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바이든 전용별장' 가는 이유…한미일의 특별한 여름

박종진 기자 2023. 7. 2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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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히로시마=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5.21.

대통령실이 사상 첫 별도 한미일 정상회의가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것에 "미국의 한미일 협력에 대한 의지와 한일 정상들에 대한 각별한 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미일 정상회의만을 위해 따로 모이는 첫 사례인 만큼 정상 간에 격의없고 친밀한 대화를 갖기 위해 특별한 장소를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세 나라 정상은 이같은 회의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별도의 한미일 정상회의가 정례화된다면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등의 안보협의체) 등을 능가하는 강력한 안보·경제 협력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 측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을 29일 공식 발표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조셉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되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에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초청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3국 정상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를 비롯해 경제안보, 주요 지역 및 글로벌 문제와 관련한 협력 방안에 관해 심도있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3국 간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이번 회의를 통해 한미일 3국이 함께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증진하고 역내외 안보와 경제적 번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북핵 대응 등 안보현안의 시급성은 물론 세 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과학기술과 제조업 기반을 갖췄다는 점에서 '회의 정례화' 등 다양한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정상회의 장소가 미국 대통령과 가족들을 위한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라는 점에 주목했다. 캠프 데이비드는 워싱턴 DC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메릴랜드 주 캐탁틴 산맥에 있다.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집무실과 회의실을 갖추고 있으며 산책로, 수영장, 골프장, 승마장, 볼링장 등 다양한 휴양시설과 손님용 숙소를 갖췄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약 30차례 이곳을 방문했지만 아직 외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한 적은 없다.

[히로시마=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5.21.

그동안 캠프 데이비드는 주요국 정상들이 모여 역사적으로 중요한 합의를 도출한 장소이자 적대 국가 간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진 곳으로도 활용됐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외국 정상으로서는 최초로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종전을 논의했다. 미소 냉전이 본격화되던 1956년에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 간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양 진영 간 군사 대결을 지양하기로 합의했다.

또 1978년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 중재 아래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10여일 간의 회담을 거쳐 △팔레스타인의 자치권 보장 △이스라엘이 점령한 이집트 영토(시나이 반도) 반환과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외에도 드골 프랑스 대통령(1960),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1990), 아베 일본 총리(2007) 등 각국 지도자들이 방문했다. 2012년에는 G8 정상회의가 개최되기도 했다. 우리 정상으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초로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돼 2008년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열었다.

대통령실은 "3국 정상간 격의없고 친밀한 대화를 갖기 위해 리트리트(비공식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캠프 데이비드가 역사적 외교무대로서 명성을 떨친 이유는 미국 대통령이 방문국 정상과 매우 편안한 분위기에서 장시간에 걸쳐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별장으로 불렀다는 것 자체가 해당 외국 정상과의 친밀한 유대관계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AFP=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한미일 정상회의는 1994년 11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에 처음 시작됐다. 이후 지금까지 한미일 정상회의는 모두 12차례 개최됐지만 모두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렸다. 결과문서는 공동언론발표문 2회, 공동성명 3회 등 총 5차례 채택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렸으며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올해 5월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계기에 각각 열렸다. 이중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회의 때는 안보협력은 물론 경제안보, 첨단기술, 지역·글로벌 현안 문제 등의 협력을 담은 프놈펜 성명이 발표됐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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