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두경부암 주원인
두경부(頭頸部)란 눈, 뇌, 귀, 식도를 제외한 구강, 구인두, 후두, 하인두, 비인두, 갑상선, 침샘 등을 통칭한다. 특별한 징후 없이 목소리가 변하거나, 목의 통증, 입속 궤양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두경부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암등록통계를 보면 두경부암 환자 수는 최근 10년 간 꾸준히 증가해 2020년 5,666명을 기록했다. 2010년 4,346명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남성이 여성 대비 3배 이상 많고,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20년 기준 60대가 가장 많고, 70대, 50대가 뒤따랐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두경부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 특히 흡연자가 음주까지 하면 암이 발생할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
최근에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두경부암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수일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아직까지 흡연과 음주가 주원인으로 작용하는 후두암이 가장 흔하지만, 최근 10년 간 HPV와 관계된 암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두경부암은 입술, 혀, 잇몸 등에 생기는 구강암과 인두암, 침샘암, 비강암 등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 중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후두에 발생하는 후두암 발생자 수가 가장 많았다.
김수일 교수는 “두경부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굉장히 높지만,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에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며 “특별한 징후 없이 6주 이상 목소리가 변하거나, 3주 이상 입속 궤양이 낫지 않거나, 구강 점막에 적백색 반점이 생기거나, 3주 이상 음식을 삼키기 어려우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
초기 두경부암은 이비인후과에서 내시경검사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내시경은 비인두 내시경, 후두 내시경 등이 있다. 내시경으로 두경부암 의심 부위가 발견되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 등 영상의학, 핵의학 검사와 세침 흡입 검사, 조직 생검을 통해 최종 진단한다. HPV 검사도 시행할 수 있다. 하인두암의 경우 암의 식도 침범 여부가 중요해 위식도 내시경검사도 함께 시행한다.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인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두경부 영역 특성상 중요한 혈관과 신경이 밀집한 부위라 고난도 수술일 때가 많다. 삶과 직결되는 부위여서 수술 이후 정상 부위 기능 보존, 미용적인 부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경구강 내시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대표적이다. 두경부암 중 편도나 혀뿌리에 생기는 암과 초기 후두암, 하인두암 등이라면 경구강 내시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가능하다.
내시경 수술은 수술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사용해 목 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수술 부위를 확대·관찰하면서 레이저나 내시경 기구로 병변을 절제한다. 방사선 치료에 비해 치료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저렴하다.
하지만 내시경이 닿기에 너무 깊은 곳에 암이 있거나 각도가 맞지 않으면 로봇 수술이 효과적이다. 경구강 로봇 수술은 로봇의 내시경을 사용해 목 안 깊숙한 곳의 수술 부위를 확대해 관찰하면서 병변을 절제하는 방법이다. 건강한 기관을 보존하고 좁은 공간에서 목으로 보이게 되는 흉터를 없애거나 최소화 할 수 있다. 로봇 팔이 360도 회전해 편리하고 떨림 없이 미세 봉합이 가능하다.
두경부암을 예방하려면 HPV 예방접종을 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해야 한다.
김수일 교수는 "HPV 예방접종은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두경부암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두경부암은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기에 남녀 모두 HPV 예방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금연과 금주를 실천하고, 구강 청결을 유지하고 틀니 등 구강 내 보철물을 치아와 잇몸에 잘 맞게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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