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싸우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중국 '디리스킹' 말하는 미국의 속내는?

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2023. 7. 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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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쉽 네 줄 요약

· '디리스킹'도 따지고 보면 싸우자는 거다. 단, 반칙하지 말고 공정하게.

· 중국은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미국의 개방성을 '착취해 왔다'는 게 미국 수뇌부의 인식이다.

· 대중 기술수출 통제는 좁은 범위에서 분명한 목표를 표적으로만 하겠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감수하겠다는 게 미국의 방침이다.

· 세상은 바뀌었고, 안보와 경제는 별개가 아니다. 미국은 안보를 경제보다 위에 놓고 대중경쟁을 설계한다. 한국도 누울 자리 잘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최근 미국의 다양한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했다. 옐런 재무장관, 빌 게이츠,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사들이다. 이들은 미국에 밀릴 수 없다며 독이 잔뜩 오른 것으로 보이는 중국 측에 유화적 제스처를 건넸거나 유화적이라고 해석되는 (그러나 과연 그런 건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발언을 했다.

사람들 눈에는 이렇게 보일 수 있다. “뭐야, 언제는 완전히 공급망 분리해서 중국을 삼류국가로 만들기라도 할 것처럼 큰소리치더니, 따져보니 감당이 안 되는 모양이지? 미국이 벌써 꼬리 내리고 화해의 손 내미는 것 아닌가?” 이런 의문은 어떤 사람들에겐 다음과 같은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도 저러는데 한국만 중국과 각 세웠다가 괜히 낙동강 오리알 신세 되는 것 아니야?”

뉴스의 맥락을 짚어보는 《뉴스쉽》 이번주는 그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준비했다. 결론을 좀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아니다”에 가깝다. 미국에 대한 '내재적 접근'이라고 해도 좋겠다. “미국, 중국과 싸우자는 건가, 다시 잘 지내보자는 건가”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싸우자는 것”이라고 답하겠다.

단, 어떤 싸움을 어떻게 하자는 건지를 구체화하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대화 ―이를테면 ‘룰 미팅’―은 하자는 것이다. 싸우더라도 귀 깨물기, 눈 찌르기, 머리끄덩이 잡기, 낭심공격 같은 행위는 하지 말고 복싱 룰 정도로 하자,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마이크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는 것으로 중단되었던 1997년 라이베이거스에서의 WBA 헤비급 타이틀 매치 / 출처 : 게티이미지


왜 그렇게 볼 수 있는가를 설명하려면, 먼저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이라는 말의 뜻부터 살펴봐야 한다. 디커플링은 얽혀서 하나의 흐름으로 돌아가는 것(커플)을 떼어낸다(de-)는 뜻이다.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한다면, 엄격한 의미에서 이런 그림이 될 것이다. 


상품의 원료 및 부품 조달, 조립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미국과 EU와 우호국가들 사이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중국과 그 우호국가들은 알아서 먹고살도록 배제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할 리 없다. 중국산 부품이나 자재를 쓰지 않는다거나 중국에서 제조하지 않는다면 미국 내에서 팔리는 거의 대부분의 공산품은 사라지거나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의 소비생활이 돌아갈 수 없고, 많은 미국기업들이 쓰러질 것이다.

옐런 재무장관이 7월 초순 중국을 방문해서 ‘중국과 디커플링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건 그런 뜻이다. 


