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도 다리도 차도 온통 보랏빛…'퍼플섬'을 아시나요

김태성 기자 2023. 7. 2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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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섬] 해외서 주목하는 신안 반월·박지도
주민들 '섬 가꾸기' 노력 성과…방문객 20배 늘어

[편집자주] 전남도가 2015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가고 싶은 섬' 사업. 풍광, 생태, 역사, 문화자원이 풍부한 전남의 섬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섬 정주여건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뉴스1>이 가고 싶은 섬 사업을 통해 특색있고 매력적인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한 전남의 주요 섬을 직접 찾아 그곳만의 매력을 들춰봤다.

신안 퍼플교 (신안군 제공)/뉴스1

(신안=뉴스1) 김태성 기자 = 보랏빛 섬을 아시나요?

지붕도, 다리도, 차도, 도로도, 벽도, 꽃도 온통 보라색인 섬마을이 푸른 바다와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그려보면 얼마나 상큼할 것인가.

전남 신안군에 오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섬이 있다. '퍼플섬'인 반월도와 박지도가 바로 그 곳이다.

'1004섬' 신안군은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마중물로 삼아 컬러마케팅을 앞세운 반월·박지도의 지속적인 개발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 섬으로 탈바꿈시켰다.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거쳐 천사대교(7224m)를 지나 다리로 연결된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에 이르면 그 앞에 펼쳐진 반월도와 박지도를 만날 수 있다.

2019년 연륙이 돼 지금은 목포에서 차로 갈 수 있으며, 현재 개선중인 도로는 2차선으로 다소 굴곡진 부분이 있으나 잘 설치된 표지판을 따라 퍼플섬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안좌도에서 마주 보이는 반월·박지도 해안가에 도착하면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 동네가 반갑게 맞이한다. 주택의 지붕도 자동차도, 도로와 창고, 건물 벽, 주민들의 옷, 꽃들도 모두 보랏빛 일색이다.

신안 퍼플섬 어린왕자 ⓒ News1 김태성 기자

바다와 하늘과 어우러진 보랏빛 자연이 눈앞에 활짝 펼쳐지고, 안좌면 두리와 반월도, 박지도 3곳을 잇는 '퍼플교'가 바다위로 길게 이어진 모습을 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

이른바 '퍼플섬'인 반월·박지도는 입장료가 있으나 보라색 옷이나 모자 등을 착용하거나 같은 색 소지품이 있으면 무료이다. 그냥 와도 주차장에 있는 퍼플숍에서 보라색 스카프, 우산 등 작은 기념품을 사면 입장료를 대신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현지 안내원은 "보라색은 고귀하면서도 치유를 상징하는 색깔로, 이곳에 온 만큼 방문객도 온갖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보랏빛과 어울린 자연 속에 정서적으로 흠뻑 빠져보라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반월도와 연결된 퍼플교로 가기 위해 해안을 걸으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길가에 보랏빛 꽃들이 무리지어 반갑게 맞이한다. 미디어아트를 전시하는 보라색 지붕의 퍼플박스 건물 앞에는 보라색 토끼 조형물이 웃으며 서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닥과 난간이 온통 보랏빛인 퍼플교를 지나 반월도로 가면 보라지붕의 작은 쉼터가 있고, 조금 걸으면 보라색 꽃인 버들마편초가 줄지어 피어 섬을 물들이고 있다.

신안 퍼플섬 반월-박지도 (신안군 제공)/뉴스1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들이 보라꽃향기 정원에서 삼삼오오 꽃을 배경으로 즐겁게 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띈다.

반월도 카페 앞에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앉아 있는 조형물이 있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라는 소설의 한 대목이 작은 울림을 준다.

건너편 보라색 공중전화 부스와 어린왕자 조형물 앞에선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반월도에서 퍼플교로 이어진 박지도로 가면 섬을 둘러보기에 편한 보라색 전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승강장이 있고, 여기서 다시 다리를 건너면 안좌 두리로 나온다. 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과 바다, 이 곳 저 곳 다 구경하면서 한가롭게 걸어도 1시간이면 족하다.

반월·박지도의 컬러마케팅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반달 모양의 반월도는 59세대에 109명, 마을 지형이 바가지 모양인 박지도는 24세대 34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이다.

신안 퍼플섬 마을 전경 (신안군 제공) /뉴스1

이 섬은 자생하는 도라지 군락지의 보랏빛 특성을 살려 그에 맞는 빛깔로 섬을 조성하고 '퍼플섬'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컬러마케팅을 활용한 것이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국내외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이 곳 바다 위에 펼쳐진 1462m의 보랏빛 다리만 바라봐도 마음이 설레고, 푸른 하늘과 바다를 벗 삼아 걸으면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

'퍼플교'는 안좌면 박지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의 "살아 생전에 목포까지 두발로 걸어서 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지난 2007년 신활력 사업으로 목교를 만들면서 비롯됐다.

이듬해 완공된 다리는 '천사의 다리'라고 불렀으나, 이후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길이 7224m의 대규모 다리가 '천사(1004)대교'로 확정되면서 이 다리는 '퍼플교'라 명명했다.

