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해도 아쉽다…‘골때녀들’의 염원은 리그 재개 [ESC]

한겨레 2023. 7. 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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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운동]오늘하루운동 풋살
풋살리그, 코로나 이후 중단
고양레이디스, 7월 컵대회 우승
“리그 시작돼야 더 큰 동기 부여”
지난 9일 충남 태안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풋살 코리아(FK)컵 여자부 결승전에서 ‘고양레이디스 에프에스’가 ‘인천 알통레이디스 에프에스’를 꺾고 우승했다. 김소라 제공

“우리는 2024 에프케이(FK) 리그로 갑니다.” 우리 팀인 ‘알레그리아 에프에스(FS)’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개란에 적힌 문장이다. 아마추어들로 이루어진 팀이지만 감독님 지도 아래 꾸준히 훈련하고 실력을 쌓아 세미프로 리그 출전까지 이뤄내겠다는 다짐을 호기롭게 적어둔 것이다.

‘에프케이 리그’는 한국풋살연맹에서 주최하는 한국 최상위 풋살 리그로 남자부는 2009년, 여자부는 2014년에 시작됐다. 남자부는 참가팀이 많아 1부 리그인 슈퍼리그와 2부 리그인 드림리그로 나뉘어 운영되며 해가 거듭될수록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자부는 정식 리그가 아닌 시범 리그로 지속되다가 그마저도 2019년 코로나19로 인한 취소 이후 맥이 끊겨버렸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은 멈춰버린 여자 풋살 리그가 다시 시작되길 바라며 훈련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리그가 다시 시작되길 바라는 팀은 우리뿐만이 아니다.

창단 2년 만에 우승

‘고양레이디스 에프에스’ 또한 여자 풋살 리그가 재개되길 바라며 만들어진 팀이다. 2021년 창단해 에프케이 리그를 목표로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 이 팀에는 익숙한 얼굴이 몇몇 보였는데, 팀의 주장인 김소라 선수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2018년 여름, 해가 무지 뜨거웠던 날 풋살장에서 만났다. 당시 나는 여자 풋살 세계에 발을 담가볼 요량으로 진지하게 팀을 탐색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운동장을 누비는 멋진 여성들을 영상으로도 담아내고 싶어 ‘우주 최강 여자 풋살클럽’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활동하는 ‘에프에스 슛타트’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당시 소라씨는 풋살을 시작한 지 몇 개월 안 된 ‘뉴비’(무경험자)였다. 풋살을 향한 열정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인터뷰에 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그가 몇 년 사이 프로 리그를 목표로 하는 풋살팀의 주장이 되어있었다.

같은 아마추어 동호인으로서, 얼마나 큰 결심이 있어야 가능한 행보인지 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물었다. “운동하던 동호회로 새로운 팀 창단에 함께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사실 저는 처음엔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부담되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풋살 하던 친구들은 다 하고 싶어 하던 상황이었어요.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말했어요. ‘다른 애들은 체계적인 훈련 받으면서 성장할 텐데, 그 모습 보면서 괜찮을 거 같아?’ 하… 그 얘기를 듣고 혼자만 뒤처진다 생각하니까 욕심이 났어요.”

그렇게 소라씨는 (그가 표현하길) ‘선수 아닌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무려 주장 완장까지 차고! “주장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한 건 아닌데, 여러 친구들한테 추천을 받다 보니 주장을 맡게 되었어요. 그런데 주장의 무게는 무겁더라고요.(웃음)”

순수 아마추어로 동호회 회원들끼리 운동을 해오다가 감독과 코치진 아래 지도를 받으니,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고양레이디스에 합류하기 전 한창 이곳저곳 찾아가 열심히 운동하던 터라 소라씨는 자신감도 꽤 붙은 상황이었지만, 자신감은 얼마 가지 못해 와르르 무너졌다.