이 발언의 뒷부분, 그러니까 주요 공급망을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다변화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을 바로 ‘디리스킹’이라 한다. 리스크(위험)를 없앤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원칙에 따라 디리스킹을 하겠다는 것일까? 매일매일 쏟아지는 단편적인 보도만 봐서는 그 큰 맥락을 알기 어렵고 혼란스럽다. 이럴 때는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누군지 찾아서 그 사람의 말과 글을 봐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를 어떻게 다룰지, 그 큰 그림을 그리고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 실력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라 할 수 있다. 2013-14년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 고문으로 일했고, 싱크탱크와 정부를 오가며 바이든의 가장 중요한 전략 브레인 중 한 명으로 활약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요란하게 벌이던 시절인 2019년 10월, 그는 ‘포린 어페어스’에 「재앙 없는 경쟁 - 미국은 어떻게 중국의 도전을 상대하며 중국과 공존할 수 있나」라는 글을 기고한다.
[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china/competition-with-china-without-catastrophe ]

바이든이 트럼프를 누르고 대통령에 취임한 게 2021년 초이니, 백악관 입성 1년 이상 전에 이미 바이든 집권 시 중국을 상대할 전략을 정연한 논리로 서술해 놓은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은 그 후에도 여러 기회를 통해서 대중전략을 설명한 바 있는데, 2019년의 기고문과 일관된 내용이다. 그리고,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중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잘못) 비친 옐런 재무장관의 기조도 제이크 설리번의 기조와 놀랍도록 일치한다. 

 

마찰 감수하는 경쟁... 첨단기술이 곧 안보

제이크 설리번의 대중 전략은, 냉전 시기에 상대했던 소련과 지금의 중국은 질과 급이 다른 상대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소련은 자체적 모순 때문에 봉쇄해서 스스로 무너져 내리게 할 수 있었다. 중국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설리번은 본다. 이미 세계경제에 깊이 통합되어 있고,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와 디지털 감시기술을 결합한 중국의 통치방식은 소련이 수출하던 공산주의보다 매력적으로 여러 나라에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경제와 기술의 발전 정도가 구소련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 중국과는 공존을 전제로 한다. 중국의 붕괴나 소멸을 상정한 전략을 펴지 않는다. 그러나 경쟁을 한다. 마찰을 피하지 않는다. 다만, 경쟁이 파국적 위험(냉전시기 소련과의 전면적 핵전쟁 위험 같은)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한다. 중국과의 경쟁은 군사 / 경제 / 정치 / 글로벌 거버넌스 등 전 영역에 걸쳐 벌인다.


미국은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경쟁이라면 중국에게 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 바꿔 말하면, 중국은 불공정한 방식으로 미국과 그 우방국들의 기술과 지적재산을 훔치고 각종 반칙을 자행한다는 것이며, 이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리번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안보를 위한 핵심 기술을 수호(세이프가드)하는 것에 사활적 중점을 둔다. 기술이 곧 안보라는 인식, 경제보다 안보를 상위에 두는 인식은 설리번의 다양한 글과 발언에 지속적으로 드러나며,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여러 발언을 통해 같은 인식을 보여준다.

2022년 9월 한 국제행사에서 그는 ‘설리번 테크 독트린’으로 불리는 유명한, 그리고 매우 중요한 연설을 했다. 여기서 그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21세기 지정학적 판세를 결정한다면서, 나머지 80%의 성공을 좌우할 20%의 중요 분야, 그 20% 중에서도 핵심 선도기술로 세 가지를 지목한다. 


이 세 가지 분야는 기술생태계에서 전력승수(force multiplier) 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심분야라고 강조한다. 투입한 노력을 훨씬 큰 전력으로 만들어주는 힘을 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분야의 기술 리더십은 국가안보를 위해 절대적인 것이라고 설리번은 역설한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눌러놓으려는 미국의 의지다. 설리번은 말한다. “이제까지는 경쟁자보다 한두 세대 앞서가는 것으로 만족하는 전략을 써왔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첨단 반도체가 모든 기술의 기반이 되는 것을 감안할 때, 가능한 한 최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기술 수출 통제조치는 미국과 동맹들이 쓸 수 있는 수단 가운데 새로운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적(문맥상 중국을 의미)의 전력을 강등/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그리고 의회의 협력을 얻어, 미국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업체가 뒤로는 중국에 투자해서 핵심기술을 넘겨줌으로써 미국의 안보를 취약하게 만드는 행위를 막겠다고 명확하게 말한다.


