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창단 8년 만에 전국대회 결승 진출…물금고의 '기분 좋은 기적'

배정훈 기자 2023. 7. 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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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까지 물금고 야구부에 진지한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올 시즌 전반기 주말리그에서 6승 무패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가끔 일어나는 이변으로 여겨졌고, 실제 올해 첫 전국대회인 이마트배에서 2회전 탈락, 황금사자기에선 1회전 콜드게임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물금고에게 기대의 시선이 미치지 않은 건 당연한 노릇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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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까지 물금고 야구부에 진지한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마 물금고라는 이름에 익숙한 이조차 별로 없었을 겁니다. 야구부 학생들이 쓸 수 있는 전용구장도 없어 양산 부산대 캠퍼스에 있는 임시 야구장을 빌려 쓰고 있는 2015년 창단한 신생팀이기 때문입니다.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 고교야구에서 유명세를 떨친 적도 거의 없습니다. 역대 최고 성적은 전국대회 8강 진출 단 한 번이고, 물금고 출신으로 프로무대를 밟은 선수는 지금까지 단 두 명에 불과합니다. 그중에서도 드래프트를 통해 바로 프로에 입성한 선수는 현재 삼성에서 뛰고 있는 내야수 김영웅 한 명뿐입니다.

물론 올 시즌 전반기 주말리그에서 6승 무패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가끔 일어나는 이변으로 여겨졌고, 실제 올해 첫 전국대회인 이마트배에서 2회전 탈락, 황금사자기에선 1회전 콜드게임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물금고에게 기대의 시선이 미치지 않은 건 당연한 노릇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청룡기에선 달랐습니다. 16강전 마산고와 경기에서 11대 1로 뒤져 있던 경기를 14대 12 기적의 대역전승으로 극복하며 탄력을 받았고, 비 때문에 사흘에 걸쳐 치러진 8강전에서도 '야구 명문' 충암고와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준결승전에선 역시 돌풍의 팀이었던 경기상고에 대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에 성공한 겁니다.

20여 회의 전국대회 우승 경험을 자랑하는 전통의 강자 경북고와 맞붙은 결승에서도 열세를 점치는 이가 많았지만, 물금고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번 타자 중견수로 나선 주장 공민서가 4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리며 타선을 이끌었고, 1회 2실점하며 흔들리는 듯했던 선발 배강현은 8이닝 동안 3자책점만을 내주며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습니다.

마운드를 든든히 지킨 선발 배강현 선수


이른 시간 경남 양산을 출발해 서울 목동야구장으로 올라온 응원단의 열성적인 응원에 힘입어 끝까지 최선을 다한 물금고는 결국 4대 1 패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의 마침표를 찍은 물금고 선수들은 결코 결승전의 조연이 아니었습니다. 의연하게 우승을 차지한 경북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 물금고 선수들은, 창단 첫 전국대회 준우승 상패를 들어 올리며 화려했던 자신들의 청룡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팀의 창단 첫 준우승을 이끈 물금고 강승영 감독은 "주말리그 전반기 전승을 하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고, 전국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언제든 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면서 "결승전이 끝나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감독 입장에서 고맙다고 했다"며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대회 내내 팀 타선을 이끌며 최다안타상을 수상한 주장 공민서 선수는 "열심히 흘렸던 땀에 결실을 맺은 거 같아서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감독님 코치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습니다.

최다안타상을 수상한 주장 공민서 선수


이제 이어지는 봉황대기를 앞두고 있는 물금고가 또 한 번 기적을 일구어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청룡기 준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봉황대기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주장 공민서 선수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자신감을 얻은 물금고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예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거 같습니다.

지역 사회에서도 이번 준우승으로 양산의 이름을 빛낸 물금고 선수들에게 전용 야구장을 지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물금고 선수들이 다시 한번 더 높은 무대에 설 수 있길 바라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기자 / 영상구성 : 김현준 AD)

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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