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더위 먹었다?'... 날씨 아닌 '이것' 문제?!

최지현 2023. 7. 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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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춥다 Vs 유난히 덥다"... 호르몬 기능 이상일 수도
여름에 갑자기 몸이 아프면 흔히 '더위 먹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폭염의 날씨에도 이상하게 갑자기 추위를 타거나 지나치게 더위를 탄다면 더운 날씨로 인한 영향보다는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름에 갑자기 몸이 아프면 흔히 '더위 먹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더위로 체력이 소진해 여름 감기에 걸리거나 강한 햇볕에 노출돼 생기는 일사병이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몸에 열이 쌓이는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을 얘기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론 폭염의 날씨에도 이상하게 갑자기 추위를 타거나 지나치게 더위를 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단순히 더운 날씨로 인한 영향보다는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턱 아래 목 앞 부분에 위치한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체 기관이다.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이다. 신생아나 소아의 성장과 두뇌 발달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특정한 원인 때문에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생겨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적거나 많게 분비되는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폭염에도 이상하게 춥다?

무더위에도 때아닌 추위를 느끼며 피로감과 무기력증도 느낀다면,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적게 분비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흔히 이를 냉방병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냉방병으로 인한 가벼운 감기와 몸살, 권태감 등의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온몸의 대사 속도가 떨어뜨리기 때문에 만성 피로감과 함께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탓에 쉽게 피곤해지고 의욕도 없어지며 말도 느려진다. 소화가 잘 안되고 입맛도 없어 잘 먹지 못하는데도 몸이 붓고 체중도 증가할 수 있다. 피부는 거칠고 차가워지면서 체온도 정상보다 낮아져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갑상선기능항진증 증상 비교 [자료=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유독 추위를 타는 이유는 에너지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모든 반응이 느려지고 열 발생이 줄어 기초대사율이 감소하면서 추위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여성은 생리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 심장근육의 수축력도 떨어져 오랜 기간 방치하면 심장병이나 고지혈증에 의한 동맥경화도 발생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치료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경구 약제로 복용하는 방식이다. 치료를 시작한 지 2~3개월 정도면 증상이 좋아진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기에 해당 약제로 생기는 부작용은 거의 없다. 임신했어도 임의로 약을 끊어선 안 된다.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안전하며 임신으로 갑상선 호르몬 요구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용량을 30~50%가량 더 늘려야 한다. 오히려 약을 갑자기 끊으면 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변해 산모와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 고경수 교수는 "증상이 없어지거나 좋아졌다고 하여 치료를 중단하거나 늦춰서는 안 된다"면서 "의료진과 상의하지 않고 치료를 중단하면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장질환이나 의식불명 등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 유난히 덥다?

반면, 폭염에 유독 더위를 타면서 땀을 많이 흘린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땐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신진대사가 빨라지기 때문에, 체온이 올라 더위를 더 참기 힘들고 식욕이 왕성해져 많이 먹는데도 오히려 체중이 줄고 피로감을 쉽게 느낀다.

가벼운 운동에도 평소보다 숨이 가쁘고 가슴이 쉽게 두근거린다. 심하면 부정맥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신경도 매우 예민해져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내고 집중이 되지 않아 안절부절못하며 손이 떨리기도 한다. 여성은 월경이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50~60대 여성에서 많이 발병해 갱년기 증상과 혼동하기도 한다.

혈액 검사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확인한 후 약물 치료가 가능하다. 복용 후 2개월 정도부터 기능이 회복하며 1~2년 정도는 재발 방지와 기능 유지를 위해 약물 치료를 이어간다. 약물 치료가 통하지 않으면 베타선, 감마선 등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요오드(동위원소) 치료를 고려하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갑상선 부위에 결절이 같이 있다면 갑상선암을 의심할 수 있다.

폭염에 유독 더위를 타면서 땀을 많이 흘린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땐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신진대사가 빨라지기 때문에, 체온이 올라 더위를 더 참기 힘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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