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전 지사 13시간 검찰조사 받고 귀가…野 전직 광역단체장 첫 검찰 소환
최문순 전 도지사가 KH그룹의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방해’ 등의 혐의와 관련, 약 13시간의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알펜시아 매각 현안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쟁점은 입찰 담합·헐값 매각 의혹 등에 더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에 대한 혐의다.
지난해 3월 정권교체 이후 검찰은 전 정권 청와대 고위직을 비롯해 장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상대로 여러 수사를 벌여 왔지만 야당 소속 전직 광역단체장이 검찰에 불려나온 것은 최 전 지사가 처음이다. 차기 총선을 앞둔 강원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약 13시간 여의 검찰 조사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지난 28일 오전 최 전 지사를 입찰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 전 지사는 이날 오후 11시까지 약 13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최 전 지사를 상대로 알펜시아 입찰 전 KH를 낙찰자로 선정하기에 앞서 입찰 정보를 흘리는 방법으로 개입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입찰 담합 의혹도 살폈다.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재정난 등으로 알펜시아를 공개 매각하려 했지만 4차례 유찰된 가운데 2021년 5월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KH그룹 계열사인 KH강원개발에 7115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당시 입찰에 KH 계열사인 KH강원개발과 KH리츠만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입찰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평창리츠는 입찰 마감일 하루 전 ‘KH리츠’에서 사명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H그룹이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을 막기 위해 계열사를 허위 입찰자로 동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 전 지사는 이 과정에서 사전에 입찰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 검찰은 최 전 지사가 친전을 통해 KH 측에 4차 입찰 당시 최저입찰 금액을 알려줘 KH측이 5차 입찰 기준 금액에 맞춰 입찰금액을 적어낼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최 전 지사, “운영할수록 빚 늘어…매각하려 노력” 혐의 부인
최 전 지사는 알펜시아 매각과 관련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사실관계 바로잡기에 나섰다.
최 전 지사는 지난 28일 오전 검찰에 출석하면서 “내가 (알펜시아를 매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있었다. 열심히 노력한 것”이라며 “잘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사 중 점심식사를 위해 나와서 만난 취재진에게도 “올림픽 시설에 부채가 많아 매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을 수사기관에서는 담합이 있지 않았느냐는 관점으로 보는 것 같다”며 “당시 120개 정도 기업을 접촉해 안타까운 실정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이어 “워낙 부채가 심하고 운영할 수록 빚 늘어나는 구조”라며 매각이 시급한 상황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KH그룹 측에 입찰금액을 미리 알려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온비드라는 시스템에서 (입찰을) 진행했기 때문에 따로 주거나 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선 “아니다. 시장가격이 3000억원~6000억원으로 형성돼 있었는데 저희가 7115억원에 팔았다. 그 부분은 검찰에서 인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과정부터 검찰 수사까지
알펜시아리조트는 강원도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숙박 및 경기장 부대 시설 확보를 위해 1조6000억원을 들여 지은 리조트다. 올림픽 기간에는 스키점프 및 루지 등 썰매 경기들이 이 리조트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올림픽이 이후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에 7000억 원대 부채를 안기며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이에 강원도는 알펜시아 매각을 추진했지만 2021년 4차례에 유찰됐다. 이후 같은 해 6월 KH그룹 산하 특수목적법인(SPC) KH강원개발㈜에 낙찰되면서 알펜시아리조트 매각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당시 입찰에 참여한 두 회사가 모두 KH 그룹의 관계사로 드러나며 담합을 통한 무자본 인수합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 12월부터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강원도와 KH그룹 양측의 책임자들을 줄이어 소환하며 수사를 이어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최 전 지사가 2021년 5월 매각 5차 입찰공고를 앞두고 KH 측에 친전을 보내 강원도 측이 제안하는 금액을 전했다는 매각 담당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최 전 지사 주거지와 KH관계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속도내는 검찰 조사, 총선 앞둔 정치권 촉각
야당 소속 전직 광역단체장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은 최 전 지사가 처음이다.
최 전 지사는 강원도내 민주당의 주요 지분을 갖고 있는 인사다. 3선 강원지사를 역임한 최 전 지사는 도정을 운영하면서 숙원현안이었던 알펜시아리조트 매각을 주요현안으로 분류해 매각 작업에 나섰다.
알펜시아리조트 건 검찰 수사와 관련, 배상윤 KH회장 등이 얽혀있고 KH관계자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최 전 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더욱이 최 전 지사는 혈세 낭비 논란이 제기된 드론택시 시제기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제기된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망상1지구 사업과 관련해서도 경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도내 여야는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정치적 수사, 모욕주기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진영 최초로 3선 도지사를 역임한 최 전 지사는 차기 총선에서 춘천분구 등 정치적 여건이 변화될 경우엔 총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임 도정 각 현안에 대해 검·경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강원 정치권은 최 전 지사의 정치적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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