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M본부] "음주운전하면 차량 압수·몰수"‥법원이 고민하는 이유는?

김상훈 2023. 7. 2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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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운전 뿌리 뽑겠다는 경찰·검찰의 경고‥"차를 빼앗겠다"

"음주운전을 하면 '차량이 압수·몰수된다'는 국민적 인식이 자리잡도록 하겠다."

지난달 말 검찰과 경찰은 합동으로 내놓은 음주운전 대책을 내놨습니다. 특단의 대책, 바로 상습 음주운전 차량을 아예 빼앗아 버리겠다는 겁니다. 차량 압수·몰수 기준도 명확하게 제시했습니다. 아래 기준에 충족하면 수사기관은 음주운전 차량을 경찰 수사단계부터 영장을 받아 압수하고, 재판에 넘긴 뒤에는 재판부에 몰수를 요청하겠다는 겁니다.

<차량 압수·몰수 대상>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고도 도주하거나, 사망사고 피해자가 여럿인 운전자.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 5년 내 음주운전 2회 이상 반복하고도 다시 중상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음주운전을 5년 안에 3번 이상 저지르고도 또 4회차 이상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차량 압수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난달 27일 경기 오산시에서 일어난 음주운전 사망 사고. 운전자가 만취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길을 건너던 행인들을 치어 4명이 다치고 70대 여성 1명이 숨졌습니다. 경찰은 이 운전자를 구속하고, QM6 차량을 압수했습니다. 이후로도 전국에서 압수 사례가 줄줄이 나왔습니다. 전남에서는 음주운전 8범이 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의 차량이, 강원도 춘천에서도 대낮에 음주운전을 하다 주차된 차량들을 들이받은 남성의 싼타페 차량이 압수됐습니다.

■ "음주운전 차량 압수는 일반적이지 않아"‥ 압수 제동 건 법원 왜?

그런데 수사기관의 엄중한 경고가 무색하게 법원에서 수사기관의 압수 영장을 기각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지난달 23일 부산 해운대에서 음주운전 전력이 2번 있는 운전자가 또 술에 취해 운전하다 사람을 숨지게 했습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법원에 운전자의 스포티지 차량을 압수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두 차례나 압수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압수의 상당성과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게 기각 이유였습니다.

이달 13일 밤에도 서울 서초구에서 이번달에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음주운전 전과 4범인 운전자가 또 음주운전을 하다가 화물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서초경찰서가 벤츠 차량 압수 영장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 서울중앙지법은 "음주운전 사건에서 차량을 압수·몰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서초경찰서가 재차 "재범 우려가 크다"며 압수 영장을 신청하자 "수사에 필요성이 있다"며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 압수와 몰수의 차이는?

간단하게 압수와 몰수 조치 개념에 대해 짚어보고 가겠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또는 추후 소유권을 아예 빼앗는 몰수 조치를 위해 압수 영장을 법원에 요청합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압수물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고, 이후 재판에서 법원이 몰수를 명하면 소유권이 완전히 박탈됩니다. 살인사건에 이용된 흉기나,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된 휴대전화, 불법으로 취득한 금품 등이 압수·몰수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몰수는 범죄행위와 관련된 물품을 아예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으로, 하나의 형벌로 취급됩니다. 형법 제48조가 정해둔 몰수 대상은 1. 범죄행위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2. 범죄행위로 인해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으로 한정됩니다.

■ 상습 음주운전 차량 압수영장 기각 이유, 법조계에 물어보니…

수사기관이 내세운 차량 압수 대상에는 해당됐는데도, 법원 재판부마다, 사건마다 판단이 엇갈려왔던 겁니다. 법조계에 압수 영장을 기각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크게 두 가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앞에 압수 조치는 1. 수사 증거물로 활용 2. 추후 몰수를 위한 보전 이라고 설명했는데, 음주운전에서 차량이 두 조건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먼저 음주운전 사건을 수사할 때 차량이 증거물로서 꼭 필요치 않다는 겁니다. 음주 측정 기록만 있다면 음주 사실이 확인 되는데 차량을 압수해 수사기관이 보관해 분석할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사고가 난 경우에도 엄밀히 따지면 차량 보다는 인근 CCTV나 블랙박스가 사고의 증거물로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또 몰수될 가능성이 낮아서 압수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이 든 기각 사유처럼 통계적으로 음주운전 사건에서 차량을 압수하고 몰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판례를 찾아봤는데, 상습 음주운전자나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재판에서 검사가 차량 몰수를 요청해도 법원이 받아들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수사기관은 처벌의 한 방법으로 압수와 몰수를 활용하려 하는데, 법원은 원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겁니다.

