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통일부 85명 감축 감사원 50명 증원…尹정부의 상과 벌
통일부가 28일 발표한 조직개편 방향에 따르면 우선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분야를 담당하는 교류협력국과 남북회담본부,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조직을 국장급이 지휘하는 1개 조직으로 통폐합한다.
아울러 국군포로와 납북자, 억류자 등을 전담하는 납북자대책반이 통일부 장관 직속으로 신설 된다.
조직 통폐합 과정에서는 통일부 정원 600명의 15%, 80-90명이 감축될 전망이다. 고위직급을 중심으로 외부 인력 충원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통일부를 떠나는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남북 간 교류·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 국제정치 상황에 걸맞은 유연하고 경쟁력 있고 효율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조직개편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 북한의 거부로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부서와 인력을 줄인다는 것이다.
통일부의 전면적인 조직개편은 통일부의 역할을 재조정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달 3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며,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통일부 조직과 인력 감축에 대해서는 사실 논란이 많다. 물론 현재의 남북관계, 국제정세, 정부의 정책 수요를 반영해 조직과 업무를 재편하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이완된 업무를 다 잡기 위해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원을 줄이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통일부는 미래 비전을 준비하는 부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평화통일이야말로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유력한 미래 비전 중 하나일 것이다.
북한이라는 어려운 상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의 통일 공감대를 유지, 확산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현 정부가 중시하는 통일 교육과 이를 통한 통일 공감대 형성, 북한 인권개선, 탈북민 정착, 납북자 문제 진전, 대북정보 분석력 제고 등이야말로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인내, 자원의 투입이 필요한 일이다. 남북회담본부 등의 통폐합은 이미 끊겨가고 있는 회담 전문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회담이 없다고 해서 인력을 줄이면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위해서라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통일부와 달리 대폭적인 증원이 추진되는 곳이 감사원이다. 정원 1080명에서 감사관의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기획재정부와 예산 문제를 협의 중이다. 감사관 증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직사회 안팎의 이권 카르텔 타파와 맥락이 닿아있다.
감사원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 동안 증원이 이뤄지지 못한 만큼 최소 50명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0명의 증원이 확정되면, 1080명의 현재 정원에서 결원 보충을 위해 올 하반기에 채용할 예정인 49명까지 합해 100여명의 인력이 올 연말을 전후해 충원되는 셈이다.
감사원의 증원과 강화는 윤석열 정부가 각종 감사를 통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 기강만이 아니라 탈 원전과 부동산 정책, 4대강 등 환경정책, 시민단체 보조금 지원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감사가 이뤄진 바 있다.
감사원은 "확충된 감사 인력으로 공직사회의 기본 질서를 바로 세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력의 증원과 감축은 부처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움직이는 주요 수단이다. 일종의 상과 벌이다. 통일부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조직과 인력 감축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대표적인 부서이다. 지난 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뒤에는 조직 진단을 통해 528명이 387명으로 141명, 이명박 정부에서는 550명에서 470명으로 80명의 정원이 감축된 바 있다. 한반도 정세 변화와 새 정부의 정책 수요를 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전 정부와 연결되는 이념적 단죄의 성격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북한을 상대하는 '통일부 때리기'는 사실 어느 정부이든 이념적 선을 분명하게 내세울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초창기도 아니고 출범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대북지원부'라는 정체성 비판과 함께 대대적인 통일부 인력 감축이 추진되고 있다. 조직과 인사의 큰 틀은 대통령실에서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왜 현 시점에서 이념적 선명성을 내세울 필요가 생긴 것일까? 혹시 내년 총선을 의식하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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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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