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피어나는 들꽃처럼…거리에서 부르는 ‘희망 노래’
1993년 발표한 ‘바위처럼’, 집회 현장 빠지지 않는 필수곡 반열
MZ 노동자와 소통 “사무직만 조명…제조업 부당한 처우 여전”
“여러분이 투쟁을 하면 알게 되는 가수…노래로 힘을 주고파”
“좋은 이들과 함께한다는 건/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의 전부/ 우리 시작 그 좋은 이들과/ 함께 사는 세상/ 그것을 꿈꾸었기 때문이죠.”(‘이 길의 전부’)
땡볕이 내리쬐던 지난 25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선 민중가요 그룹 꽃다지 공연이 펼쳐졌다. 공무원 임금 수준을 정하는 공무원보수위원회의 4차 전체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이 주최한 집회에 꽃다지가 초대받았다.
꽃다지는 이날 ‘노래’ ‘파이터’ ‘주문’까지 3곡의 공연을 준비했지만, 현장의 박수와 앙코르에 호응해 ‘이 길의 전부’와 ‘바위처럼’을 더 불렀다. 꽃다지 대표와 음악감독을 맡은 정윤경은 기타를 치고 ‘전투적으로’ 하모니카를 불어대며 노래했다. 보컬인 정혜윤과 이동선 역시 집회 참가자의 박수를 끌어내며 ‘가열차게’ 노래를 불렀다. 꽃다지 영상감독 박성훈은 연신 이들의 공연 사진을 찍었다.
꽃다지의 ‘길거리 공연’에 푸른 눈의 외국인 둘이 가던 길을 멈춰 섰다. 한국에 관광 온 독일인 엄마와 딸이었다. 딸은 “한국어를 몰라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멜로디가 너무 좋다”고 했다.
꽃다지 단원들은 집회가 열리기 30분 전에 무대에 올라 예행연습을 했다. 꽃다지 이름이 불리기 전까지 거리에서 대기해야 했다. 가수를 위한 대기실은 없었다. 집회 트럭 옆에서 정혜윤과 이동선은 ‘아~아~음~음’ 하며 목을 풀었고, 정윤경은 기타 키를 맞추며 공연을 준비했다. 그들 사이로 여러 시민이 지나갔다.
30여분의 공연을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오는 정윤경의 얼굴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오늘 부른 노래를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 물었다. “강한 비트의 센 노래를 선곡했죠.” 그 이유가 궁금했다. “지금 공무원보수위원회가 정부청사에서 열리고 있는데, 위원회에 참가하는 분들에게 크게 들려주고 싶어서였죠. 오늘 우리가 부른 ‘주문’ 중에 이런 가사가 나와요. ‘오늘 우리가 사는 이곳이 더 아름다울 수 있게’라는….”
꽃다지는 이튿날인 26일엔 울산으로 내려가 현대중공업 노조 창립일 행사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노찾사 그리고 꽃다지
꽃다지는 1992년 3월1일 세상에 나온 민중가요 그룹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뒤 만들어진 노동자 노래단과 삶의 노래 예울림, 두 노래패가 하나가 되면서 출발했다. 90년대 꽃다지엔 가수·밴드·기획자 등 20명이 넘게 활동했지만, 현재는 기획자 민정연까지 5명이 남아 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과 꽃다지는 자주 비교된다. 노찾사는 서울 여러 대학의 노래패가 모여 만든 ‘새벽’을 중심으로 1983년 11월30일 결성됐다.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 진영에선 웅장한 느낌의 클래식 성향의 노찾사 노래를 자주 불렀다면, 노동운동 현장에선 강렬한 느낌의 투쟁가요와 록 성향의 꽃다지 노래를 주로 불렀다.
이념 논쟁이 한창일 땐 꽃다지는 ‘단결투쟁가’ ‘동지’ 등 민중민주(PD) 계열 노래를 즐겨 부르는 노동가요 그룹으로, 노찾사는 ‘광야에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등 민족해방(NL) 노래를 많이 부르는 민중가요 그룹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잘못된 분석이다. 꽃다지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같은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노찾사 역시 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사계’를 불렀다. 꽃다지나 노찾사는 민중해방·민족해방 정파가 섞여 있어 노동·통일을 구별하지 않고 무대에 섰다.