■ 음주운전 차량 '몰수' 판례 찾아보니‥ 법원은 신중 모드

사실 경찰과 검찰이 압수와 몰수를 강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2년에도, 2016년에도 수사기관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면 차를 압수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단단히 경고해왔습니다. 실제로 상습 음주운전자들의 재판에서 검찰이 법원에 차량 몰수를 요청한 경우도 계속돼왔습니다. 1심에서 차량 몰수를 선고했다가 항소심에서 몰수가 취소된 경우도 있을 정도로, 법원의 판단은 엇갈려왔는데요. 검사가 재범 방지를 위해 차량 몰수를 선고해달라고 10번 요청하면 1번 받아들여질 정도로 법원은 신중하게 몰수를 선고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음주운전 1년 내에 음주운전을 4번이나 저지른 전과 5범 운전자에 대한 1심 재판(수원지법 2017고단99 사건), 수원지방법원은 운전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검사가 요청한 차량 몰수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판사는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음주운전 차량 역시 '범행에 제공한 물건'으로서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몰수가 언제나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고, 비례의 원칙에 의한 제한을 받게 된다‥ 1) 자동차는 일반 국민에게 있어 그 재산적 가치나 경제적 비중이 작지 않고, 2) 몰수는 운전자뿐 아니라 그 가족 등의 거주와 이전의 자유·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점, 3) 새 차를 사거나 빌려 운전하는 것을 막을 수 없어 몰수가 재범을 예방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4) 실제로 운전자의 범행 가운데 다른 사람 차량으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점 등을 보면 몰수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상당수 법원에서 같은 이유로 몰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차량의 재산 가치가 크다는 점과 재범 방지에 실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운전자 스스로 '병'으로 인식"… 극히 이례적일 때만 '몰수'

반면 법원이 몰수를 받아들인 경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로 실형까지 살다가 출소한 뒤에 9번째 음주운전에 적발된 운전자에 대한 1심 재판.(울산지법 2016고단1593) 울산지법은 징역 6개월을 선고하면서 차량을 몰수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아래는 당시 판결 내용 중 일부입니다.

"차량 몰수는 매우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가 8번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 3회로 실형을 선고받고도 또 음주운전을 했고, 운전자는 술을 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운전을 하게 되어 스스로 음주운전을 통제할 수 없다고 하면서(운전자는 이를 자신의 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자동차가 2000년식으로 중고 가격이 150만원에 불가한 점 등을 고려한다"

운전자 스스로도 병으로 여길 정도 수준이 되자 차량 몰수를 명한 겁니다. 지난달 나온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나온 판결에서도 4번째 음주운전 적발 운전자에게 "차량을 몰수하지 않으면 재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이는 점"을 이유로 제네시스 쿠페 차량 몰수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여러 차례 받은 과태료를 내지 않고, 상당기간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으로 여러차례 교통사고를 내고도 피해자들에게 무책임하게 대응해온 점을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운전자가 다른 차로 재범할 수 있다고 해도 그 가능성만으로 이 사건에 이용된 차량 몰수가 갖는 재범방지 효과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 "예외적으로 몰수해야"‥"획기적 대책, 법원 적극 나서야"

법조계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한 판사는 "수사기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음주운전 사건에서 차량 몰수를 선고하지 않았던 것이 법원 판결의 대체적인 경향이고, 추후 몰수 필요성이 없다면 압수영장을 기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음주운전에 중독됐다고 보이는 운전자가 아니라면 재산을 빼앗는 강제처분 형벌인 몰수를 선고하기가 쉽지 않다"며 "단지 처벌 수단으로 차를 빼앗는다는 건 과잉된 측면도 있어서 예외적으로 중한 사안에 한정돼 적용돼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반대로 법원이 더 강하게 나서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원칙에 따른다기 보다는 여태까지의 관행에 따른 걸로 보여진다"며 "극약 처방이긴 하지만 지금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차량 몰수가 가장 획기적인 조치인 만큼 법원이 몰수를 선고해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변 서치원 변호사는 "상습 운전자의 경우 다각도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차량 몰수의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수사기관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지 이제 한달이 됐습니다. 법원에서도 음주 사망사고를 내면 최고 15년, 뺑소니까지 하면 징역 23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음주운전 양형기준을 마련해 이번 달부터 적용하고 있는데요.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이 어느때보다 큰 만큼, 법원에서도 사례가 더 쌓이면 차량 압수·몰수에 대한 기준이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상훈 기자(s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508883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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