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염정아의 '밀수' 키워드…'진숙' '물 공포' '김혜수'
배우 염정아는 예측하기 어려운 얼굴부터 파격적인 얼굴, 가장 보통의 얼굴 등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장화, 홍련' 속 아름답지만 신경이 예민한 새엄마 은주부터 '범죄의 재구성' 속 팜므파탈 사기꾼 서인경, '카트' 속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인 선희, '외계+인 1부' 속 신검의 비밀을 찾는 두 신선 중 하나인 흑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언제나 '염정아'를 지우고 작품 속 캐릭터의 얼굴로 나타난다.
염정아가 '밀수'에서 새롭게 선보인 얼굴은 엄진숙이다. 진숙은 평생 물질만 하다 밀수판에 가담한 해녀들의 리더다. 어린 시절부터 선장인 아버지 따라 바다를 놀이터 삼아 커온 진숙은 동네 해녀들을 다부지게 지켜온 해녀였지만, 살기 위해 밀수판에 가담하게 된다.
'밀수' 안에서 염정아는 완벽하게 진숙이 되어 관객들의 눈을 마주한다. 류승완 감독이 "'밀수'를 기획할 때부터 엄진숙 역으로 함께 하고 싶은 유일한 배우였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관객들이 염정아를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밀수'의 엄진숙이 되어 돌아온 염정아가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한 것 몇 가지를 키워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진숙' '물 공포' '김혜수' 그리고 '행복'.
염정아가 진숙이 되기 위해 받은 과제
해녀들의 리더이자, 조춘자(김혜수)의 가족이면서 친구인 진숙은 129분의 러닝타임 안에서 믿음과 배신, 오해와 화해 등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오간다.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 안에서 염정아는 그만큼 고민도 컸다.
그는 "'진숙을 어떻게 연기하는 게 좋을까'라는 진숙이로서의 고민이다. 나도 처음 해보는 캐릭터였다"며 "어려서부터 친구이자 자매처럼 생각했던 나의 하나뿐인 존재, 춘자에 대한 마음과 감정이 계속 변한다.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수위로 변화를 주면서 연기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그런 게 항상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리더이자 가족으로서 춘자뿐 아니라 장도리(박정민)도 품은 게 진숙이다. 이들을 가족보다 더 아낄 정도였다. 염정아는 "그런 상황에서 어쩌면 진숙과 하나인 것 같다고 생각한 춘자가 진숙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듯하다.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깊이를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다방에서 모든 것이 오해였다는 걸 아는 순간,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었을 지에 관해 혜수 언니,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진숙으로서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도 염정아에게 과제였지만, 진짜 과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수중 촬영이다. 실제로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수영을 할 생각도 안 하고 살았다. 수영은커녕 물에 아예 뜨지도 못할 정도로 물이 무서웠다. 그런 그에게 주어진 진숙이란 캐릭터는 '해녀'였다. 염정아가 할 수 있는 건 연습밖에 없었다.
그는 "순서대로 숨 참는 것부터 시작해서 물 안에서 호흡기를 물었다 떼는 것, 수경을 빼고 눈을 뜨는 연습 등 3개월을 연습했다"며 "촬영하면서도 리허설하고 연습하고를 반복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결과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되겠지'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훈련받고 하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되더라. 해야 하니까 극복이 되더라. 감독님이 뭐라고 안 할 정도로 했다"며 웃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도 물 위에서는 수영은 못 한다고 귀띔했다.
'물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류승완 감독과 김혜수가 있다. 그는 "이 영화가 너무 하고 싶으니까. 류승완 감독님 영화니까. 대본이 너무 재밌고. 혜수 언니랑 하니까"라며 "욕심이 나는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염정아가 처음 만난 김혜수
물 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염정아를 '밀수'로 이끈 주요 인물 중 하나가 김혜수다. 염정아는 김혜수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첫 호흡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 사람은 진숙과 춘자로서 스크린에 존재한다. 김혜수 역시 공식 석상이나 인터뷰에서 염정아와 물속에서 일체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을 정도로 깊은 유대감을 자랑했다.
"그 순간(물속에서의 일체감)은 정말로, 지금도 항상 그 이야기를 하면 눈에 눈물이 핑 도는데…. 모든 카메라와 스태프가 다 물 밖에 있었어요. 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로 눈을 보고 있는 그 시간, 언니가 날 바라보고 있는 그 시간은 우리가 정말 서로 의지하고 있고 너와 나 둘밖에 없다고 하는 듯했어요. 그 순간에 정말 뭐가 많이 오고 가더라고요. 그때 그런 마음이 확 깊어진 거 같아요."
'밀수' 속 염정아와 김혜수를 보고 있노라면 두 배우가 왜 이제야 만났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그러나 염정아는 "지금 만나서 더 좋은 거 같기도 하다"며 "서로 많은 경험치가 있고, 서로에게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 더 많이 알게 된 지금, 더 감사하게 된 지금 말이다"고 했다.
염정아는 김혜수를 두고 "맏언니인데 웃음도 눈물도 많다. 모두가 김혜수의 사랑을 받으며 연기도 하고 밥도 먹고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혜수 언니는 그런 이야기를 굉장히 자주 해준다. '넌 이런 장점이 있어' '넌 이런 배우야' '넌 이래서 좋아' 이런 칭찬을 눈만 마주치면 한다. 지금도 통화하면 또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혜수 언니는 정말 힘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김혜수가 뭘 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하는 건 상상이 안 되는, 그런 힘이 있는 배우예요."
"염정아 잘했다"
김혜수뿐 아니라 해녀 역할로 나온 박준면, 김재화, 박경혜, 주보비 등 배우들과의 팀워크는 유명하다. 김혜수 역시 팀의 힘을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느낀 행복한 현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염정아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는 한 사람이 물에 들어가 있건 두 사람이 물에 들어가 있건 내가 촬영 안 한다고 다른 데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라며 "다 그 안에서 열심히 하는 과정을 같이 보고 같이 박수치고 같이 울었던 현장이었다. 우리가 같이 하는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현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나한테 굉장히 큰 현장의 행복을 줬던 작품이다. 정말 많이 행복했다"며 "보통 촬영 끝나고 나면 빨리 집에 가는데, 집에 안 갔다. 10분이라도 더 앉아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현장에 붙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행복한 현장에서 진숙으로 열심히 살았던 만큼 '밀수'를 통해 얻고 싶은 성과도 분명 있다. 그러나 산술적인 의미는 아니다. 염정아는 "VIP 시사에 후배들도 많이 왔다. 후배들에게는 혜수 언니랑 내가 많이 선배일 거 아닌가"라며 "영화를 보며 '나도 저렇게 하고 싶어'라는 마음을 전달받는 것만으로도 많이 행복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밀수'를 선보인 후 관객들로부터 얻고 싶은 반응은 없을까. 이에 대해 염정아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솔직하면서도 간결하게 말했다. 염정아다운 마무리였다.
"'밀수' 재밌다. 염정아 잘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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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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