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로 고통받는 사람들②] 4년째 굉음 울리는 임대아파트

이경민 2023. 7.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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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유발하는 시한폭탄 같은 소음(90dB) 무작위 발생
-시행사, 제품 전체 교체했지만 여전히 소음 발생

지난 21일 아파트 입주민들을 소음 고통에 빠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LNG 가스누설경보기 제품. /전주=이경민 기자

전북혁신도시에 아파트가 조성된 지 어느덧 10년.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여전히 아파트 하자 문제로 수년째 골탕을 먹는 입주민들이 있다. 1차 보도를 통해 우미린 아파트 하자 문제에 대해 조명했다. 이번에는 태영건설이 준공한 임대아파트가 4년 동안 난청을 유발할 정도의 굉음이 무작위로 울려대고 있어, 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사연을 <더팩트> 취재진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①전북혁신도시 우미린 아파트 ‘자재 바꿔치기’ 논란
②4년째 굉음 울리는 임대아파트

[더팩트 | 전주=이경민 기자] 태영건설과 지역 업체인 삼부종합건설 등이 지난 2019년 준공한 전북혁신도시 전주법조타운 내 만성에코르 임대아파트. 이 임대아파트 832세대 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린 굉음은 입주 초기(2019년 9월 이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 굉음은 진공청소기 소리와 흡사해 처음(2019~2020년)에는 주민 간 분쟁도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주민들은 엘리베이터에 이른 새벽과 밤늦은 시간에 진공청소기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호소문을 부착하기도 했으며, 진공청소기 소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이번에는 의류건조기 소리로도 몰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주민들의 추정과 달리 이 굉음의 정체는 다름 아닌 태영건설이 보일러실에 설치한 ‘LNG 가스 누설 탐지기’의 경보음이었던 것이었다.

경보음 크기는 90dB(A)로 전해졌으며, 연구 결과 이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난청이 시작되는 등 신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주민은 이 경보음이 한번 울려대기 시작하면 해결되는 데까지 2~7일 걸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경보음이 발생한 원인 세대를 찾는데 1~2일, 그리고 하자 수리하는 업체가 대구시에 소재해서 출장까지 평균 3~5일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할 때는 명절 기간에 발생해 연휴 기간 내내 주민들은 이 굉음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소음이 공식적으로 전북개발공사에 접수된 건은 2019년 19건, 2020년 48건, 2021년 80건 등 총 147건이며, 다수의 주민에 따르면 실제 생활에서는 이 소음이 더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접수된 건수만 살펴봐도 주민들이 수백 일의 시간을 이 굉음과 함께 생활한 셈이다.

아파트 보일러실에서 오작동을 일으켜 경보음을 울려대는 LNG 가스경보 누설기/전주=이경민 기자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자 시행사인 전북개발공사가 문제의 제품에 대해 전수조사 후 같은 회사의 다른 제품으로 교체를 추진했다. 당시 일부 주민들은 다른 회사의 제품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주민들의 우려처럼 올해도 이 굉음이 울려대고 있다.

실제 이 소음 폭탄이 또다시 터진 것은 주말이 시작됐던 지난 21일 새벽. 이 소음은 이틀 동안 주민들을 괴롭히다 사라진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시 주민들의 항의 전화를 받은 관리사무소는 이 원인 세대를 찾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과 100여 통에 가까운 인터폰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결국 가스 누설 경보기 오작동 세대를 찾지 못했다. 이 경보음은 며칠간 오작동으로 울리다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태영건설이 이 문제의 제품을 설치했지만, 애꿎은 주민들은 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관리사무소와 전북개발공사는 주민들 항의에 진땀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관계자는 "경보음이 울리면 수리할 때까지 이중창까지 창문을 모두 닫고 참고 지내달라"면서 "올해는 처음 발생한 것 같다. 경보기 보증기한이 4년이기에 문제가 생기면 업체에 수리해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전북개발공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태양건설이 시공했다. 입주 초기부터 이 소음 하자가 많이 발생해, 우리가 전수조사를 벌여 전 제품에 대해 같은 회사의 다른 제품으로 모두 교체한 상황이다. 지난 주말에 발생한 소음은 우리 측(전북개발공사)에 접수된 것은 없었다. 다시 한번 면밀히 확인해보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주민들은 오늘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소음 시한폭탄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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