이렇게 중국의 경쟁력을 한 수 아래로 묶어놓는 작업은 동맹국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동맹이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뻔하고 당연한 얘기인 동시에, 동맹국이라고 해서 미국기업의 손이 묶인 동안 뒤로 중국과 장사해 돈 벌 생각 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한국이 특히 무겁게 생각해야 하는 대목이다.

다만, 설리번은 백악관 입성 이전부터 일관되게, 도매금으로 광범위한 기술수출 통제를 하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가안보에 중요한 첨단기술, 또는 인권과 관련된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막고, 나머지 일반 무역과 투자는 계속되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그의 오랜 방침이다.

이는 옐런 재무장관이 거듭 재확인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옐런 재무장관은 이달 초 방중 기간 중, 안보 차원의 기술보호 조치는 투명하게, 좁은 범위에서, 분명한 목표 지향성을 갖고 시행될 것임을 중국 측에 알렸다고 기자회견에서(9일) 말했다. 

 

옐런이 중국 가서 화해의 손 내민 것 아니었냐고?

옐런 재무장관을 태운 전용기가 지난 6일 베이징 공항에 착륙했을 때, 공항 상공에는 무지개가 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만 문제 등을 놓고 수개월간 이어진 일촉즉발의 미중갈등을, 경제를 아는 비둘기파 여성재무장관이 가서 좀 누그러뜨려 줄 것이라는 기대를 이 무지개에 거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
옐런 재무장관의 전용기 위에 뜬 무지개. 7월 6일 베이징 공항 / 출처 : AP


중국의 경제 정책을 다루는 허리펑 부총리를 만나 인사를 나눌 때 살짝 허리를 굽힌 옐런의 사진을 보고 미국이 자세를 낮췄네, 외교적 실수네 하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8일, 베이징에서 중국 경제정책 담당 허리펑 부총리를 만나는 옐런 미 재무장관. 허리를 살짝 숙인 모습인데, 미국 내에서 이를 두고 '굴욕'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옐런이 이전에, 그리고 이번 방중 일정 중에 내놓은 말과 글을 보면 앞서 설명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대중 전략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7월 초순의 방중은 미국의 일관된 전략을 설명하러 간 일정이었지, 중국에 무슨 양보를 제시하기 위한 방문이 아니었다.

옐런 장관은 올해 4월, 미국 외교전략가들의 산실인 존스 홉킨스 대학 ‘사이스’(SAIS, 고등국제학대학)에서 자신의 대중전략을 설명하는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옐런 장관은 대 중국 경제정책의 첫 번째 원칙으로 ‘미국과 동맹과 파트너들의 안보, 그리고 인권보호’를 꼽았다.


미국 정부의 경제수장이 대중 경제정책의 첫 번째 원칙으로 ‘안보’를 언급한 것이다. 옐런은 이 첫 번째 원칙을 추구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을 것”이라면서, 안보를 지키기 위한 ‘제한적인 표적 조치(첨단기술 수출 통제 등)’가 경제적 충격을 미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특정 기술들을 중국 군과 안보 관련 기관들로부터 ‘세이프가드(safeguard)’ 하는 것이 사활적인 국가안보 문제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중국은 미국의 개방성을 착취했다"

미국이 중국에 화해를 청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종종 인용하는 옐런의 발언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세계가 미중 양국을 품을 수 있을 만큼 크다고 믿는다. 미국과 중국은 공존하면서 세계의 번영을 공유할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역시 4월 존스홉킨스 ‘사이스(SAIS, 고등국제학대학)’ 연설의 한 대목이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대목만 떼어서 볼 것이 아니라 맥락을 봐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존은 앞서 설명한 제이크 설리번의 전략관대로 ‘마찰을 감수하며 경쟁하는 공존’을 말한다. 게다가 이 언급 바로 다음에는 이렇게 서늘하고 엄격한 문장이 나온다. 