꽃다지와 노찾사는 거의 비슷한 이름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노찾사가 부른 ‘동지를 위하여’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곡으로 자주 불리는 서정적인 분위기의 노래다. 꽃다지의 ‘동지’는 심장박동을 높이며 붉은 머리띠를 불끈 매게 하는 행진곡풍이다.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에도/ 부딪쳐오는 거센 억압에도/ 우리는 반드시 모이었다/ 마주 보았다/ 살을 에는 밤 고통받는 밤/ 차디찬 새벽 서리 맞으며 우린 맞섰다’(‘동지’)
“변절했다” 비판받던 시절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바위처럼’)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열기가 시나브로 사그라질 때인 1993년 꽃다지가 내놓은 비합법 2집 음반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에 실린 두 노래(‘바위처럼’과 ‘전화카드 한 장’)가 논란이 됐다. 이들 노래는 1980년대 유행한 민중가요와 결이 달랐다. ‘바위처럼’은 청량하고 신선했지만, 투쟁의식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전화카드 한 장’은 가요처럼 사랑 얘기를 다룬 것 같다는 비난을 받았다. 민정연이 당시를 회고했다. “1990년대 이후 음반을 낼 때마다 ‘변절했다’는 얘기를 들었죠. 하지만 ‘바위처럼’과 ‘전화카드 한 장’은 노동자·학생과 함께 가기 위해 만든 노래였어요. 당시는 민주화 항쟁을 거친 뒤 노동운동 열기가 다소 떨어졌을 때였죠. 그때 열린 회의 자료를 보면 ‘일상에서 같이할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다’, ‘파업 현장만이 아닌 일상에서 부르는 노래를 만들자’는 고민과 제안이 있었죠. 기존 투쟁가요와 더불어 좀 더 일상에 파고들어 갈 노래를 만들자는 고민이 컸던 시기였고 그런 과정을 거쳐 두 노래가 세상에 나온 거였죠.”
그때 투쟁적이지 않다고 비판받은 ‘바위처럼’은 역설적으로 이젠 투쟁과 파업의 주춧돌로 불리는 노래가 됐다. 정윤경은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 보면, 파업을 거치면서 투쟁을 한 분들은 ‘바위처럼’이란 노래를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 않은 분들은 ‘바위처럼’을 잘 몰라요. 잘 모르는 분들에게 ‘앞으로 이 노래는 애창하는 투쟁가가 될 거’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죠. 하하.”
요즘 꽃다지는 젊은 ‘엠제트(MZ) 세대 노조’를 자주 찾는다. 지난 5월엔 전북 완주군에 있는 수소연료저장 관련 회사인 일진하이솔루스를, 지난달엔 충북 청주의 반도체 관련 회사인 테스트테크를 찾아 집담회를 하고 공연도 했다. 이런 자리에서 정윤경은 자주 놀란다고 했다. “집담회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한 말이 충격적이었죠. 회사 상급자가 그 여성 노동자에게 ‘여자 머리가 왜 그리 짧아. 머리 길러’라고 했다는 거예요. 요즘에도 저런 말을 하는 상급자가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그는 말을 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엠제트 세대 노조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 가서 보면 그런 말이 공허할 때가 많아요.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고,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죠.”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대 변화는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우리 때’는 노조 회의나 집회를 할 때 꼭 막걸리와 소주가 올라왔어요. 근데 지난번 엠제트 세대 집담회에선 먹거리는 있었지만 술이 없더라고요. 대신 카나페 같은 ‘신세대 요리’가 올라왔더라고요. 처음 보는 풍경이 신기했었죠.”(정윤경)
꽃다지는 젊은 노동자에게 다가서기 위해선 그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했다.
