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경로를 겹겹이 쌓다...허명욱 '옻칠'과 이호진 '유화'
[앵커]
회화와 조각, 공예 등 옻칠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온 허명욱 작가의 작품에는 시간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반면 이호진 작가의 추상화에는 지나온 삶의 경로가 겹쳐져 오묘한 색감을 뿜어냅니다.
다른 듯 닮은 두 작가의 전시회를 이교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허명욱 작가의 작품에는 작가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이 함께 존재하며 호흡합니다.
단색화나 동양화처럼 보이는 오묘한 색감.
옻칠하고 말리길 수십 차례, 긴 기다림 끝에 서서히 배여 나온 색의 조화, 시간의 흔적입니다.
[허명욱 / 작가 : (옻칠은) 온도, 습도, 이런 것들이 맞아야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자기 색이 나오는 거에요. 이게 너무 저한테는 매력이에요.]
천여 개의 형형색색 자작나무 막대기엔 십 년에 걸친 색과 시간의 기록, 하루하루 감정과 기운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허명욱 / 작가 : 과정이라는 건 우리가 물리적으로 시간에 대한 얘기를 하지만 사실 속에 있는 거는 그 시간보다도 그 감정, 감정이 쌓이는 거에요. 이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하나의 작품이 되고…]
이호진 작가는 아크릴보다 더디 마르는 유화로 시간과 기억의 중첩을 추상적으로 표현합니다.
도시와 자연의 이미지가 혼재된 화사한 밑바탕에 흰색을 더한 화폭에는 지난 세월 불안과 희망의 정서와 함께 끊임없는 공존과 순환의 열망이 여러 겹 포개져 있습니다.
[이호진 / 작가 : 평온할 수도 있지만 또 계속해서 불안을 느끼고 부유하고, 또 현재가 또 미래로 나아가고, 여러 가지 시점에서의 여러 감정과 문제의식, 이런 것들을 내포하는 작업을 진행해보고 싶었습니다.]
'스페이스 캔'이라는 현대적 공간과 함께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동시에 이뤄진 전시.
작가가 힘겹게 밟아온 여러 갈래 길과 그 끝에 다다른 현재의 낯선 풍경을 통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진로의 고민에 동참하게 합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촬영기자 : 이현오
화면 제공 : 가나아트
■ 전시 정보 허명욱 개인전 <시간의 중첩(Overlaying Time)> 8월 20일까지 / 가나아트 보광
이호진 개인전 <The Location, 경로> 8월 3일까지 / 스페이스캔, 오래된 집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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