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 ‘전승절’ 야간 열병식…중러와 연대 과시

KBS 2023. 7. 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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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의 창'입니다.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미국 하와이에 안치됐던 6·25 전쟁 국군 전사자 일곱 분의 유해가 돌아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봉환 행사에 참석해 돌아온 영웅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췄는데요.

정부는 유엔 참전용사와 6.25 참전 유공자 4천여 명을 초청해 부산에서 대규모 기념식도 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도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세계 평화의 핵심축이라는 포고문도 내놨습니다.

앞으론 그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되겠습니다.

그럼 7월 마지막 주 '남북의 창' 문을 열겠습니다.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심야 열병식을 열었습니다.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8형을 비롯해 무인정찰기 등 신형 무기도 대거 공개했죠.

또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대표단을 이번 열병식에 초청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이 전승절에 외국 대표단을 초청하는 건 10년 만인데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외빈맞이였습니다.

북중러의 굳건한 연대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슈 앤 한반도'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이번 북한 전승절 열병식에서 가장 관심을 끈 건 새롭게 개발된 무인정찰기와 공격형 무인기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정찰기는 우리 공군이 고고도 정찰용으로 사용하는 미국의 글로벌호크와 외형이 비슷합니다.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중고도 무인공격기 또한 미국 MQ-9 리퍼와 흡사한 모양샙니다.

특히 열병식에 앞서 신형 무인기들의 비행, 사격 영상까지 공개하며 실전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류성엽/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 : "항공역학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글로벌호크와 리퍼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형상이에요. 이 형상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개발 과정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니까 그런 방법을 선택을 했을 겁니다. 결국에는 성능을 고려를 해서 설계를 하기 때문에 형상에 맞게 성능도 나온다고 보면 되겠죠."]

열병식에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들을 선보였고, 핵어뢰 해일의 실물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마지막은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과 기존 화성-17형 부대가 장식했습니다.

[조선중앙TV/7월 28일 : "만 리 창공에 치솟는 주체 조선의 힘이 최절정에서 발사하는 시각입니다."]

과거에는 화성 계열 ICBM 과시에 치중했다면, 무인기 등 위협의 실체가 훨씬 다변화하고 있다는 평갑니다.

[류성엽/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 : "위협이 굉장히 고도화되고 있고 그리고 그 수준도 매우 높아지고 있어서 과거에는 비대칭전력 측면에서만 우리가 북한에 뒤지고 있다는 평가들이 많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첨단 무기 관련돼서도 생각보다 꽤 많은 영역에서 우리가 우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을 생략하고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신 강순남 국방상이 나서, 미국이 선제 핵공격을 가하면 북한의 보복 공격으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또, 핵협의그룹과 전략핵잠수함 전개 등을 언급하며 정세 긴장의 책임을 한미에 전가했습니다.

[강순남/북한 국방상/7월 27일 : "만일 미합중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여직 상상해 보지 못한, 직면해 보지 못한 위기를 당해야 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에 올라 북중러의 밀착 연대를 과시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러시아 군사대표단 방북 이후 접견과 기념공연관람, 무장장비 전시회와 열병식 참석까지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했습니다.

특히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북한제 무기를 일일이 설명하는 장면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선중앙TV/7월 27일 : "쇼이구 동지와 담소하시면서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에 맞서 두 나라의 자주권과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차두현/아산정책연구위원 수석연구위원 : "아무래도 지금 최근에 아마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고 있고요. 그리고 작년부터 김정은이 지금의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어떤 가치 대립의 구도 자체를, 동북아시아 차원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이끌고 가는 게 자신들한테 유리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가 북한의 불법 무기를 지지하고 있다"며 "국제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정전협정 체결 후 남북한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한국은 자본주의 진영의 성공적 모델 국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북한은 핵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면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죠.

그러면서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얼마 전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란 호칭을 사용해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죠.

그렇다면, 정말 남과 북이 ‘남-남’이 된다면 어떨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역대 최다 규모인 39차례의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미제와 남조선 괴뢰 악당들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이 발악적으로 가증될수록 이를 철저히 억제하고..."]