“예전엔 민중가요는 멋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불렀어요. 음역도 아주 높아서 힘든 점도 있었고요. 하지만 요즘 세대에게는 ‘리듬감이 있거나 그들한테 익숙한 음악으로도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음악이 들리면 가사가 들리고 공감을 하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어요.”(정혜윤)
“젊은 세대 눈높이에 맞춘 노래를 많이 찾고 부르려 해요. ‘민중’이나 ‘승리하리라’ 같은 말은 요즘 세대에 낯선 표현이잖아요. 옛날처럼 투쟁과 희망만을 보여주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절망과 한탄을 그리더라도 젊은 노동자의 내면에서 오래 남아 위로가 되고 마음을 정제하는 그런 노래를 부르는 거죠.”(정윤경)
이런 활동을 벌이면서 꽃다지는 젊은 노동자의 현실과 고민을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정규직은 최대한 줄이니 젊은 세대가 취업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젊은 세대는 비정규직에 몰릴 수밖에 없죠. 이 때문에 비정규직 그 자체가 마치 젊은 노동자 집단처럼 돼버린 거죠.”(정윤경)
“언론에선 사무직이나 화이트칼라의 엠제트 세대만 보여주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엠제트 세대는 제조업에서 일하는 분이 많아요. 그들은 자신들이 당한 부당한 노동 문제에 다른 세대가 공감해줄지 걱정을 해요. 언론에 다양한 분야의 ‘엠제트 노동자’도 보여달라는 거죠.”(이동선)
꽃다지는 젊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공연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고 했다. “꽃다지 잘 모르시죠? 여러분들이 투쟁을 시작하면서 알게 되는 가수예요. 부당한 노동 환경에 싸우다 길거리로 내몰린 뒤 만나게 되는 게 꽃다지입니다.”(정윤경)
변화와 도전의 30년
꽃다지는 1집 ‘금지의 벽을 넘어 완전한 자유를 노래하리라’(1994), 2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1997), 3집 ‘진주’(2000), 4집 ‘노래의 꿈’(2011)까지 4개의 정규음반을 냈다. 이와 함께 미니(EP) 음반, 디지털 음원 등도 틈틈이 발표하고 있다. 이처럼 꽃다지는 노동·학생운동이 주춤하는 2000년 뒤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꽃다지에 모인 이들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을까?
민정연은 꽃다지 구인광고를 보고 문을 두드렸다. “1987년 때는 너무 무서워서 항쟁에 참여하지 못했죠.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했지만 그게 계속 빚으로 남았어요. 그러다 1997년 한겨레 생활광고에서 ‘꽃다지 식구를 구합니다’라는 광고를 봤어요. 그때 기획자로 들어갔죠. 제가 들어왔을 때 꽃다지는 연 200회 이상 공연했어요. 단원은 기획자 9명, 가수 5명, 밴드 6~7명이 있었죠. 월급은 50만원이었는데, 두세번 받고 계속 줄어들었죠. 그해 겨울엔 서너달 월급을 받지 못할 때도 있었고요.”
정혜윤은 대학교 노래패에서 활동하다 꽃다지와 인연을 맺었다. “학교 노래패에서 활동했죠. 대학교 4학년 여름 때인 1999년에 꽃다지 오디션이 있어서 도전했어요. 합창보다 개성 있는 솔로 목소리를 찾았던 것 같았어요. 한달간의 연습 기간을 거쳐 2차 오디션을 보고 정식 단원이 됐어요. 그때 꽃다지는 3집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죠.”
정윤경은 유정고밴드에서 활동한 뒤 꽃다지에 합류했다. 유정고밴드는 정윤경을 비롯해 ‘바위처럼’ 작곡가 유인혁, 기타리스트 고명원 등 운동권 노래 가수들이 2000년 자신들의 성을 따서 만든 밴드였다. 그는 꽃다지의 노래가 처음엔 싫었다고 했다. “2004년 여름 민정연 기획자에게 연락이 왔어요. ‘꽃다지에서 음악감독을 맡아 달라’는 내용이었죠. 처음엔 거절했죠. 그때만 해도 꽃다지풍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민 기획자에게 삼고초려를 당하면서 음악감독으로서 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들어오게 됐죠.”
민정연은 왜 삼고초려를 했을까? “2000년 이후 꽃다지는 음악적인 변화가 절실했어요. 파업 현장에서 투쟁가를 부르는데도 노동자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바뀐 정서를 담을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음악 어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우리끼리 해보려고 했는데 관성이 있어 바뀌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막연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색깔의 음악으로 바꿀 수 있는 외부인을 찾았죠. 그런 음악 색깔을 가진 사람이 정윤경 대표였죠.”(민정연)
박성훈은 인터넷방송 ‘칼라티브이’에서 활동하다 꽃다지와 인연을 맺었다. “꽃다지 다큐멘터리를 찍었는데, 정윤경 대표가 ‘유튜브 영상을 찍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어릴 적 좋아한 꽃다지의 일원이 된다는 게 두려워서 고민했지만, 제가 해온 일이 도움 될 것 같아 단원이 되기로 했죠.”
