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해체 계획 결국 원점으로, ‘녹조라떼’ 시즌2?
환경단체 “MB정부 회귀, 4대강 파괴 정책”
[주간경향] “5년간 홍수피해 복구비(21조원)만으로도 4대강 사업비(22조2000억원)가 해결됩니다”
2010년 8월. 공사가 한창이던 4대강 사업을 놓고 사업비 과다 지출 논란이 제기되자 이명박 정부가 온라인 홍보물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다. 당시에도 이미 “무슨 연간 홍수피해 복구비가 4조원이 넘나”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금 봐도 근거가 희박하다.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4대강 사업 후에는 홍수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 4대강 사업 완료 후 10년이 지났다. 4대강 사업으로는 홍수를 막을 수 없음을 지금은 모두가 안다.
물관리의 기본은 물난리를 예방하는 ‘치수(治水)’와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이수(利水)’다. “운하 목적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던 MB 정부가 내세운 4대강 사업의 최대 목적이었다. 치수와 이수에 4대강 사업이 효과적이었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현실을 직시할 순 있다. 올해 봄 남부 지방을 덮친 기록적인 가뭄엔 4대강도 속수무책이었다. 7월 집중호우로 4대강 지류인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했다.
4대강 곳곳에 심어진 보(4대강 보)를 둘러싸고는 생태계 파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보가 치수·이수 기능이 거의 없는 반면 수질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에 ‘4대강 재자연화’를 내걸고 금강·영산강의 5개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개방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이 결정을 완전히 뒤집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7월 20일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하고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문 정부의 결정에 4대강 반대론자가 개입하는 등 과학적이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는 이유를 댔다. 환경단체 등은 보 존치에 대한 근거 제시가 부족한 점 등을 들어 “정략적 감사,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하는 중이다.
‘MB맨’ 한화진 “4대강 보 모두 살릴 것”
윤석열 대통령이 20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4대강 보의 존치 결정은 예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2022년 2월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은 경북 지역 유세장에서 “민주당 정권이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4대강 보 사업을 아주 폄훼하고 부수고 있다. 이걸 잘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4대강 사업은 여러 차례 감사와 수사를 통해 졸속추진, 담합 등 공사 비리, 부실공사 등의 문제가 확인된 대표적인 부실사업이다. 윤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구속 수사했던 장본인이다. 그래놓고, 유세 현장에선 극존칭까지 붙이며 추켜세웠다. 윤 대통령의 4대강 보 존치 공약에 환경단체 등은 “국민의 건강과 환경은 무시한 채 오직 정치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반발했다. 환경단체 등이 이번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환경부의 모든 4대강 보 활용방침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하는 배경에는 발단이 된 윤 대통령의 공약 문제도 있다.
한화진 장관은 4대강 보 활용방침을 밝히며 “그동안 지속돼온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이제 4대강과 관련한 논쟁을 종식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물관리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이 언급한 ‘이념적 논쟁’이 무슨 의미냐고 환경부에 묻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4대강 정책이 오락가락했던 걸 지적한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따르면 한 장관은 정부의 이번 4대강 보 존치 결정이 정치적 판단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장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선 그는 MB 정부 시절인 2009년 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으로 일했다.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 수립 전부터 첫 삽을 뜨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간을 모두 청와대에서 지내며 손을 보탠 셈이다. 그가 윤 정부의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됐을 때부터 야권 등지에서 “4대강 사업이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4대강 사업은 다목적 사업인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전임 정부의 재자연화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4대강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막상 이번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4대강 보를 존치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이나 권고가 없다. 한 장관이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감사원 발표 이틀 전인 7월 18일에 윤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한 장관에게 ‘물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질타를 했다고 알려졌다”며 “대통령 경고에 위기감을 느낀 한 장관이 감사원 발표에 적극적인 ‘액션’을 보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총대를 메고 윤 대통령의 4대강 부활 공약을 앞장서서 밀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으론 윤 대통령이 이미 4대강 보 처리 방향에 대한 의중을 한 장관에게 전달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직전까지 용산 대통령실에 있다가 이번에 각 부처로 내려간 일명 ‘실세 차관’ 중 한명으로 불린다. 임 차관은 감사원 발표보다 닷새 앞선 7월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 정부의) 4대강 보·상시개방 결정이 맞지 않는 통계를 바탕으로 하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한) 시민단체에 편향돼 내려졌다면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차관의 발언 내용은 감사원의 이번 감사결과와 맥락이 같다.
감사원 “보 해체계획 비과학적”, 존치 근거는 제시 못해
감사원은 지금까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다섯 차례 감사를 벌였다. 환경부가 밝힌 ‘4대강 보 모두 존치’의 근거가 된 건 7월 20일 발표된 감사원의 다섯 번째 감사결과다. 감사원은 전임 정부에서 결정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세밀하게 제기하면서 “기초자료가 부족해 객관적·과학적 판단이 아니다”라는 결론과 함께 “적절한 처리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전임 정부의 보 처리방안은 환경부 내 설치된 기획·전문위원회 위원들의 평가를 통해 이뤄졌는데, 감사원은 위원 선정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성향의 인사를 선정하기 위해 환경부가 특정 인물과 사전 모의하는 등 부당개입했다고도 결론 내렸다.
기획·전문위원회 위원 선정과정의 경우 감사원 지적대로 환경부가 특정 인사 선정을 위해 사전에 움직인 것이 사실이라면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선 환경단체 등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이 ‘주범’으로 꼽은 환경부 고위공무원이 이미 퇴직한 터라 징계 수준도 재직 중인 관련 공무원에 대한 ‘주의’ 수준에서 마무리된 점을 감안하면 해당 사안이 ‘4대강 보 존치’의 이유가 되긴 어렵다.
