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의 '무인기'와 '핵어뢰'…요란하지만 성능은 의문
평양 상공 비행 장면 공개했지만, 항전장비 등 성능은 큰 의문
러 '포세이돈' 모방 추정되는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도 등장
'해일'은 물론 '포세이돈'도 쓰나미 일으키는 시험 한 적 없어
탑재할 소형화 핵탄두 위력이 관건이지만 그것도 실증 안 돼
'극초음속 미사일' 등도 나왔는데, 8차 노동당 대회서 언급한 무기들
"무기체계 개발과 생산 능력 과시, 러시아에 협력 필요성 보여줘"
북한은 27일 밤 자칭 '전승절', 즉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기념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열었다. 그간 몇 차례 열병식에서처럼 새로운 미사일 등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신 '무인기'와 '핵어뢰'가 등장했다.
2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 등을 종합하면 이날 열병식에는 미 공군의 RQ-4 글로벌 호크 정찰기와 MQ-9 리퍼 공격기를 빼닮은 모양새의 무인기 2종류가 등장했다. 후자의 경우 날개와 동체 밑에 무장도 장착돼 있다.
조선중앙TV는 "새로 개발생산되어 우리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이라며 이 무인기들이 평양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이름부터가 미국제 무인기를 따라한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들을 비롯한 정찰수단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데 대하여" 언급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나온 무인기들도 이러한 '연구사업'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무인기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목표까지 유도하는 성능의 공격용 드론은 과거엔 미국이 트렌드를 선도해 나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TB2와 같은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 가격과 제작 난이도가 많이 내려갔다.
다만 북한의 광학·레이더 등 첨단 전자기술이 이를 뒷받침할 정도의 수준인지는 알 수 없다. 기존에 우리 쪽으로 날아왔던 무인기들은 DSLR 카메라를 탑재하는 정도가 고작인 성능이었다. 이와 비교해 보면 비행 성능 면에서는 발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샛별-4형이 원본 글로벌 호크처럼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로 수백킬로미터 범위를 감시할 정도의 성능을 갖췄을지는 의문이 크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샛별-4형에 대해 "전자광학/적외선(EO/IR) 장치는 장착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다른 핵심장비인 합성개구레이더(SAR)는 장착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며, 북한은 해당 기술이 없기 때문에 해외 도입을 하지 못했다면 장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엔진, 센서, 항전장비 등 핵심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외양만 그대로 카피했을 경우 실제 작동은 크게 제한된다. 외부로 보여지는 것에 중점을 둔 목업(mock-up, 모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무리 외양이 유사하고 비행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북한제 무인기의 엔진과 센서 등이 미국제와 동일하지 않으므로, 기능까지 똑같을 수는 없다"며 "북한 무인기는 미국이나 우리나라 등 군사 선진국의 기체 성능에 미칠 수 없으며, 앞으로 북한의 독자모델이 나왔을 때 개발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기체들이 한미 공군이 운용하는 무인기를 빼닮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유사시 북한이 이를 우리 쪽 지역에 투입할 경우에는 피아식별에 일정한 지장을 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기에 피아식별장치가 갖춰져 있기는 하지만, 형태상 착각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등장 자체가 처음은 아니지만, 지난 3월과 4월 북한이 폭발 모의실험을 했다는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이 차량에 실려 열병식에 등장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군 당국은 이것이 러시아의 핵추진·핵무기 탑재 수중 드론(사실상 핵어뢰) '포세이돈'을 모방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포세이돈은 러시아가 2010년대 중반 개발한 수중 드론으로, 기존 핵어뢰보다 크다. 메가톤급의 핵탄두를 탑재해 핵폭발과 함께 쓰나미를 일으켜, 항구 등에 강력한 피해를 입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만큼 사전에 탐지하거나 요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실제 쓰나미를 일으키는 시험을 한 적이 없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제대로 드러난 바가 없다.
그러므로 '해일'의 위력은 쓰나미보다는 탑재한 핵무기의 폭발력에 초점을 맞춰 해석하는 쪽이 타당하지만,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제대로 실증되지 않았으므로 그 '위력' 역시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셈이다.
한편, 새로운 무기는 아니지만 그전에 시험발사한 뒤 '화성-8형'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던 이른바 '극초음속 미사일'도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2나형'으로 이름을 바꿔 등장했고, 기존에 이미 등장한 화성-17형과 18형 ICBM도 모습을 보였다.
양욱 연구위원은 "극초음속 미사일, 전술핵무기, 무인기,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등은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개발을 발표한 무기들로, 5개년 국방발전계획이 의도된 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것이 당과 김정은의 성과임을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막강한 무기체계 개발과 생산 능력을 가졌음을 과시해 전쟁 지원이 필요한 러시아에게 북러 협력의 필요성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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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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