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태풍 온다는데, 목숨 걸고 쫓아갈 수는 없으니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슈퍼 엘니뇨에 초강력 태풍 가능성…빠르고 정확한 특보 '필요'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난 5월 위험기상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던 미국 오클라호마주 노먼 국가기상센터(NWS) 1층에는 드럼통 모양의 전시품이 눈길을 끌었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인 '도로시' 이름과 캐릭터가 부착된 이 장치는 NWS에서 가장 인기있다. 도로시가 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재난 영화 '트위스터'에서 사실상 주인공 역할을 하는 기상 관측 장비였기 때문이다.
트위스터는 미국 중부를 휩쓰는 토네이도의 다른 이름이다. 토네이도는 차고 건조한 상층부 대기가 급격히 상승하는 지상의 뜨거운 공기와 만나면서 갑작스러운 공기 회전이 만들어지는 기상 현상이다. 이는 자연이 지표면에서 만들어 내는 바람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력은 상상을 초월해서, 최고 등급 토네이도는 수십초만에 2~3층집 전체를 한꺼번에 들어 올려 박살 낸다. 영화 트위스터를 대표하는 젖소가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은 결코 과장은 아닌 셈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대기환경과학자들은 토네이도의 발생 이유와 위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도로시를 토네이도 속으로 들여보내기 위한 작전을 펼친다. 차를 타고 토네이도가 발생할 만한 위치를 찾아간 뒤에 도로시를 놓고 떠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도 발생한다. 토네이도가 다수의 사상자를 내는 만큼 '목숨을 바쳐서' 토네이도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같은 '생을 바치는 연구'는 현실에서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NWS에는 토네이도 추적 연구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지난해에만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 학생 3명(니콜라스 나이르, 드레이크 브룩스, 개빈 쇼트)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토네이도는 미국에서만 연평균 1000회씩 발생하고 있다. 사상자는 매년 약 100명씩 발생 중이다. 미국의 기상·기후 연구는 지난 184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오랜 연구에도 기상 재난을 완벽하게 통제하거나 추적하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대신 재난을 빨리 통보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로 치면 태풍 주의보와 태풍 경보, 대피 기상 특보를 시군구 단위로 빠르게 발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권한을 기상청에게 부여하면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이런 시스템의 목표다.
토네이도의 강도·발생 빈도와 기후변화 사이의 상관관계는 확정된 게 없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는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서 비교적 토네이도가 덜 발생하던 계절의 토네이도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존 앨런 미국 센트럴미시간대 교수는 "연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토네이도 길목'인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강한 토네이도 발생이 6.6% 증가했다"고 했다.
한반도는 토네이도가 발생할 만한 기후대에 위치해 있지만 평야가 넓지 않은 편이라 앞으로도 토네이도가 발생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한반도에는 태풍이 들이닥친다. 통상 여름철(6~8월)에 상륙하거나 접근하던 태풍은 이제 가을철(9~11월)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강화하고 있다. 당장 지난해에만 힌남노와 무이파, 난마돌이 가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감시구역의 수온이 평소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는 슈퍼 엘니뇨 현상까지 예고되면서 초강력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태풍의 강도가 세지고,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난을 앞서 확인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연구'는 트위스터 속 극적인 효과다. 그러나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 앞에서 정확하고 빠른 통보는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서로 다른 기상 현상에서도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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