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다른 암과 달리 수술 후 5년 지나도 재발 잦아
53세 여성 B씨는 7년 전 유방암을 진단받고 전체 절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았고 현재 암 억제제(아나스트로졸)를 복용하고 있다.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받고 있지만 결과를 보는 진료 예약을 잡을 때마다 재발하지는 않았을지 불안해 며칠간 잠을 못 이룬다. 일반적으로 위암·대장암·유방암 등 ‘덩어리 암(고형암)’은 5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완치나 근치를 판단하지만 유방암은 5년이 지나도 재발이 많은 암 종이 있기 때문이다.
차치환 한양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유방암은 5년 이상 재발되지 않아도 완치보다는 근치 진단을 내릴 때가 많다”며 “하지만 ‘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5~10년 뒤에 재발이 많은 경향을 보이므로 항호르몬제 사용 추가 연장이나 정기검진을 통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여성의 유방암(2019년 기준)은 전체 여성 암 중 24.6%를 차지해 2016년 이후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다. 차치환 교수에게 유방암에 대해 물었다.
-유방암은 언제 완치 판정을 내리나.
“유방암은 완치 개념이 없다. 정확히 말해 수술 후 5년이 지나서도 종종 재발하고는 한다. 위암이나 폐암 등으로 수술한 환자들은 보통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이 내려지는데 유방암은 이와는 다르다.
이는 유방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수술 후 5년 이후 재발하는 생물학적으로 고유한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를 ‘후기 재발(late recurrence)’이라 명명하기도 한다.
모든 유방암 환자는 수술 후 5년이 지나도 재발 가능성이 있지만 주로 호르몬 수용체 양성(+) 환자가 이에 해당된다. 호르몬 수용체 음성(-)이며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양성(+)이거나 삼중 음성(-) 유방암일 때에는 수술 후 5년 이내 재발이 많다. 그러나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수술 후 5~10년에 재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술 5년 후 재발을 예측할 만한 정밀 검사는 없나.
“최근 많이 사용되는 다중 유전자 검사(multi-gene assay)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며 HER2 음성(-)인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온코타입DX(OncotypeDX), 맘마프린트(Mammaprint), 온코프리(Oncofree)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수술 후 원격 전이와 재발을 예측해 항암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 저위험군으로 판명돼 항암 치료를 받지 않을 때에도 5년 후 원격 전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재발을 예측하기 위한 몇 가지 임상 도구들이 있다. CTS5와 breast cancer index가 대표적이다. CTS5는 환자 나이와 종양 크기, 등급 등 수술 후 임상 병리 정보를 이용해 5년 간 재발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5~10년에 재발하는 걸 예측하는 도구다.
추가적인 검사 없이 진료실에서 간단히 웹사이트를 통해 계산할 수 있어 실용성이 높다. 폐경 후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폐경 전 환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호르몬 치료에 대한 반응을 알 수 있는 Ki-67(세포 안 단백질) 지수도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암 증식 능력을 대변하는 인자로, 호르몬 치료에 대한 내성과도 관련이 있다.”
-5년 후 재발이 우려되는 환자에게는 어떤 치료를 고려할 수 있나.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는 대개 수술 후 항호르몬제를 기본적으로 5년 간 복용한다. 그러나 수술 후 5~10년 재발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2~3년간 항호르몬제 사용을 추가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항호르몬 치료를 연장할 때에 우려되는 부작용은.
“대표적으로 근골격계 통증이 있다. 특히 관절 퇴행성 질환이나 류마티스 질환을 기저 질환으로 가진 환자는 통증으로 약을 제대로 복용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밖에 골다공증·불면증·자궁내막증식증·지방간 등 다양한 내과적 부작용이 있다.
항호르몬약을 장기간 복용할 때에는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환자 중심의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항호르몬제를 규칙적으로 잘 복용하는 것이 재발을 막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 후에 정기검진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
“주치의마다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술 후 10년 동안은 반드시 정기검진을 해야 한다. 보통 수술 후 5년까지는 6개월 간격으로 검진하고, 매년 전신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한다. 유방암은 뼈로 재발할 때가 가장 흔하기에 반드시 뼈 스캔 검사를 받아야 한다. HER2 양성 유방암이라면 뇌로 재발할 때도 있기에 수술 후 두통이나 구역 등의 증상이 지속될 때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권고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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