 하는 건 3M의 경우 기후 변화와 자원 부족 등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 차원에서 항공기 접착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접착제를 개발하고 있는 건데요.
현재 3M은 ‘쓰리엠 포워드(3M FORWARD)’라 불리는 글로벌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기후 위기와 인구 구조 변화 등의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재료 과학에 기반한 혁신이 사회 발전에 기여겠다는 캠페인입니다. △소재 중량을 줄여서 항공기 무게 줄이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친환경 소재 사용 △작업 프로세스 간소화 및 작업 시간 단축 △화석 연료 사용 줄이는 공법 개발 △온실가스 배출 저감 기술 △신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 및 재생 에너지에 도움 되는 제품 개발 등 과학을 통한 내일의 발전 차원에서 제품 개발하고 또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3M 이준 아시아 지속가능성 리더는 “탄소 배출량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자동차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와 더불어 각종 이동 수단과 모빌리티의 차체 경량화, 에너지 효율성 향상 기술 등 창의적인 혁신 솔루션의 개발이 지속적이고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항공기 접착제를 만드는 데 있어서 첨단 기술과 고(高)품질을 위한 노력 외에도, 미래를 생각하려는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습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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