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칼럼] 거꾸로 치는 파도, 이안류로부터 안전한 바다
“나와 실뱅은 파도가 부서지는 순간에 몸을 날렸고, 리제트(파도)는 서로 나란히 붙어 있는 두 뗏목을 현기증이 날 정도의 속도로 바다를 향해 뿜어냈다. 채 5분도 못 되어 우리는 해안에서 300미터는 떨어졌다.”(소설 ‘빠삐용’ 中)
소설 ‘빠삐용’에서 주인공은 탈출이 어려운 절벽 위 섬에 갇혀 변덕스럽고 세찬 파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다 일정한 파도 주기를 알아냈는데, 6번의 파도가 치고 7번째 거대한 파도가 밀려온 후에는 빠르게 바다로 돌아가는 흐름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보름달이 뜨고 조수가 제일 높은 밤, 주인공은 7번째 파도가 친 후 바다로 돌아가는 흐름을 타고 탈출에 성공한다. 그가 타고 간 흐름이 바로 ‘이안류’다.
해안가에서는 통상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파도가 치며, 높은 파도는 주로 강한 저기압과 해상풍, 조석의 영향으로 형성된다. 바다에서 강한 저기압이나 태풍은 폭풍해일을 일으키는데, 여기에 강한 바람이 긴 시간 이어지고 취송 거리가 길면 풍랑이 일고 너울이 밀려와 해안가의 위험 요소가 된다. 조석은 해와 달, 지구 사이의 인력이 작용하여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높아지고 낮아지는 현상으로, 이로 인해 밀물과 썰물, 대조기와 소조기가 나타난다. 이와 같이 기상과 천문조에 의한 높은 파도는 바다예보와 풍랑특보, 폭풍해일 특보에 따라 해상활동을 금지하는 등 피해가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
이안류는 이러한 조석 현상과 무관하고, 육지 쪽으로 치는 파도와도 다르다. 보통 이안류는 파도가 해안에 정면으로 칠 때 잘 생긴다. 바람이 해안선에 직각으로 불면 바닷물이 해안에 밀려와 쌓이고, 바닷물은 바다로 다시 빠져나갈 곳을 찾아 해안을 따라 이동하다가 밀려 들어오는 파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어느 지점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이안류는 지형적인 요인과 파도의 특성, 풍향 등 여러 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데, 폭이 10~40m로 매우 좁고 유속이 빠르며 발생 시간도 짧다. 이안류의 예측과 관측이 어려우면서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이면 이안류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들리곤 한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2020년 8월 13일 20여 명이 이안류에 휩쓸렸다 구조된 사례를 비롯하여 수십 명씩 이안류에 휩쓸리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남쪽을 향해 완만하고 넓게 트여 있어, 남풍이 우세한 여름에 파도가 정면으로 치면 이안류 발생 가능성이 크다. 부산 송정해수욕장, 제주 중문해수욕장 등도 지형적 조건으로 이안류 발생이 잦다. 그러나 이안류는 어느 해안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에 항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이안류 피해를 줄이고자, 이안류 위험도가 높은 부산 해운대를 비롯하여 해수욕장 8곳의 이안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안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여 안전-주의-경계-위험 4단계로 제공한다. 최근 해양레저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올해는 예측 시간을 3시간에서 1시간 단위로 세분화하고, 제공 기간도 6~8월에서 연중으로 확대하였다. 더불어 ‘해수욕장 날씨서비스’를 통해 전국의 주요 해수욕장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함께 활용하면 유용하겠다.
이안류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려면 선제적인 대비와 발생 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안류 정보의 통합 창구가 되어 기상청의 이안류 예측정보와 국립해양조사원의 이안류 감시정보를 실시간으로 지자체 및 해양 방재 기관에 제공해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만약 해수욕장에서 이안류에 휩쓸렸다면, 파도에 거스르지 않고 침착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안류 진행 방향의 45도 방향으로 헤엄쳐서 그 흐름에서 먼저 벗어난 후에 해안으로 헤엄쳐 나와야 하며, 수영에 자신이 없다면 흐름에 몸을 맡기고 체력을 보존하면서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소설 ‘빠삐용’에서 이안류는 이름 그대로 육지에서 떠나가는(離岸) 흐름(流)이 되어 주인공에게 자유로운 삶을 주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안류는 해수욕장 이용객을 위협하는 위험한 현상일 뿐이다. 그렇지만 막연한 두려움으로 바다에 가까이 가는 것조차 불안해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평소 이안류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이안류 예측에 따른 관계기관의 대응에 협조한다면, 이번 여름도 안전하고 즐겁게 바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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