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진짜 폭염은 안 왔다...21세기 최악의 슈퍼 엘니뇨 '비상' [와이즈픽]

윤현경 2023. 7. 2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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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 예측으로도 가늠하기 어려운 폭우.

집중호우의 패턴이 급속히 바뀌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유례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립니다.

기후 위기, 더 이상 북극곰의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생명을, 생계를 위협하는 눈앞의 공포입니다.

문제는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안 했다는 겁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대처 불가능한 일이 우릴 덮칠지 모릅니다.

1년 365일 뜨거운 적도.

이곳에선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붑니다.

바닷물도 바람 따라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데요.

이 무역풍이 약해지면 바닷물의 이동량도 덩달아 줄고, 동쪽과 서쪽의 날씨까지 크게 달라집니다.

어떻게 달라지냐면,

동태평양 지역에서는 태양열로 데워진 바닷물이 머무르면서 구름이 많아져 강우량이 크게 늘어납니다.

반면, 더운 물 공급이 줄어 수온이 떨어진 서태평양 지역은 강우량 감소로 가물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집니다.

동쪽에선 홍수가, 서쪽에선 가뭄과 산불이 잦아지게 되는 거죠.

적도 동태평양의 온도가 다섯 달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게 지속되는 현상을 '엘니뇨'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온도가 0.5도 이상 낮아지는 현상은 '라니냐'라고 부르고요.

원래 엘니뇨와 라니냐는 에너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지구 활동입니다.

번갈아 가면서, 비교적 주기적으로 발생해왔습니다.

그런데 1977년을 기점으로 라니냐는 현저히 줄어든 반면에 엘니뇨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동서 날씨 차이가 극명해졌고, 그만큼 피해도 커졌습니다.

올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45년 만의 최악 홍수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동아시아가 극심한 폭우로 피해를 볼 때,

반대편에 있는 유럽과 미국은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니, 아직 시작조차 안 한 걸 수도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 NASA는 얼마 전 시작된 엘니뇨는 아직 날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진짜 폭염은 내년에 올 거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다 해수면 온도가 무려 2도 넘게 올라가는 '슈퍼 엘니뇨'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 1982년과 1998년, 그리고 2015년까지 지구는 총 세 번의 슈퍼 엘니뇨를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괴이한 기상이변은 물론, 각종 전염병의 유행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가 났습니다.

10년이 채 안 돼 돌아오는 슈퍼 엘니뇨로 전 세계에 비상이 걸린 이유입니다.

엘니뇨의 영향이 본격화돼 강우량이 늘고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모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합니다.

모기 번식을 막지 못하면 재앙이 닥칠 수도 있는데, 단순히 물리면 가려워서 그런 게 아닙니다.

모기가 뎅기열 같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매개체 역할을 해서 그렇습니다.

실제로 21세기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받는 2015년 슈퍼엘니뇨 당시,

미국 콜로라도와 뉴멕시코에서는 페스트와 한타바이러스가,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는 콜레라가, 브라질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뎅기열이 창궐해

전 세계적으로 최소 6,000만 명이 피해를 봤습니다.

아직 엘니뇨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평가받는 지금도,

이미 남미와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열대성 질병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태국 뎅기열 발생 건수가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페루에선 뎅기열로 수백 명이 숨지자, 국가 보건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팬데믹으로 바이러스의 공포를 경험했습니다.

제때 대응이 어려운 바이러스가 대응하기 어려운 속도로 전파되면 사회는 마비되고, 경제는 추락합니다.

[TEDROS ADHANOM GHEBREYESUS / WHO 사무총장 : WHO는 2023~2024년에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엘니뇨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뎅기열과 지카, 치쿤구니야와 같은 아르보 바이러스 전파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모기 번식과 이러한 질병의 확산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엘니뇨로 인한 양극단의 이상기후는 먹거리 물가의 폭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가뭄과 산불,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곡식과 과일 등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하는데,

이러한 1차 산업의 붕괴는 유통업, 도매업과 같은 2차, 3차 산업에 타격을 주고 나아가 전 세계에 식량 인플레이션 위기를 몰고 옵니다.

안 그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불안정한 곡물가격에 인플레이션까지 오면 전 세계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쌀 수출 1위였던 인도는 이번 폭우로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입자 수출 절반을 금지 조치했고

태국과 베트남에선 가뭄으로 인한 쌀 공급 우려로 수출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치솟는 농산물 가격에 신흥국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슈퍼 엘니뇨가 세계 경제에 줄 수 있는 피해를 최소 3조 달러, 한화 약 4,000조 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지구는 지난 3년간 '라니냐'를 겪었습니다.

3년 동안 지구 냉각 효과가 지속됐단 뜻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6월은 지구온도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때로 기록됐습니다.

라니냐의 효과가 무색할 만큼 엘니뇨의 기세가 무섭다는 뜻이겠죠.

이렇게 엘니뇨가 극단적인 이상기후로 변질되는 원인,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지목합니다.

[TOM DI LIBERTO / NOAA(국립해양대기국) 기후 과학자 : 2016년 이후 계속되는 온난화로 인해, 2024년에는 기록적인 엘니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기록됐던 더위는 대부분 엘니뇨의 영향으로 발생했는데, 이는 이미 인간이 야기한 온난화에 약간의 힘을 더해주기 때문입니다.]

엘니뇨는 지구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상기후를 초래하는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엘니뇨가 지구온난화와 본격적으로 결합하면 우린, 듣도 보도 못한 이상기후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YTN 윤현경 (goyhk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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