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계곡에 시원한 폭포... 한여름 밤의 낭만 불빛까지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장거리 이동은 부담스럽고 유명 관광지에는 인파가 몰릴 게 자명하다. 서울에서 약 2시간 거리, 충북 괴산은 수려한 산과 계곡을 자랑하지만 이름난 피서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목적지까지는 시외버스로 증평터미널이나 괴산터미널에 내려 택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여러 곳을 다니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암반에 미끄러지는 물결... 아홉 가지 비경 화양구곡
첫 목적지는 속리산국립공원에 위치한 명승 화양구곡. 조선 중기 우암 송시열이 은거한 곳이다. 사후 수제자였던 수암 권상하가 경치가 빼어난 아홉 물굽이에 이름을 붙였고, 단암 민진원이 구곡의 명칭을 바위에 새겼다고 전해진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름다운 산수는 그대로다.
하류부터 가파르게 솟은 기암이 하늘을 떠받드는 형상의 1곡 경천벽, 티 없이 맑은 소에 구름이 맑게 비치는 2곡 운영담이 이어진다. 우암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화양서원을 지나면 3곡 읍궁암이다. 제자였던 조선 17대 임금 효종이 죽자 우암이 새벽마다 엎드려 통곡했다는 바위다. 맑은 물속의 모래가 금싸라기 같다는 4곡 금사담은 송시열이 전각(암서재)을 지어 학문을 닦고 후진을 양성했던 장소다.
5곡 첨성대는 층층이 쌓인 바위 위에 평평한 대가 만들어져 별을 관측하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다. 구름을 찌를 듯한 기세로 냇가에 우뚝 솟은 6곡 능운대, 너른 바위가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는 7곡 와룡암, 수목이 덮인 바위산에 백학이 집을 짓고 새끼를 쳤다는 8곡 학소대가 이어진다. 최상류 9곡 파천은 계곡 한복판 넓은 바위 위로 얇게 퍼지는 물결이 용의 비늘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무릉도원을 보는 것처럼 풍광이 빼어나지만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해 출입금지 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1곡부터 9곡까지 쉬엄쉬엄 3시간 남짓 걸린다.
산 높고 계곡 깊은 괴산엔 자연산 버섯요리 식당이 곳곳에 있다. 화양구곡 하류의 청천면 소재지의 황금정도 버섯 전문식당이다. 여럿이면 자연산 버섯찌개, 혼자면 버섯육개장을 추천한다.
폭포 위 물놀이장, 수옥정관광지
연풍면 수옥폭포는 보는 것만으로 더위가 씻기는 곳이다. 문경새재 조령관에서 소조령으로 흘러내린 물이 울창한 숲과 깎아지른 절벽을 통과해 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폭포에서 부서지는 물보라가 주변에 서늘한 바람을 일으킨다. 비가 내리고 난 후에는 거친 사나이의 함성처럼 우렁찬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진다.
폭포 옆 수옥정은 조선 숙종 37년(1711)년 연풍현감 조유수가 삼촌 조상우를 기리고자 세웠다. 세월에 낡아 사라진 것을 주민들이 근래에 복원했다. 폭포 위에는 수옥정 물놀이장이 위치한다. 유아풀, 성인풀, 다이빙풀을 갖춰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이용료는 어른 6,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바다 빼고 다 있다, 성불산 산림휴양단지
괴산 읍내에서 가까운 성불산 산림휴양단지는 바다 빼고 다 갖춘 여행지다. 자연휴양림을 비롯해 생태공원과 테마파크, 각종 테마 숲과 수석전시관, 한옥체험관까지 갖춘 복합 산림휴양시설이다. 괴산군이 자랑하는 미선나무 자생지이기도 하다. 가족 단위로 간다면 어린이 물놀이장을 이용할 수 있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동화의숲도 흥미롭다. 고요한 산수를 재현한 수석전시관, 형형색색 꽃이 피고 지는 야생초화원, 대형 곤충 모형으로 재미있게 꾸민 곤충원을 천천히 거닐어도 좋다. 생태연못을 지나 산림치유센터까지 1.6km 구간에는 무장애나눔길이 이어진다.
성불산 치유의숲에서 산림치유지도사가 진행하는 맨발걷기, 명상, 노르딕워킹, 싱잉볼, 해먹, 차테라피 등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숲속캠핑장과 숲속의집, 산림문화휴양관과 한옥체험관 등 여러 형태의 숙박시설도 운영한다. 치유의숲 체험 프로그램은 성인 기준 1만 원이며 '숲나들e'에서 예약할 수 있다.
한여름 밤의 낭만, 괴강불빛공원
인근 괴강불빛공원은 올 4월 새롭게 조성된 공간이다. 덕분에 괴산의 밤이 밝아졌다. 괴산농업역사박물관을 배경으로 변화무쌍한 미디어파사드가 연출되고, 산책로를 따라 설치한 조형물에도 경관조명이 불을 밝힌다. 옛 괴강교 야경이 운치를 더하고 간결하면서도 재치있는 문구까지 낭만적인 여름밤을 선사한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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