‘막내’ 이동선은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 대학교에 다닐 때 서총련(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노래패인 ‘조국과청춘’에서 활동했어요. 졸업한 뒤에는 음악을 가르치는 시간강사로 일하다 다른 나라에서 살았죠. 한동안 현장이란 걸 잊고 살았어요. 그러다 지난해 연말 정윤경 감독님한테 ‘보컬로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어요. 경력단절 여성에게 제안이 온 거였죠. 처음엔 확신이 안 서서 망설였는데, 올해 3월 말 경북 구미에 있는 유리 제조회사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 농성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제가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올해 ‘막내’ 꽃다지 단원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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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 향한 열정으로
유명 가수도 경력 30년이 넘으면 창작 노래가 줄어든다. 꽃다지는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계속 앨범을 내고 있다. 그런 열정과 다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꽃다지의 뜻이 뭐냐’고 물어요. 원래 꽃다지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품없이 피는 노란색 꽃이죠. 다른 들풀보다 먼저 꽃을 피우기 때문에 ‘희망’을 상징하죠. 누군가의 식탁에 올라 음식으로 쓰이기도 하고, 아픈 누군가에겐 약재로도 쓰여요. 그렇게 꽃다지는 우리와 더불어 같이 살고 있죠. 민중가요 그룹 꽃다지도 누군가에겐 희망을 주고, 많은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죠. 노래의 힘으로 세상을 좀 더 좋게 바꾸고 싶은 거죠.”(민정연)
“저희를 후원해주는 분들 모임이 ‘꽃사람’인데, 그분들 열정이 대단해요. ‘꽃다지 노래를 듣고 문득 생각났다’며 연락해주는 분도 많아요. 그런 분들을 생각하며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좋은 노래를 세상에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은 음악에 반응하잖아요. 꽃다지는 음악을 믿었죠. 쉽지 않았지만,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정윤경)
“예전에 정태춘 선배님 공연을 본 적이 있었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노래 부르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저는 꽃다지에서 노래를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어요.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죠. 한때는 노래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러기 힘든 걸 알아요. 그래도 서로에게 손 내밀어 주는 사회가 되고, 우리 아이들이 살기에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노래를 부를 거예요.”(정혜윤)
“꽃다지는 어쩔 수 없이 거리에 나온 사람들에게 노래로 힘을 주는 가수들이라고 생각해요. 1992년부터 꽃다지를 지켜봤는데,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많은 도전을 하는 것 같아요.”(박성훈)
“지금처럼 현장에서 투쟁하시는 분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주는 노래를 부르고 싶죠. 나아가 투쟁의 현장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이동선)
꽃다지는 변신하려고 계속 노력 중이다. 2021년 12월부터 유튜브 방송(꽃다지 으라차차)을 시작한 것도 영상에 더 반응하는 엠제트 세대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다. ‘으라차차’ 이름은 코로나19로 절망에 빠졌을 때 우리 사회와 꽃다지 멤버들이 ‘같이 힘내자’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시위나 집회에서만 꽃다지를 보는 사람에게 공연 전후로 꽃다지 단원들의 생생한 모습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과거 후원자에게 소식지 형식으로 꽃다지 얘기를 보냈다면 이젠 영상으로 보내는 방식이죠. 영상을 보고 섭외가 오기도 합니다.”(박성훈)
현재 꽃다지는 30돌 기념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12월 서울·인천·부산·제주를 포함해 전국 순회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에 맞춰 5집 음반도 낼 계획을 세워두고 있죠. 늦어도 내년 5월까지 5집을 낼 생각입니다.”(정윤경)
30~40명 정도의 소규모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에서 노래를 부르는 공연도 기획 중이다. “예를 들면 귀촌 공동체 모임에서 꽃다지 노래를 부르는 거죠. 다양한 형식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며 그들을 잇고 싶어요.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책인 ‘섬과 섬을 잇다’라는 책 제목이 꽃다지 계획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정윤경)
다섯 멤버에게 꽃다지 노래 가운데 하나만 추천해 달라고 했다. 한명도 빠짐없이 ‘당부’를 꼽았다. “꽃다지가 30년 넘게 거리에서 노래하며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잘 담긴 노래이기 때문이죠. 삶에 지칠 때, 사람들이 미울 때가 있잖아요. 그때 이 노래를 들으면 그런 미움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죠.”(민정연)
“우리가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 그때엔 더욱더 먼 곳을 바라보며 함께했지/ 인간이 인간으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향해 함께했지.”(‘당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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