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에 활용되던 수소, 태양광 약점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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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얻는 ‘수소 연료 전지’ 기술은 1960년대 미국이 달 탐사선을 날려보낼 때 사용됐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 등은 앞으로 달에서 물을 채취해 분해해 얻은 수소를 로켓 연료를 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서 에너지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에너지 기업들은 우주 탐사에 활용되던 수소 기술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왔다.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 발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소에 주목한 것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사인 수소 전문 기업 플러그파워의 앤디 마시 최고경영자(CEO)는 WEEKLY BIZ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태양광·수력·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과잉 생산된 전기를 수소로 변환해 저장했다가, 날씨 영향으로 발전이 어려워졌을 때 수소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전기를 많이 생산하면 수소로 전환해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려면 빈틈을 채워줄 수 있는 수소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마시 CEO는 미국 듀크대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전기 장비 업체 발레르파워 CEO로 일했었다. 현재 미국 연료전지·수소에너지협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이 수소 산업 분야에서 진짜 리더가 되고 싶다면 현재 초기 단계에 있는 수소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수소 생산 이후 수송·활용 등 전반적인 수소 산업 생태계에 대해서도 충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럭 등 상용차에는 수소가 전기보다 유리”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개인들이 주로 활용하는 승용차는 전기차 일종의 ‘기술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버스·트럭·지게차 같은 상용차는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차량이 이점이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마시 CEO는 “수소 연료 전지를 장착한 차량은 전기차보다 충전이 빠르고, 장기간 운행하더라도 균일하게 힘을 낸다는 장점이 있다”며 “한번 충전으로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점”이라고 했다. 항공기나 선박 역시 친환경 에너지원을 활용하려면 수소 연료 전지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번 운항에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한데 배터리 자체 무게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면 상용차나 항공기·선박에 승객이나 화물을 더 많이 실을 수 있는 셈이다.
수소 연료 전지는 내부의 백금 등의 촉매를 통해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물이 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전기가 만들어지고, 물이 배출된다. 마시 CEO는 “연료 전지는 수소만 활용해 에너지를 낼 수 있으며 탄소나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며 “내연기관 엔진에 비해 소음도 훨씬 적다”고 했다. 연료 전지를 활용해 발전한다면 발전소 인근 지역의 민원이나 반발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탄소 배출 적은 수소 만들어야 진짜 친환경
수소 에너지가 진짜 ‘친환경 에너지’가 되려면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이 없어야 한다. 수소 연료 전지로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탄소가 배출되지 않지만, 수소를 생산할 때 탄소가 배출되면 기후 변화 대응 기술이라고 부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색깔’을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어서 천연가스나 메탄을 분해해 만드는 수소는 ‘그레이 수소’다.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탄소를 포집해 대기 중으로 최대한 배출되지 않게 만들면 ‘블루 수소’라고 부른다.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SK E&S가 플러그파워 등과 협력해 2026년까지 충남 보령에 블루수소 생산·활용 시절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해조(Electrolyzer)에서 전기적으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수소는 ‘그린 수소’다. 플러그 파워는 수소 연료 전지와 함께 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해조도 만든다. 마시 CEO는 “한국에 수소 연료 전지 생산을 위한 기가 팩토리를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단순히 연료 전지 생산 시설에 그치지 않고 전해조 등 수소 관련 제품까지 생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외에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만든 수소는 ‘핑크 수소’라 부르고, 바이오매스(biomass)에 열을 가해서 만드는 ‘에메랄드 수소’ 등도 있다.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만드는 방식에 대한 연구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소 산업 선도하는 한국, 지금은 더 치고 나가야 할 때”
신생 기술을 초기 단계에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정부의 관심도 필요하다. 정부의 세제·재정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하는 셈이다. 마시 CEO는 현재 한국 정부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수소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수소 발전 입찰 시장을 개설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며 “수소 사업자로서 우리도 한국 정부가 이러한 정책적 노력과 관심을 지속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청정 수소 인증 제도 도입 등 추가적인 제도 신설 및 정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은 수소 에너지 관련 계획인 하이드로진 샷(Hydrogen Shot)이나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계획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수소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수소 생산이나 수소 관련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이 이뤄지면서 플러그파워 역시 혜택을 보고 있다. 마시 CEO는 “인프레이션 감축법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수소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의 수가 늘어났다”며 “그만큼 초기에 수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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