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의 섬 교동도에 '최북단 정원'
◀ 김필국 앵커 ▶
지난주 '실향민의 섬' 교동도에 새로 들어선 평화교육 시설을 둘러봤는데요.
오늘은 이 교동도에서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색다른 공간으로 안내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섬 한복판에 거대한 정원이 생겼는데요.
문 연지 두달 만에 10만명 넘는 시민들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어떤 곳인지,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황해도를 마주하고 있어 민간인통제구역이자 실향민의 섬이 된 교동도.
그 섬 한 복판에 위치한 화개산 자락이 최근 특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지난 5년간 약 5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15만 제곱미터, 4만여 평 규모로 조성됐다는 화개정원.
[서광석/강화군 화개정원사업소장] "교동도가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녘에도 평화가 찾아오길 기원하는 마음에서..접경지역의 발전, 강화군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 접경지역에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교동도의 역사과 자연을 담아낸 공간이라는데요.
정원의 초입엔 기존의 연산군 유배지를 활용해 교동도 유배문화관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박윤주/강화군 문화관광해설사] "고려시대에는 예성강을 따라서 개경으로 올라가는 곳이었고요, 조선시대에는 한강을 따라서 한양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왕과 왕족들이 유배되어온 곳으로도 유명한데요."
왕래가 힘든 외딴 곳이자, 수도와 가까워 감시가 수월했던 탓에 연산군 광해군처럼 주로 왕과 왕족들이 유배됐다는 섬, 교동도.
현대에 들어서선 분단과 전쟁, 실향의 아픔까지 간직한 섬이 됐고, 이 때문에 인체에 이롭다는 여러 수목과 화초들을 심어 몸과 마음의 치유를 추구하는 정원으로 조성됐습니다.
[박찬성/서울 도봉구] "올때마다 새로우니까 자꾸 변하니까 새로운 것 보기 위해서 오는 거죠."
정원 위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높은 곳에 자리잡은 구조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강화군의 상징 새인 저어새의 긴 부리와 두 눈을 형상화했고, 북녘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졌다는 화개산 전망대.
모노레일을 타고 한번 올라가봤는데요.
20분에 걸쳐 정원의 수목을 만끽하며 서서히 올라가면 드넓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최근 이곳 화개정원에 조성된 전망대입니다. 제 밑으로 화개산의 모습이 가깝게 보이고요, 제 뒤로는 보시는 것처럼 북한 황해도 연백평야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남북을 가르며 조용히 침묵에 빠져 있는 한강하구 중립수역.
그 강 건너 광할한 연백평야에선 인적 없는 고요함 속에 쑥쑥 자라는 벼들만이 초록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조재영/경남 창원] "감정표현을 하기가 참 어려울 정도로 지척에 두고, 제 젊은 시절 같으면 이 정도 되면 헤엄쳐서 얼마든지 갈 수 있는데 참 아쉽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로 만들어졌다는 스카이워크를 통해 남쪽 화개산의 울창한 수목을 감상하고, 고개 들어 바로 위로 북한의 산천을 바라보면 남북의 거리감이 한층 좁혀지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박세은/인천광역시] "북한 땅인지 몰랐는데 보니까 되게 가까워가지고 생각보다"
[윤서연/경기도 의정부] "진짜 너무 가까워서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가까울줄 몰랐거든요."
북녘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지나 반대편, 남쪽으로 향한 전망대에 들어서면, 또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가까이는 석모도와 미법도, 서검도.
멀리로는 또 하나의 민통선 섬, 볼음도와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서쪽 끝, 말도의 모습까지 시야에 들어오는데요.
이렇게 교동도 남쪽으로 늘어선 다도해의 풍광은 화개산 전망대가 품어낸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이런 남북의 풍경들 사이에 조성된 화개정원은 그래서 곳곳에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 조형물을 곁들여 쉼터들을 마련해놓았습니다.
[한지혜/인천 강화도] "잘 만들어 놓았어요. 중간중간에 쉼터도 있어가지고 올라올 때 보면 전망이 잘 보이고. 경사가 너무 높지 않아가지고 애기들도 무리없이 잘 올라올 수 있어요."
솥뚜껑을 덮어놓은 것 같다 해서 화개산이란 이름이 붙여진 공간답게 솥뚜껑 모양을 한 쉼터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문을 연지 두달 만에 벌써 10만 명 넘는 시민들이 다녀갔다는 화개정원.
[백순기/경기도 고양시] "여기가 보면 탁 트여 있잖아요? 공기도 좋고 자체가 신선하잖아요? 또 상쾌하고 깨끗하고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북한이 지척인 민통선 안의 '실향민 섬', 교동도는 이렇게 새로운 쉼터와 함께 좀더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08889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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