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자동차의 보행자 사망사고, 운전자 책임은?… 미국서 ‘유죄’ 판결

2018년 우버 시험 운행 중 사망 사고
법원, 운전자에 보호관찰 3년형 내려

2015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시범 운행 장면. 마운틴뷰=AP 연합뉴스

미국 자율주행 자동차로 인한 첫 보행자 사망사고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던 운전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8년 3월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직원이 볼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자율 주행 시험 운행을 하다가 벌어진 사건이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매리코파 카운티 검찰총장실은 해당 교통사고에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라파엘라 바스케스(49)가 매리코파 고등법원에서 보호관찰 3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우버 엔지니어인 바스케스는 2018년 3월 18일 애리조나주 템페에서 자율주행을 시험하던 우버 차량에 보조 운전자로 타고 있다가 자전거로 무단 횡단하던 엘레인 허츠버그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다.

이 사고는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첫 사망 사고로 기록됐다. 바스케스는 사고 당시 노래 경연대회 프로그램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시청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바스케스의 변호사는 우버의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시험 중이었던 만큼 사측도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우버를 기소하지 않았다.

2018년 3월 경찰이 미국 애리조나주 템페에서 발생한 자율주행 우버 차량 사망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템페=AP 연합뉴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도 2019년 11월 바스케스가 차량의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운전자에게 보행자를 피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있었지만, 휴대폰을 보느라 이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다만 NTSB는 우버가 차량에 장착한 소프트웨어가 보행자를 감지하지 못했고, 운전자가 자율주행에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잘못 등 우버 측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우버는 애리조나에서 자율주행 시험 차량을 철수시켰고, 다른 업체들도 자율주행을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 진출을 늦췄다. 매리코파 카운티 검사 레이철 미첼은 “운전자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이든 간에 도로 위나 차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안전이 항상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