노후된 다리를 참도라지와 콜라비, 꿀풀의 보랏빛에서 착안해 보라색으로 채색함으로써 지금의 퍼플교가 탄생한 것이다.

퍼플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이 다리는 두리-박지 구간 547m와 박지-반월 구간의 915m이다.

전남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 올해까지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남도내에서는 24개 섬이 대상이다.

1, 2단계로 나눠 섬당 40억~50억원 씩 총 1060억원을 투입하며, 섬별로 주제를 정해 체험프로그램 발굴, 마을 식당 마을 펜션, 폐교·마을회관 리모델링, 마을 환경정비, 섬 둘레길 조성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등 관광 자원화를 꾀하고 있다.

신안 반월도 /뉴스1

신안군은 반월·박지도(2015), 기점· 소악도(2017), 우이도(2019), 선도(2020), 옥도(2022), 고이도(2023) 등 6개 섬이 선정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안 반월·박지도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도비와 군비 40억원을 들여 사계절 보라색 꽃피는 특색 있는 마을 경관 조성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반월 마을식당 리모델링, 박지 마을펜션과 식당 신축, 반월 마을카페 신축, 퍼플섬 조성 수목 식재, 경관개선 지붕채색, 상징조형물 설치 등을 추진, 섬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전에는 목포 북항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섬에 갈 수 있었지만 2019년 천사대교가 개통되자 퍼플섬에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다리와 해안도로, 마을 집 지붕, 길가의 파라솔, 창고나 건물 벽, 주민의 옷, 식기, 커피잔까지 모두 보랏빛 일색으로 꾸몄다.

또 아스타 국화와 자목련을 심고 라벤더 정원도 조성해 군락지는 보랏빛 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하루아침에 모든 일이 쉽게 이뤄지는 법이 없듯 이 섬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퍼플섬'이라고 명명한 박우량 신안군수가 보라색 섬을 만들자고 끈질기게 설득하고, 주민들이 힘을 합치면서 꾸준한 노력으로 이런 결실을 맺게 됐다.

신안 안좌 퍼플교 야경 (신안군 제공)/뉴스1

이 같은 컬러마케팅과 차별화된 관광전략에 힘입어 퍼플섬은 지난 2014년 1만4981명에 불과했던 관광객이 '가고 싶은 섬' 선정 이후 2021년에는 28만7197명으로 20배나 증가했다.

처음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 마중물이 돼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한 성공사례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퍼플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는 2021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세계관광기구 총회에서 '제1회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한국 관광의 별' 본상도 수상했다.

퍼플섬에 대한 세계 언론의 반응도 뜨겁다. 독일의 위성방송 프로지벤과 홍콩의 유명 여행잡지인 '유 매거진'에 퍼플교, 라벤더 정원 등이 소개된 이후 미국 CNN과 폭스뉴스, 인도의 WION, 아랍권의 알 자지라 등에 연이어 보도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신안 퍼플섬 라벤더 (신안군 제공)/뉴스1

퍼플섬은 보랏빛 색채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뤄 사진 찍기에도 매력적인 장소여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이 찾아와 아름다운 풍광을 계속해서 담아내고 있다.

퍼플섬의 컬러마케팅은 농산물 가공분야까지 확대돼 컬러 식혜 같은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신안군 농산물가공센터는 신안의 고품질 쌀로 만든 '퍼플식혜'와 '노랑식혜'를 지난해 출시했다.

자색고구마를 활용해 만든 퍼플식혜는 퍼플섬의 상징인 보랏빛에 전통의 맛을 그대로 살린 식혜다. 노랑식혜는 단호박을 활용, 수선화(지도읍 선도마을 상징)가 만개한 색상을 적용했다.

반월·박지도는 군의 기획력과 섬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식으로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했고, 그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군은 퍼플섬의 운영에 관련된 조례를 제정해 관광산업에 직접 종사하지 않는 소외계층에게도 관광수입이 적절히 배분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편익시설 확충으로 머물다가는 관광지를 만들고 방문가치를 높이는 업그레이드 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퍼플섬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전문가들은 "방문객이 늘어난 퍼플섬의 발전을 위해서는 컬러마케팅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월도와 박지도의 생태적 특성을 주변 환경과 조화시켜 나가고 당제 등 전통문화 복원 등을 통해 가보고 싶은 방문가치를 높여가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안 퍼플섬 관광카트 /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보랏빛 섬이 온다'를 공동 집필한 김병희 서원대 교수는 "퍼플섬의 비전은 관광을 통해 섬을 부활시키는 데 있는 만큼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과 방문객들은 생태환경을 가꾸고 보전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탄소제로 관광과 그린관광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섬 주민들은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따른 지원과 신안군·주민들의 노력으로 방문객들이 많이 찾게 됐다"면서 "소외 된 섬 지역에 관광산업이 활기를 띠어 주민 소득이 보장되고 인구가 늘어나려면 추가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hancut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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