“그리고 미국은 절대로 우리의 안보나 원칙에 대해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재무장관이 아니라 국가안보보좌관이나 국무장관, 국방장관의 발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옐런 재무장관. 지난 7일 베이징 / 출처 : AP


그렇다면, 중국과 미국이 어떻게 하면 세계의 번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걸까? 옐런은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국제 규범에 맞게 플레이하며 성장하는 중국은 미국과 세계에 좋은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은,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룰에 따른 공정한 것이라면,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과 양립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중국은 자유로운 글로벌 시장의 국제규범을 따르지 않으며, 불공정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옐런 장관은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는 9일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는 미국의 경고를 전달했음을 밝혔다.


그래서일까? 옐런이 미중갈등을 봉합하는 화해의 사신인 것처럼 기대하던 일부의 시각과 달리, 중국 정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 셰펑(Xie Feng)은 21일 미국 내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중국은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미국이 벌이는 무역 및 기술 전쟁에 반대한다”며 “미국은 중국을 배제함으로써 경쟁에서 승리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 대사는 14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이하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한 미국의 조치를 수영 경기에 비유했다. “미국은 최신식 ‘스피도(Speedo)’ 수영복을 입고 출전했으면서 중국은 구식 수영복을 입도록 제한하는 격”이라는 거다.

미국의 의도를 제대로 읽었다고 볼 수 있다.

공산주의를 상대로 한 냉전이 자유진영의 승리로 끝나던 1990년, 미국은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받아들여 시장을 열어주면 중국이 호혜적인 국제무역의 규범을 받아들이고 (즉, 내가 남의 시장에 가서 자유롭게 장사할 수 있으면 나도 남이 내 시장에 와서 자유롭게 장사할 수 있게 허용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로 바뀔 줄 알았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다. 제이크 설리번은 ‘경쟁, 그러나 재앙으로 치닫지는 않는’이라는 대중전략을 설명한 기고문에서, 이렇게 규정한다. 

“중국은 미국의 개방성을 착취, 악용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시장과 자본과 기술에 자유롭게 접근해 실리를 챙기면서, 자신의 시장은 겹겹의 장애물로 감싸놓았다. 중국기업과의 합작투자 강제, 정치적 이유에 따른 압박 등 다양한 비관세장벽으로 외국기업의 중국 내 사업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과 지적재산을 탈취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주요 산업분야(특히, 군사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고 공산당이 인정한 분야)에 쏟아부어 육성하는 국가주도산업정책을 펴서 경쟁관계의 외국기업들을 곤란한 지경에 몰아넣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그로 인해 미국은 제조업을 잃었을 뿐 아니라 미래를 규정하는 첨단기술의 경쟁력이 침식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군사적 야망 확대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경제와 안보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중국 자체 위성인터넷망을 위한 로켓 발사. 지난 9일 지우콴 / 출처 : 게티이미지


IRA 등 법안을 통해 전기차, 반도체 등에 거액의 보조금을 투입하는 산업정책은 이러한 인식의 산물이다. 민간기업들의 경쟁에 중국 국가가 뛰어든다면 이제는 미국도 같은 방식으로 싸워서 경쟁력 우위를 지키겠다는 거다.

설리번은 「포린 어페어스」 기고(2019)에서 중국에 대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일갈한다. 자유무역 국제질서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중단하고 호혜적인 국제교역의 룰에 따르거나, 아니면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시장에서 중국이 외국기업들에게 하는 것과 같은 대우를 감수하거나.

설리번은 이런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 노력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맹과 함께 헤쳐나갈 것임을 강조한다. 사실, 미국이 지적한 ‘불공정 경쟁’의 문제는 누구보다 한국기업들이 절절하게 겪은 문제들이다. 우리는 미국만큼 힘이 없어 중국에게 대놓고 문제제기하지 못했을 뿐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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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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