평가 절차를 지적하는 대목에서도 감사원이 직접적으로 “4대강 보를 존치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부분은 없다. 환경단체 등이 “정략적 감사”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환경·시민단체 연합인 한국환경회의는 “감사원이 내놓은 ‘부실 평가’ 결론의 핵심은 기초자료 부족이지만 18개월간 감사를 벌이고도 (보 존치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며 “보 처리방안 평가가 과학적이지 못했다면 다시금 적절한 평가 결과를 통해 존치 근거를 제시했어야 하지 않나”고 밝혔다.
환경단체 등은 감사원이 4대강 보 존치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 못한 이유로 앞서 실시된 감사결과를 들고 있다. 사업 완료 직후 실시한 1차 감사를 제외하곤 매번 4대강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감사결과를 감사원 스스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발표된 2차 감사(2013년 1월)의 경우 4대강 보 등 주요 시설물의 품질과 수질관리 실태 등을 점검했다. 시설물 품질도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지만, 수질 문제도 집중 거론됐다. 감사원은 당시 “보 설치로 인해 유속이 저하되므로 생태평가지표로 COD(화학적 산소요구량)와 조류농도 등을 지표로 관리했어야 하지만, 일반하천에 적용하는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를 기준으로 수질을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사업과정에서 하천유지수 공급량도 연간 2억2000만t에서 8억1000만t으로 과다예측하면서 수질관리가 곤란해졌고, 사업효과 및 경제성 검토 없이 4대강 전 구간에 일괄적인 대규모 준설을 단행해 유지관리비용도 과다하게 든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한 3차 감사(2013년 7월)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사업 담합 빌미를 제공하고 담합 처리도 미흡하게 했으며, 운하 재추진 가능성을 감안해 준설과 보 규모를 확대했다고 감사원은 명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한 4차 감사(2018년 7월)에선 4대강 사업과 보 설치에 따른 효과 분석과 향후 50년간의 경제성 평가(총비용 대비 총편익·B/C)가 이뤄졌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분석한 사업효과 내용을 보면 홍수피해 예방의 경우 한강지역의 경우 연간 홍수피해액이 4대강 사업 후 오히려 증가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홍수피해가 주로 4대강 본류 인근이 아닌 지류 주변에서 발생해온 탓이다. 수질 개선 역시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하천과 비교할 때 별 차이가 없었다. 준설과 보 설치에 따른 담수 능력확대로 이수 편익은 어느 정도 발생하지만, 4대강 본류에서 가뭄이 발생하는 지류로 물을 끌어가는 시설이 미비한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협력단 측은 이 같은 점 등을 들어 4대강 사업에 따른 B/C값을 한강 0.69, 금강 0.17, 낙동강 0.08, 영산강·섬진강 0.01로 평가했다. B/C값은 1보다 클수록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도 4대강의 이·치수 효과를 분석했다. 치수의 경우 4대강 사업과정에서 제방을 정비한 결과 법정 제방 안전이 확대되고, 지역별로 계획홍수위가 낮아지는 등 홍수방어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는 공사로 제방을 신설한 데 따른 산술적 결과일 뿐, 실제 홍수 예방이나 방어에 기여했는지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수의 경우 “한강과 영산강(섬진강 포함)은 물 부족이 원래 없어 낙동강·금강에서만 효과가 나타났다”며 “물 부족 지역이 대부분 도서·해안 및 산간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4대강 사업같이 본류의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전국 단위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4대강 보 유지의 경제성이 낮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보 해체의 경제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앞선 감사결과들을 보면 감사원이 이제 와서 평가체계를 트집 잡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환경부, 4대강 환경영향평가 부실 처리 ‘전력’
4대강 보를 모두 존치해 활용하는 물관리 주무부처는 환경부다. 역설적으로는 환경부이기 때문에 보 존치 및 활용에 따른 생태파괴·수질악화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환경부는 MB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업 기한을 맞추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대폭 축소하는 등 사업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생태문제를 외면한 전력이 있다. 이는 감사원의 4차 감사에도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감사원의 4차 감사(2017~2018년) 결과를 보면 MB 정부는 ‘속도전’으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다. 2008년 말 확정된 사업일정에 따르면 2009년 6월 마스터플랜 확정 및 같은해 9~10월 착공, 2011년 완공 순으로 짜였다. 22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4대강을 대대적으로 파헤치는 데까지 들인 시간이 채 1년도 안 된다. 기한을 맞추기 위해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을,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통상 15개월가량 걸리는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기간이 단 6개월 만에 끝났다. 법률로 규정된 각 지방환경청과의 사전환경성 검토서 협의 과정에서는 준설 지양, 정비구간 축소, 원형 보전 등 사업 추진에 방해가 되거나 부정적일 수 있는 문구를 협의 의견에서 배제하도록 환경부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영향평가서 검토과정에서는 심지어 착공일정에 맞춰 평가서 작성수준을 낮추도록 관여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공정하고 엄격하게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할 환경부가 앞장서서 부실 평가를 지휘한 꼴이다.
환경부는 일명 ‘낙동강 녹조라테’로 불리는 조류 발생 문제도 사업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를 외면했다. 감사원은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16개 보 중 9개 보에서 조류농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받았으나, 대통령 의중 등을 우려해 예측결과를 공론화하거나 추가대책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 설치에 따른 수질 개선 등 평가지표로 COD를 채택하지 않은 점(2차 감사 시 지적) 역시 환경부가 문제를 알고도 내린 결정임이 확인됐다.
종합하면 환경부는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보 설치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생태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환경단체 등이 4대강 보 존치 결정을 “4대강 파괴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한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주요 배경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보 존치 결정이 정치적인 판단인지 여부를 가리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향후 보를 운영 및 활용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로 국민의 지지와 공감을 얻는 일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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