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잡은 ‘PSG 이강인’에 헉...더 놀란 기업이 따로 있다는데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7. 29. 08: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리생제르맹에 올해 입단한 이강인 선수. <사진=PSG 홈페이지>
파리생제르맹(PSG)에 입단한 이강인 선수가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오른쪽 허벅지를 움켜쥐었을 때 가장 먼저 ‘헉’하고 놀란 곳은 누구였을까요? 아마도 쿠팡이었을 겁니다. 이후 아시아 투어 첫 번째 나라인 일본에 이강인 선수가 미소를 띠고 버스에서 내렸을 때 가슴을 쓸어내린 곳도 물론 쿠팡이었을 겁니다.

쿠팡이 다음달 3일 파리생제르맹과 K리그팀 전북현대의 맞대결을 성사시켰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강인 선수의 부상 소식이 전해졌을 때 아직 예매(24일)가 시작되기 전이었죠. 물론 전 세계 유명 선수를 다수 보유한 파리생제르맹을 국내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예매 인기는 후끈 달아오를테지만, 네이마르에게 볼을 배급하는 이강인 선수를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축구팬들에게 선사할 것이니까요.

다음달 3일 개최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3차전 ‘파리생제르맹 VS 전북현대’. <사진=쿠팡플레이>
쿠팡은 올해만 이미 맨체스터시티와 아틀레티코마드리드까지 유럽 최고 명문 구단들을 이미 부르기로 하고 예매도 마쳤습니다. 쿠팡의 유료 회원제인 쿠팡 와우 회원들에게만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이 두 명문 구단들의 맞대결을 볼 수 있게 한 겁니다. 쿠팡은 왜 이렇게 스포츠에 진심이 됐을까? 이번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스포츠에 목매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서버다운 사태까지 발생한 예매전...축구로 유료회원 모객
지난달 28일 쿠팡플레이는 맨체스터시티와 AT마드리드의 경기 예매를 진행했습니다. 전날 진행한 팀K리그와 AT마드리드 예매전은 28분만에 매진됐거든요. 그러나 28일 예매는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며 예매 시작 초반에 서버가 다운됐죠. 쿠팡플레이 측은 “작년 대비 수배 이상의 서버를 증설했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하였으나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고 밝히며 사과했죠.

쿠팡플레이시리즈는 올해로 2회째입니다. 취지는 심플합니다. 쿠팡의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회원에게 주는 혜택을 늘리자는 겁니다. 축구 팬들에게는 해외 명문 빅클럽 선수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죠. “어떻게 트레블(챔피언스리그·자국 리그·컵대회 우승)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를 부를수가 있나”라는게 대부분의 반응이었죠.

올해 7월말 열리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진=쿠팡플레이>
쿠팡은 지난해 손흥민의 토트넘FC로 1차 쿠팡플레이시리즈를 기획한 이후 충성고객을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경기 예매 시작 30분도 채 되지 않아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고요. 쿠팡플레이가 토트넘과 팀K리그의 경기를 생중계한 날 184만 명의 UV(유니크뷰어)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니크뷰어는 중복 없이 1회 이상 경기를 재생한 와우 회원을 말합니다. 토트넘과 세비야FC 경기에는 110만 명의 UV가 나왔습니다. 중복을 따지지 않고 누적 300만 명이 이 경기를 본 것이죠. 300만 명의 충성고객을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단일 이벤트였다는 점에서 토트넘 경기 이후 이용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서비스의 존재감을 확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었죠. ‘쿠팡이 큰맘 먹고 돈 쓰면 유럽 명문팀도 부를 수 있구나’하는 이미지를 심어줬던 것은 대대적인 성과였습니다. 언제라도 쿠팡에 돈을 지불해 유료고객이 될 잠재고객들의 마음까지 훔친 것이니까요.

킬러콘텐츠도 부족한데...후발주자로 토종 OTT 1위 넘보는 쿠팡
쿠팡은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OTT 앱 사용자 수로 토종 OTT 중에서는 1위에 등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테일·굿즈에 따르면 국내 OTT 앱 설치자는 4월 말 기준 3008만 명으로 집계됐죠. 이 중 넷플릭스 앱 사용자가 가장 많았고, 쿠팡플레이, 티빙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넷플릭스는 1156만 명이 설치한 것으로 집계됐고요. 쿠팡플레이는 467만 명으로 2위, 티빙은 사용자 411만 명으로 3위였습니다.

다른 조사업체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6월 월간활성사용자 수는 487만 명으로 웨이브 395만 명을 92만 명 차이로 앞섰고, 티빙 519만 명에 비해서는 32만 명 뒤쳐진 수준이었습니다. 통계적 차이를 감안하고라도 1위에 이미 등극했거나 1위를 넘보는 겁니다.

후발주자였던 쿠팡이 토종 OTT 앱 중에 1위를 차지했다는 게 괄목할만한 지점입니다. 쿠팡플레이는 티빙과 웨이브 등 다른 OTT에 비해 한발 늦게 출범했죠. 2020년 12월에서야 첫 출범 했고, 타사 서비스에 비해 오리지널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앞선 선발대를 따라잡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판단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출시 초기 1년 동안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죠.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SNL코리아’ 시리즈. <사진=쿠팡플레이>
예능 콘텐츠 ‘SNL코리아’를 제외하면 대표작이 없는 상태였고요.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티빙의 ‘술꾼도시여자들’ 등 각 플랫폼이 킬러 콘텐츠로 무장한 데 비해 약했죠. 나중에 ‘어느 날’ ‘안나’ 등을 내놨지만, 화제성에 비해 큰 인기를 끌진 못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봐야 하는 라이브 중계...스포츠가 핵심
킬러 콘텐츠가 약한 쿠팡이 찜한 게 바로 스포츠 중계입니다. 토종 OTT 1위에 오른 핵심 비결이죠. 2022-2023 시즌 손흥민 선수의 토트넘홋스퍼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하며 말 그대로 흥했죠. 손흥민에 열광하던 팬들은 모두 쿠팡플레이로 몰려갔습니다.

