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교사 쉽게 고소할 수 있는 현행법 무조건 손봐야” [긴급점검-교사들의 호소⑦]

서울 2년차 초등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전국 교사들의 애도와 분노가 들불처럼 일고 있다. 그의 죽음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교사들은 거리에 나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일이다. 현장에서는 더한 일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말 그렇게까지 많을까?’ 의구심이 들어 초등교사인 지인들에게 물었다. 하나같이 ‘정말 그렇다’고 했다. 그중 한 교사는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보내온 A4용지 20페이지 분량에는 상상 이상으로 암울한 현장이 담겼다. 이 교사들은 “이제는 제발 바꿔달라”며 절절하게 호소했다. 모든 문장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교육당국과 정치권 등이 부랴부랴 내놓고 있는 개선안, 대책 등이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진 공염불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의 기사나 인터뷰로는 그들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생각 끝에 교사 7인이 보내온 답변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하기로 했다. 문답형식으로 각자 답변한 내용만 정리했다.  

⑦여/3년차/경기도

1.최근 과도한 학부모 민원이 많아진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가요.

“과도한 민원에 대해 학교가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교육청, 교육부에서 해결을 종용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교사에게 유선으로 또는 메시지로 바로 연락하는 것이 당연해져 있고 연락을 취하기도 너무 쉬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2. 교사에 대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학교 관리자들은 어떤 도움을 주는가요.

“민원을 관리자 선에서 처리해주거나 대응을 해주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3. 학생들 간의 갈등이나 폭력이 일어났을 때 담임교사나, 학폭 담당 교사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가요. 

“학생이 문제 행동에 대한 교사의 지도에 불응할 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습니다. 교권보호위원회도 심한 정도의 학생의 행동에 대해서만 열리기 때문에 방법이 되지 못합니다. 폭력의 경우도 학생이 흥분 상태이며 폭력 정도의 큰 문제를 일으켰을 때 바로 관찰실 등에서 (담임이 아닌)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사람과 해당 문제와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교실에서 분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현장에서는 폭력이나 큰일이 발생하면 담임교사가 해당 학생을 데리고 가 상담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수업 공백이 발생하고 반 학생들은 자습을 하고있는 등의 일이 발생합니다. 또는 흥분한 상태의 학생을 데리고 바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곤 합니다.

학생 간의 갈등은 보통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상담을 통해 해결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해결이 되어도 가정에서 해결된 문제로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학부모로부터 오는 잦은 민원 및 연락은 교사를 피폐하게 합니다.

4.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교권 침해, 각종 과도한 학부모 민원 내용이 실제 일선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인가요.

“안 겪은 교사가 없을 정도입니다. 기사화된 사건들은 특수한 상황이라기보다 주위 교사 중 한두 명은 거의 겪으며 더 심한 일이 오히려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학부모와 교육당국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은 무엇인가요.

“아동학대로 교사를 쉽게 고소할 수 있는 현행법은 무조건 손봐야합니다. 그것이 있는 한 이번 일과 같은 일은 또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학생의 일상적인 문제행동에 대해 교실에서 분리, 개선이 되지 않고 반복된다면 추가 조치가 필요합니다.”

정리=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