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장관 방북 김정은 밀착 동행

최유찬 2023. 7. 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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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정전협정 체결일을 기념하는 일련의 북한 행사에서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의 행보였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코로나로 국경을 걸어잠근 이후 외부 인사가 대규모로 북한에 간 게 처음인데다 특히 전쟁중인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은 시사하는게 간단치 않습니다.

◀ 김필국 앵커 ▶

한국전쟁이 멈춘지 70년,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한반도의 현 상황을 최유찬 기자가 진단했습니다.

◀ 리포트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25일,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북한은 군 수뇌부가 대거 집결해 영접했고 명예 위병대 사열을 하며 사실상 최고 수준의 예우를 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바로 다음날, 쇼이구 국방장관은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회담을 갖고 협력강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쇼이구/러시아 국방장관] "북한은 공동 국경과 풍부한 협력 역사로 묶여 있는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쇼이구 장관은 또 연회 연설에서 북한군은 외부 세력의 위협을 믿음직하게 막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라고 치켜세웠고, 이어 김정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국방안전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조선중앙TV/7월 26일] "국방안전분야에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 및 국제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견해일치를 보았습니다."

김정은은 무장장비전시회에 동행해 쇼이구 장관을 직접 안내하는가 하면,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이었던 27일 당일에는 오찬과 만찬에 이어 열병식장까지 동행하면서 사실상 2박 3일간 내내 일정을 함께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러시아 국방 수장이 북한을 찾은 이유는 뭘까?

미국 백악관은 푸틴이 도움을 줄 나라를 찾고 있으며 그 중에는 북한도 포함된다면서 북러 간 무기조달 문제가 논의됐을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지원과 전후 복구사업 등에 대한 논의를 실제 진행해왔으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나 노동력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식의 거래가 논의됐을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쟁이) 장기 소모전으로 갈 경우에는 소모적인 탄약 공급의 유일한 공급처가 북한이 될 수가 있고요, 휴전을 하게 되면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안정화를 위해서 재건을 해야 되고, 이때 필요한 노동력이 북한 건설 노동자거든요. 소모전이든 장기전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 모두 북한이 필요한 상황이고"

중국은 리훙중 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김정은은 김여정과 조용원 등 측근들을 이끌고 중국 인민지원군묘를 참배해 북중 혈맹을 강조했고, 중국 역시 북한과의 공고한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임을 공언했습니다.

[마오닝/중국 외교부 대변인] "새로운 시대의 요구와 양국 인민의 뜻에 따라 중-북 관계가 끊임없이 새롭고 더 큰 발전을 이루도록 추진해야 합니다."

북한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면서 이른바 전승절이라 부르는 일련의 행사에서 북중러 3국이 한자리에 모여 밀착을 과시한 겁니다.

미국은 핵억제력 강화를 위해 켄터키함 등 핵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북한은 잇따라 미사일을 쏘아올리는가 하면 전략자산 전개가 핵 사용 조건에 해당한다고 엄포를 놓으며 추가 도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0일부터 닷새 동안 동해에서 포사격 등 합동훈련을 실시했고, 최근엔 태평양 지역 합동 순찰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속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협력이 단순히 정치, 경제적 차원을 넘어 군사 협력으로까지 확장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국과 러시아는 점차 태평양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상황에 있다.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북중러, 한미일의 대립 구도가 강화되고 있고 특히 관건은 북중러가 과연 어디까지 군사협력을 할 수 있겠느냐.."

계속되는 대북제재와 국제사회 압박 속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아와의 결속은 좋은 방패막이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북한은 더욱 절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대진/원주한라대 교수] "한미일 연합에 대해서 북한이 군사적 대응을 똑같이 한미일에 대해서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자산면에서도, 그렇기때문에 북중러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전승절 행사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대외적으로 보내는 메시지가.."

그러만큼 북한이 조만간 국경을 개방하고 중국 러시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외교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중간에 여객열차, 고려항공과 국제항공의 재개, 북중 북러 간의 트럭운송 재개 등 이 세 가지가 8월이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중러가 한자리에 모여 연대와 밀착을 과시하던 바로 그날, 부산에선 미국 등 22개 유엔 참전국 정부대표단이 유엔군 묘지를 참배하는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전쟁을 멈춘 기념일에 한미일 북중러로 상징되는 대립이 남과 북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겁니다.

[정대진/원주한라대 교수] "북중러는 북중러대로, 한미일은 한미일대로 정전의 의미를 (다르게)기념할 수밖에 없는 건데요.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간의 싸움이 계속되는 한 이 국면은 몇 년간은 피할 수 없지 않을까"

한국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전쟁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다시 체제와 진영으로 나뉘어 강대강 대결을 이어가며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남북의 소통 창구는 꽉 막힌 가운데 이렇다 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갈등 속에 내던져지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08886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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