올해 쿠팡플레이는 국내 프로축구 K리그 1부리그와 2부리그 전 경기를 독점 생중계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하는 K리그가 OTT에서 독점 생중계되는 것은 리그 출범 이후 처음입니다. 올해 K리그의 평균 관중은 1만1500명 수준까지 올라섰는데, KBO(한국프로야구)의 평균 관중인 1만259명 수준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왔죠. K리그의 인기 비결을 분석한 다양한 글 중에 하나가 바로 쿠팡플레이의 생중계라는 겁니다.

노출이 돼야 일단 보는데, 과거에는 노출도가 현저하게 낮았다면 지금은 쿠팡플레이 누르기만 하면 2부리그까지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쿠팡플레이는 포뮬러1 그랑프리 모든 레이스를 중계하고 있다. <사진=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는 올해 3월엔 ‘포뮬러 1 월드 챔피언십(F1)’ 중계권도 확보했습니다. F1은 전 세계 20개 나라를 돌며, 시즌 동안 총 23번의 라운드를 진행하는데, 2023시즌의 포뮬러 1 그랑프리 모든 레이스는 쿠팡플레이에서 실시간 감상할 수 있는 것이죠. “쿠팡플레이의 F1 해설이 명품이다”라는 커뮤니티 속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고 있는 건 해당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이 명확히 있고, 그 니치한 수요를 잘 짚어냈다는 것이겠죠.

스포츠 중계의 매력도는 지금 이 순간 봐야한다는 겁니다. 물론, 하이라이트 경기를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가 라이브로 봐야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것이죠. 드라마나 영화야 몰아보기도 하고, 짬내서 맘먹고 보는 것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팀의 스포츠 경기는 결과를 알고 나면 김이 팍 샌 경험이 많잖아요. 라이브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팬들이 많고요. TV 시청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스포츠 경기 시청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만큼 스포츠만이 실시간 콘텐츠의 힘을 발휘하는 몇 안 되는 장르라는 겁니다.

스포츠 중계에 투자하는 게 투자 대비 효과도 좋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시리즈 하나 꾸리는데 수백억이 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전의 히트작인 ‘오징어게임’은 제작비만 294억원이 들었고, 쿠팡플레이 첫 오리지널 콘텐츠인 ‘어느 날’도 100억원 가량 들었다고 전해지죠. 과연 수백억 드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느냐, 그만큼 투자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겁니다.

반면 스포츠 중계는 그와 비슷한 투자금액으로 1년 내내 고객들을 락인해둘 수 있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쿠팡플레이가 협상한 중계권료가 얼마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해 112억원의 중계권료를 얻은 K리그였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더 많겠죠.

OTT와 스포츠 중계의 결합...美·日 등 세계적 추세
리오넬 메시의 MLS 데뷔전을 생중계한 애플TV+. <사진=인터마이애미>
지난해 애플은 애플의 스트리밍 플랫폼 애플TV+가 MLS(미국프로축구)와 스트리밍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애플의 파트너십은 메이저 프로 스포츠 리그 최초였죠. 쿠팡플레이 모두와 똑같습니다. 애플TV+ 가입자들은 MLS·리그컵 경기를 추가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 때문에 올해 ‘GOAT’ 리오넬 메시가 파리생제르맹을 떠나 미국 MLS로 넘어오는데 애플의 고위직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메시의 역사적 데뷔전도 애플TV+에서 단독 생중계했고요. 애플은 리오넬 메시 4부작 다큐멘터리도 방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애플의 입장에서 MLS 중계권 확보 이후 ’메시‘라는 킬러 콘텐츠가 필수적이었단 얘깁니다.

애플은 아직 이 분야에선 후발주자입니다.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가 빅테크 기업의 새로운 전쟁터가 된 지 오래입니다. 유튜브는 지난해 말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불하기 했죠. 유튜브는 7년 동안 매년 평균 20억 달러(약 2조5천억 원)를 내고 NFL의 일요일 경기를 중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일요일 중계권을 따낸 유튜브. <사진=유튜브>
이미 2021년에 유튜브는 매달 24.99달러(약 3만2000원)의 구독료를 내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전 경기를 볼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한 바 있습니다. 브라질 프로축구를 볼 수 있는 상품도 출시했죠.

또다른 빅테크 아마존은 어떨까요? 아마존도 이미 NFL의 목요일 경기 중계권을 지니고 있고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중계권도 갖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OTT로 프로야구 중계를 보는 관행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DAZN은 2028년까지 10년간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경기의 온라인 방영권을 획득했고요. DAZN은 또 2020년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 전체와 온라인 전송 계약을 체결하면서 스트리밍 스포츠 중계 범위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죠.

스포츠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을 묶어냅니다. 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만큼은 꼭 챙겨보잖아요. 기술이 점차 발전해 현장감을 더 느낄 수 있게 영상 송출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스포츠 스트리밍에 대한 열기는 더 뜨거워질 겁니다. 스포츠를 점찍고 전방위 공격을 퍼붓는 쿠팡플레이가 국내서 넷플릭스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유통,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매주 만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