“합류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땐 피치 위에 제 이름을 외치는 소리로 가득했어요. 풋살을 제대로 배우는 건 처음이잖아요. 잘못 들어있는 버릇이 튀어나오거나 어떤 동작을 하라고 하는데 제가 제대로 수행을 못 했던 거죠. ‘소라! 소라!’ 불릴 때마다 멘붕이었어요. 그래서 초반 1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그만둘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때, ‘언니가 그만두면 나도 그만두겠다’고 말하던 친구들이 고마워 버틸 수 있었다. 훈련 시간이 쌓이면서 점차 움직임이 몸에도 익고, 이해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졌다. 감독님 불호령에 맷집이 는 만큼 풋살 실력도 따라왔다. 지금은 감독님이 이름을 불러도 놀라지 않는다. “이렇게 이렇게 하라는 거죠?” 하고 받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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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2023 풋살 코리아(FK)컵 여자부 결승전에서 ‘고양레이디스 에프에스’의 김소라 선수가 공을 다루고 있다. 김소라 제공

풋살 부흥의 핵심 ‘리그전’

고양레이디스는 지난 7월 초에 열린 에프케이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컵대회 참가 두 번 만에 이룬 성과다. 그런데 왜인지 소라씨는 기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눈치였다. “리그전을 뛰어보고 싶어요. 1년에 단 한 번, 3일 만에 끝나는 컵대회만 바라보고 꾸준히 훈련하기에는 지쳐요. 리그가 재개되지 않는 이상 동기부여가 될 목표는 없이 팀원들에게 그냥 열정만 강요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리그전은 일정한 기간 동안 모든 팀이 동일한 수만큼 경기를 치르고 승점을 계산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이피엘(EPL)’이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약어인 것처럼 축구, 야구, 농구, 배구같이 큰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들은 대부분 리그가 존재한다. 하물며, 여자 풋살 인구가 늘어나는 데 엄청난 공을 세운 에스비에스(SBS)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도 리그전 방식을 취한다. ‘골때녀’가 긴 시간 인기를 이어올 수 있는 비결에는 단판에 끝나는 토너먼트 방식이 아니라 승점을 쌓아가는 리그전 방식을 취한 것도 한몫을 했을 테다. 지난 주 경기에선 졌더라도 다음번에 승리해 승점을 쌓으면 결과가 바뀔 수 있으니 좋아하는 팀을 계속해서 응원하고 지켜볼 이유가 된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또한 장기적인 리그 일정 안에서 꾸준히 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출전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발전할 수 있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만 향상되는 것 또한 아니다. 리그 일정 안에서 각 팀이 여러 번 맞붙어 경기를 치르므로 각 팀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개벤져스’팀 이영표 감독이 여러 경기를 거치며 다양한 세트피스를 준비해 무섭게 골문을 노린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선수 개인의 실력도 늘고, 팀의 경쟁력도 향상되면 기업들의 광고와 스폰서십은 물론이고, 국가대표팀을 선발해 국제대회로의 진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게 여자 풋살 활성화의 청사진이 아닐까?

여자 풋살 인구는 몇년 새 무섭게 늘었다. 요즘은 각 지역마다 한두 개의 풋살팀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아카데미 형태나 풋살 클래스도 요일별로 찾을 수 있다. 이토록 생활체육 저변이 넓어지면 반드시 그다음 단계로의 도약에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여자 풋살의 인기가 더 단단하고 오래 가게 하려면 결국 그다음 단계인 리그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리고 ‘선수 아닌 선수’로 정식 리그의 출범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이번 컵대회는 중학교 이상 선수 출신 등록이 제한되면서 아마추어 동호인들에게는 허들을 낮추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선수 출신 선수들을 주축으로 프로팀으로 발전을 꿈꾸는 팀들이 대거 출전하지 못했다. 순수 아마추어인 내 입장에서도 축구 선수 출신 선수들과 맞붙는 건 두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함께 발전할 기회를 잃는 것 또한 싫다. 순수 아마추어로 시작한 소라씨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발을 더 내디딘 것처럼, 여자 풋살 활성화 방안에도 용기 있는 한 걸음이 필요한 때다.

장은선 다큐멘터리 감독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숏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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