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결혼자금 3억을 지원받는 신혼부부는 몇 명일까

조윤하 기자 2023. 7. 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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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결혼자금'에 한해서 증여세 공제 한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부모가 자녀한테 재산을 증여할 때, 5천만 원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았습니다.

현행 기준으로는 자녀가 부모에게 1억 5천만 원을 증여받을 경우, 증여세 97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에게 모두 지원받는다면 증여세는 각각 970만 원으로, 모두 1940만 원을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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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도 세법개정안, '부자 감세' 비판 나오는 이유


정부가 내년부터 '결혼자금'에 한해서 증여세 공제 한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부모가 자녀한테 재산을 증여할 때, 5천만 원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았습니다. 5천만 원을 넘는 금액에 한해서만 증여세를 부과했죠.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앞으로 신랑과 신부는 부모로부터 기존 5천만 원에 추가로 1억 원을 '세금 없이' 더 받을 수 있습니다.

현행 기준으로는 자녀가 부모에게 1억 5천만 원을 증여받을 경우, 증여세 97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에게 모두 지원받는다면 증여세는 각각 970만 원으로, 모두 1940만 원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혼인신고 2년 이내인 신혼부부는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부모 재산 3억 원을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결혼자금에 한해 공제 한도를 높여준 이유는 결혼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비용 부담이 적어지면 결혼을 더 많이 하고, 아이를 많이 낳을 테니 저출산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겠냐는 장밋빛 구상이죠. 사실, 전세든 자가든 간에 신혼집 마련하는 데만 수억, 수천억 원이 들어가고, 식장 예약부터 혼수용품,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까지. 들어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닙니다. 또, 증여세 공제 한도가 5천만 원으로 정해진 건 9년 전인 2014년입니다. 그 사이 물가부터 집값까지 안 오른 게 없으니 '낡은 제도'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1억 5천만 원을 세 부담 없이 부모에게 물려받으라'는 이번 개정안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모인들 자녀에게 선뜻 돈 내어주고 싶지 않겠냐 만은, 현실적으로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자녀가 결혼한다고 양가 합쳐 3억을 내어줄 수 있는 부모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또, 이렇게 지원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는 몇 명이나 될까요.


기획재정부는 '청년들의 결혼 관련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청년 중 '부모에게 물려받을 재산이 많은 청년'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자녀에게 줄 돈이 많은, 부모에게 받을 돈이 많은 '특정 계층'에게만 세제 혜택이 편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민 감세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해야 하는 세제가, 오히려 부의 대물림을 돕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사 댓글 中

"3억을 줄 때 '증여세 걱정'에 못 주진 않아요. 3억이 없어서 못 주는 거지...
3억을 줄 때 증여세 없애준다고 안 할 결혼을 더 하지도 않고요."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왜 결혼을 안 하고,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요. 적어도 증여세 때문에 결혼 안 하고, 아이 안 낳는 건 아닐 겁니다. '부모에게 재정지원 받아 결혼하고, 출산하라'는 사고방식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저출산 문제를 너무 단편화시킵니다. 결혼부터 출산, 양육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과 동시에 '아이를 낳고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마음 놓고 출산, 육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구조적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세제 개편을 통한 저출산 해결은 아득해 보입니다.

▶ 관련 기사 - '출산 장려'…결혼 때 최대 3억 증여세 면제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5/0001076881?sid=101 ]

조윤하 기자 ha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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