북한 피로증은 계속 쌓이고 개인을 중시하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통일의 당위성도 낮아지는 분위깁니다.

최근 민주평통자문회의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1명 정도만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로는 극심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 발생, 막대한 경제적 비용 발생 등을 꼽았습니다.

[김진무/전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통일은 민족중흥의 발판이 될 수 있고 우리의 소원이며 그렇단 말이에요. 그런데 과거엔 형제, 자매가 만나면 끝나는 거였는데 70년 지나고 보니 만날 형제, 자매도 없어. 통일이 뭐야? 통일하면 진짜 대박이 나는 거야? 독일은 대박이 났지만 엄청 고생했다던데? 특히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통일회의론이 굉장히 확산돼있단 말이죠."]

북한 역시 2019년 이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대남 부서 폐지 등 남북관계의 틀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선 미묘한 변화가 보인다는 평갑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담화에선 서로 의식하지 말고 살자고 밝혔습니다.

최근엔 비난 담화에선 보기 힘든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왜 갑자기 남조선, 북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했느냐에 관해서는 결국은 그동안의 민족공조에 의한 남북 관계를 이제 중단하고 남한과 북한은 각각의 다른 외국으로 간주를 하겠다는 표현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공식 전환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차두현/아산정책연구위원 수석연구위원 : "김여정 담화에는 남조선이라는 표현, 대한민국이라는 표현, 그리고 미국을 지칭하는 미합중국이라는 표현이 섞여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대한민국에만 유독 인용부호를 붙이고 있어요. 전반적인 맥락을 읽어보면 스스로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소위 대한민국이’ 이런 뉘앙스가 더 강하고요. 우리를 정치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국호를 불러준다는 의미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김진무/전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우리가 빨리 통일해서 남한 주민도 미제로부터 해방하고 우리 인민들 모두가 잘 살아야 된다는 것이 끊임없이 70년 동안 북한 주민들한테 세뇌해 왔던 얘기예요. 근데 두 개의 국가로 갈라진다면 70년 동안 세뇌했던 핵심적인 정당성의 기초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려야 되잖아요.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보면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특수관계에 매달리는 게 오히려 남북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김진무/전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통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고 하나는 절대 독재 수령체제란 말이에요. 이 두 체제가 수렴할 수 없잖아요. 두 체제 중에 하나는 없어져야 돼. 결국은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상황을 쭉 들여다보면 (남북이) 서로 통일하지 않고 분리 독립하는 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죠."]

그러면 남북이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한다면 어떤 기대효과가 있을까?

먼저 끝없는 군비 경쟁에서 벗어나고 천문학적인 분단비용을 경제와 복지 등의 분야로 돌릴 수 있습니다.

또 남북이 각각 미국과 중국 중심의 경제발전을 추진하거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경제 논리에 따른 협력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차두현/아산정책연구위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도 지금 굉장히 안 좋은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GDP의 30%, 공식적으로는 2~30% 가량을 지금 군사비를 투여하고 있는 거예요. 그 분야들을 다른데 돌릴 수가 있거든요. 우리 같은 경우에도 대북 정책을 놓고 국내적인 어떤 분열이라든가 이런 것 자체가 치유될 수가 있고 통합 효과 면에서도 분명한 이익이 있을 수가 있고 경제적인 기여도 있죠."]

이를 위해선 남북 간 적대 금지와 상호 불가침조약 등 전제조건 등이 선행돼야 합니다.

[차두현/아산정책연구위원 수석연구위원 : "그 불가침을 지금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핵 개발이거든요. 그러니까 비핵화 약속이 분명히 있어야 될 거예요. 그 체제 자체가 정말 인권이라든가 이런 것을 심하게 훼손할 경우에는 거기에 대한 적절한 조언이라든가 아니면 권고도 할 수가 있어야 되고요."]

끝나지 않은 정전 70년이 보여주듯 남북은 여전히 불안한 평화 속에 살고 있고, 통일은 더 멀어지는 모양샙니다.

통일이라는 민족적 목표를 지키면서 공존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뭔지 진지하게 찾아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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