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홈피에 이미지가 1장도 없네…이것이 '버핏 스타일'[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김재현 전문위원 2023. 7. 29. 08: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버핏 워너비를 위한 워런 버핏 이야기⑭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첫 화면/사진=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캡쳐
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신 적이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3)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사실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사람이 적습니다. 그런데, 버크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늘날의 버크셔를 만든 버핏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필자가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든 생각은 이게 정말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가 맞는지였습니다. 현재 시총 약 7600억달러(약 973조원)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홈페이지는 사진 한 장 없이 하얀 색 바탕화면에 달랑 연례 주주서한, 사업보고서, 자회사 링크 등만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만든 개인 홈페이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인데요, 버크셔의 연차보고서(Annual report)도 사진 한 장 없이 텍스트와 표만 있습니다. 사진과 다양한 그래픽으로 화려하게 꾸미는 다른 상장기업의 연차보고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2015년 크리스마스 기념 사진을 찍은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 직원/사진=워런 버핏의 2015년 연례 주주서한
시총 7600억달러 버크셔, 본사 직원은 불과 25명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15층 건물 블랙스톤 플라자에 위치한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도 버크셔의 홈페이지와 비슷한 느낌을 줄 것 같습니다. 버크셔는 1962년부터 이 건물 한 층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시총 760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복합기업의 본사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사무실입니다.

본사에는 약 2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버크셔 사무실이 좁은 복도와 오래된 카펫 때문에 수십억 달러짜리 대기업의 본사라기보다는 커뮤니티 컬리지(community college·지역사회 대학) 사무실 느낌이라고 묘사했습니다.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의 블랙스톤 플라자(맨왼쪽) /사진=구글지도

이곳에서 버핏은 약 25명의 직원과 함께 총 임직원 수 38만이 넘는 62개의 자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버크셔의 2022년 매출액은 3021억달러(약 387조원), 주식 포트폴리오 규모는 3200억달러(약 410조원)가 넘습니다. 대단하지요?

버핏은 2010년 연례 주주서한에서 버크셔의 '세계 본부'는 연간 임차료가 27만212달러(약 3억4600만원), 본부의 가구, 미술품, 콜라 자판기, 구내 식당, IT 장비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30만1363달러(약 3억8600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버크셔 본사 사무실과 내부 인테리어가 어떨지 대충 상상이 가네요.

버핏은 자신과 멍거가 여러분의 돈을 내 돈처럼 아끼는 한 버크셔 경영자들도 돈을 아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야 버크셔의 홈페이지와 사무실이 왜 그렇게 소박한지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주인의식은 아주 중요한 버크셔의 문화인데요, 버핏은 버크셔의 보상 프로그램, 주주총회, 심지어 연차보고서까지도 모두 버크셔 문화를 강화하도록 설계됐다고 이야기합니다.

버핏이 자회사 경영자를 선택하는 방법도 남다릅니다. 버핏은 가장 뛰어난 인재를 뽑아서 최대의 자율성을 보장합니다. 최고의 인재 가운데 마이크로매니지먼트(micro management·세부 사항까지 통제) 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버핏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관료주의를 혐오하고 분권주의를 추구하는 버크셔
버핏은 2015년 연례 주주서한에서는 버크셔가 생산성 향상을 갈망하고 관료주의를 혐오한다고 밝히면서 버크셔는 계속해서 전대미문의 극단적인 분권주의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버크셔의 분권주의는 유명합니다. 버핏은 자회사 경영자들에게 자본 배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한을 위임하며 최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버크셔 본사에는 법무실도 없고 다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홍보·IR·전략·인수 담당 부서도 없으며 자회사에 예산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감사 기능만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게 버크셔 본사가 25명의 직원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윌리엄 손다이크가 하버드대 MBA학생들과 '세기의 경영자'로 불리는 잭 웰치 이상의 성과를 거둔 CEO 8명을 찾아내고 분석한 '현금의 재발견'(The Outsiders: Eight Unconventional CEOs and Their Radically Rational Blueprint for Success)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요. 버핏을 포함한 이들 8명에게는 일반적인 CEO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습니다.
1. 자본배분은 CEO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2.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주당가치를 높이는 것이지, 기업 전체 성장이나 규모가 아니다
3.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연차보고서상 이익이 아니라 현금흐름이 결정한다
4. 분권화된 조직은 기업가다운 에너지를 일으키고 비용과 반목을 낮춘다
5. 독자적인 사고는 장기적인 성공에 필수요소다. 월스트리트나 언론 등 외부조언자들과 하는 교류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시간도 낭비한다
6. 때때로 최고의 투자대상은 자사주다
7. 기업을 인수할 때는 인내가 미덕이다. 가끔은 과감함이 미덕일 때도 있다

어쩐지 워런 버핏을 설명하는 것 같지 않나요? 특히 자본배분, 분권화된 조직, 독자적인 사고를 강조한 부분이 와닿습니다. 버크셔 자회사를 경영하는 CEO들은 조언이나 사업용 자본을 요청하지 않는 한 버핏에게 전혀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버핏은 이런 분권화가 간접비용은 낮추고 CEO의 기업가 정신 능력을 발휘시켜 조직의 전체 효율성을 높인다고 여겼습니다.

버크셔는 '프랑스 레스토랑'이 아니라 '햄버거 가게'
콜라를 마시고 있는 워런 버핏/로이터=뉴스1
버핏은 주주를 대하는 태도도 남달랐습니다. 버핏은 버크셔의 형태가 주식회사이지만 자신의 마음자세는 '동업자'라고 밝히면서 버크셔를 좋아하는 주주들이 가능하면 오랫동안 주식을 보유하기를 원했습니다.

2020년 연례 주주서한에서 일부 '동업자'는 교체되겠지만, 자신과 찰리는 교체되는 동업자의 수가 극히 적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친구, 이웃, 배우자가 빠르게 교체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는지 반문합니다.

버핏은 1958년 필립 피셔가 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에서 상장회사 경영을 식당 경영에 비유한 걸 인용했는데요. 식당은 햄버거와 코카콜라로 손님을 모을 수도 있고 프랑스 요리와 와인으로 손님을 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공하는 음식을 변덕스럽게 바꾸면 안 된다고 피셔는 경고합니다. 잠재 고객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이들이 실제 받는 서비스와 일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버크셔가 56년 동안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제공하면서 모은 고객들을 소중히 여긴다고 말합니다. 요즘도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맥도날드에 들러 햄버거로 아침식사를 즐기고 하루에 콜라 5캔을 먹는 다는 버핏다운 말입니다. 버크셔는 프랑스 레스토랑이 아니라 햄버거 가게입니다.

버핏은 버크셔에 주주 빈 자리가 안 나오면 좋겠지만, 만약 나온다면 버크셔를 잘 이해하고 원하는 새로운 주주들이 차지하길 바란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실적은 약속할 수가 없지만, 주주를 '동업자'로 대우하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주주를 '동업자'로 대우하겠다는 버핏의 말이 참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래서인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는 자신을 15년 또는 20년 된 주주라고 소개하는 질문자가 많습니다. 버핏도 멋있지만 버크셔와 15년, 20년을 동행한 주주도 정말 멋있네요.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