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실적·연체율 급등에 사면초가...저축銀, 반등 위한 몸부림

김지섭 기자 2023. 7.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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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연체율이 급등하며 사면초가에 몰린 저축은행들이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요 고객이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최대한 줄이고, 쌓일 대로 쌓인 부실채권(NPL)을 털어내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새마을금고 자금 인출 사태로 저축은행을 비롯한 비(非)은행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며 예금 이탈세가 가속화할 것에 대비해 예금 이자를 올리며 자금 유치에도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요 저축은행 대부분이 조만간 발표될 2분기 실적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꺼내 들 예정이어서 하반기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수신 잔고 급감을 막기 위해 파킹통장 금리를 최대 연 5%까지 올리며 자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축은행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하반기 연 5∼6%에 제공한 고금리 특판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수신 잔고가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시내 저축은행./연합뉴스

◇최악의 실적, 연체율 급등에 직면한 저축銀

현재 저축은행들의 경영 여건은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최악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1분기 국내 79개 저축은행들은 5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4년 2분기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만해도 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 등에 힘입어 4561억원의 순이익을 내던 저축은행들이 1년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이다.

올해 들어 저축은행들의 실적이 고꾸라진 것은 무리해서 높은 금리를 쥐어주며 예금 규모를 확대한 탓에 고객들에게 이자로 지급해야 했던 비용이 급증한 탓이 컸다. 또 금리가 상승하면서 저축은행의 주고객이라 할 수 있는 중·저신용자들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며 연체율이 오르고, 부동산 경기 악화로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장했던 부동산 PF 부문이 부실을 겪게 된 것도 저축은행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요인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은 5.07%로 지난 2016년말(5.83%)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2021년말(2.51%) 이후 1년여 만에 2배 가량 급등한 것이다. 지난 3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4.07%로 지난해 말보다 2.02%포인트나 올랐다.

연체 규모가 예상보다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저축은행은 여유를 갖고 위기에 대응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79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NPL) 잔액 대비 대손충당금(돈 떼일 것에 대비해 마련해둔 돈) 비율은 평균 99.4%로 지난해 말보다 14.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 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충당금보다 부실채권 규모가 더 크다는 뜻이다. 즉 향후 연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불’을 끄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건전성 높이려 안간힘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저축은행들은 연체율을 어떻게든 낮추기 위해 분투 중이다. 우선 주요 고객군이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줄여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1조6752억원으로 1분기(1조6685억원)보다는 소폭 증가했으나 작년 2분기(3조3733억원)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중에서 신용점수(1000점 만점)가 600점 이하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상품도 지난 6월말 기준 31개로 지난해 6월말(61개)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저축은행들은 막대한 부실채권을 정리해 연체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축은행 업권의 NPL 총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5조790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3.4% 늘었다. 저축은행들의 NPL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4년 상반기 말 이후 9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금융 당국에 건의해 개인 부실채권의 매입 주체를 기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1곳에서 NPL 전문투자회사(FNI) 5개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NPL 매입처가 캠코 1곳으로 제한되면서 개인 연체채권을 30∼50% 할인된 가격에 팔아야 했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매각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그 결과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NPL 매입처를 최대한 늘려 부실채권을 최대한 털어내려 하는 것이다.

◇”디지털 비중 높은 저축銀...불안심리 유의해야”

리스크 관리와 함께 저축은행들은 하반기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것에 대비한 예금 금리 인상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권 수신 금리가 기준금리 급등세에 힘입어 정점을 찍으면서 저축은행에도 뭉칫돈이 몰렸는데 대부분 만기가 1년인만큼 올 하반기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 금리는 연 4.08%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을 비롯해 상호금융, 신협,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중 지난달 예금 금리가 상승한 업권은 저축은행 뿐이다. 지난달 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지난 4월(연 3.80%)과 비교해 0.28%포인트 상승했다.

부실 대출로 대규모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겪은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넘기는 내용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뉴스1

금융 당국 고위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디지털 뱅킹 비중이 낮은 편이어서 ‘사이버 런(사이버 뱅크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지만 디지털 비중이 은행권 수준으로 높은 저축은행의 경우, 부실 징후가 커지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며 “올 하반기 저축은행 부실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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