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략 점검] BBC의 디스코드행이 의미하는 바는
[미디어오늘 강미혜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The Pentagon leaks were probably the first time you heard about Discord… But now the #BBCNewscast community Discord has landed!” (펜타곤 유출 사건으로 디스코드에 대해 처음 들었을 텐데요... 이제 #BBCNewscast(뉴스캐스트) 커뮤니티 디스코드가 상륙했습니다!)
지난 6월 30일 BBC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BBC 사운즈(BBC Sounds)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이다. BBC 사운즈에서 서비스하는 일일 뉴스 팟캐스트가 디스코드에 방을 열었다는 공지다. 하단에는 초대장 링크와 함께 1분 30초짜리 비디오가 달렸다. 디스코드 개설 목적과 참여 혜택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BBC 사운즈의 이 트윗을 유심히 본 이유는 디스코드라는 용어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영국 공영방송사와 요즘 디지털상에서 가장 힙하다는 플랫폼의 만남이 신선했다.
디스코드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1020 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메신저다. 본래 게이머들이 게임 중 자유롭게 음성 채팅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다양한 영역에서 주제별로 그룹을 생성해 소통하는 커뮤니티 채널로 각광 받고 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가입자가 3억9000만명(운영사 추산)에 달한다.
태생이 온라인 캐릭터로 활동하는 게임에서 비롯됐다 보니 디스코드는 특유의 익명성과 폐쇄성이 살아 있다. 그렇기에 거침없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분위기다. 일부 부작용에도 플랫폼을 애용하게 만드는 강점이다.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유출된 기밀문서가 '조용히' 공유돼 파장을 일으킨 것도 디스코드의 이런 특성에서 기인한다.
팟캐스트와 디스코드는 둘 다 음성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BBC 사운즈가 뉴스캐스트 소통 채널로 디스코드를 택한 건 음성이라는 공통점보다 플랫폼을 채우는 커뮤니티의 힘이 결정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젊은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커뮤니티의 자율성과 파괴력이 기성 미디어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활발한 커뮤니티는 디지털상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비즈니스 확장성까지 지원하는 동력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브랜드들이 커뮤니티 구축에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게다가 디스코드는 웹3 커뮤니티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크립토(Crypto) 시장 플레이어들의 주 활동무대다. 웬만한 NFT(Non 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프로젝트가 다 디스코드 서버(server,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는 대화 공간)를 운영한다.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멤버십을 강화해 가치를 키우는 NFT가 디스코드 생태계와 코드가 맞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BBC 사운즈의 디스코드 입성은 BBC가 NFT 상표를 출원한 직후다. BBC는 지난 5월 '닥터 후(DOCTOR WHO)' 로고를 NFT 상표로 등록했다. 닥터 후는 BBC에서 1963년 첫 방영한 이래 시리즈물로 계속 선보이는 SF 드라마다. 장수한 기간만큼이나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작품이다. 고정 팬이 있으면 신규 NFT도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BBC 측이 닥터후 NFT 관련 어떤 계획이나 입장을 밝히진 않았음에도 웹3 진출과 연결 지어 보는 시선이 짙은 이유일 것이다.
BBC의 작은 움직임들에 해석이 뒤따르는 건 그들의 오랜 디지털 여정을 알고 있어서다. BBC는 디지털 전환혁신에 앞서가는 대표 방송사다. 2007년 주문형 방식(on-demand)의 스트리밍 아이플레이어(iPlayer) 출시를 계기로 '디지털 퍼스트 전략(Digital First Strategy)'을 꾸준히 실행하며 서비스를 고도해왔다. 서두에 언급한 BBC 사운즈 역시 'BBC 뉴스(BBC News)', 'BBC 스포츠(BBC Sport)' 등과 함께 BBC의 디지털 방향성을 구현한 핵심 제품이다.
그에 멈추지 않고 BBC는 지난해 '디지털 퍼스트 BBC(a digital-first BBC)'를 다시 한 번 천명했다. 디지털을 BBC 전략에서 BBC 자체로 만들겠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수신료 동결의 어려움 속에서 예상 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이런 BBC가 디지털 대전환의 새로운 조류로 부상한 웹3를 간과할 리 없다.
언론사 디지털 혁신을 논할 때 대개 신문사를 떠올린다. 영상보다 활자가 더 올드할 뿐더러, 신문과 달리 방송은 뉴스 외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디지털은 전통 미디어의 양축인 신문과 방송 모두를 동시에 덮치는 파고다. 광고 기근현상을 더 일찍, 더 세게 경험한 신문업계가 디지털 구독과 뉴스 유료화를 그나마 길게 고민해 온 것과 비교하면 방송사는 실험과 실패의 경험이 오히려 얕다.
디지털 전환을 서두른 BBC조차 쉬지 않고 새 길을 찾고 있다. 한국 방송사들은 과연 어떤 길 위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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