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초음파 브라 입고 집에서 유방암 진단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7. 2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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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브래지어에 붙이는 초음파 기기 개발
실제 유방암 환자에서 초기 단계 종양 찾아내
브래지어에 밀착되는 착용형 초음파 기기. 환자가 직접 병원의 초음파 기기와 같은 해상도로 유방 초음파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MIT

브래지어에 부착해 유방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영상 기기가 개발됐다. 환자가 집에서도 초음파로 유빙을 검사할 수 있어 정기검진 기간 사이에 발생하는 암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자난 다그데비렌(Canan Dagdeviren) 교수 연구진은 2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초기 단계에서 유방의 종양을 발견할 수 있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초음파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초음파 장치는 브래지어에 부착할 수 있는 유연한 패치 형태이다. 착용자가 패치에 있는 초음파 스캐너를 움직여 다양한 각도에서 유방 조직을 촬영할 수 있디. 연구진은 실제 유방암 환자가 브래지어 부착 장치로 병원에 있는 초음파 기기와 비슷한 해상도로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방 곳곳 옮겨가며 다양한 각도로 촬영

유방암은 초기에 진단하면 생존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 그러나 말기에 발견되면 생존율이 25%로 떨어진다. 연구진은 환자가 집에서 직접 초음파 기기를 쓸 수 있다면 유방암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봤다.

우선 초음파 진단 기기를 몸에 착용할 수 있도록 벌집 모양의 구멍이 있는 유연한 패치를 만들었다. 패치는 자석을 이용해 브래지어에 밀착할 수 있다. 진단을 위해 브래지어는 여러 군데 구멍이 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소형 초음파 스캐너는 브래지어의 구멍을 통해 직접 피부에 닿는다.

환자는 스캐너를 패치에서 여섯 군데 위치로 움직일 수 있어 유방 전체를 촬영할 수 있다. 또 게임기처럼 한 위치에서 막대 추적장치로 스캐너를 움직여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연구진은 MIT 임상중개연구센터와 함께 유방 낭종(물혹) 병력이 있는 71세 여성에게 이 기기를 시험했다. 환자는 브래지어에 부착한 초음파 기기로 초기 단계인 지름 0.3㎝의 작은 낭종을 감지할 수 있었다.

착용형 진단 기기의 해상도도 기존 초음파 기기에 필적하는 수준을 달했으며, 최대 8㎝ 깊이까지 조직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유방암 조기 진단에 쓸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MIT 임상중계연구센터의 캐서린 리치아르디(Catherine Ricciardi) 간호사는 “간호사로서 진단이 늦어지면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는지 목격했다”며 “이번 기술은 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진단을 제공함으로써 유방암 조기 발견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래지어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초음파 기기 구조. 구멍이 나 있는 브래지어 위에 자석으로 유연 패치를 붙인다(A, B). 패치에는 초음파 스캐너가 달려 있다. 스캐너는 브래지어의 6군데로 옮길 수 있으며(D), 조이스틱처럼 여러 방향으로 회전해 다양한 각도로 유방을 촬영할 수 있다(F~I)./MIT

◇고모 죽음 계기로 착용형 진단 기기 개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230만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68만5000여명이 사망했다. 조기 진단이 가능하면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유방암 진단이 늦어지는 데 간격암(interval cancer)도 한몫 한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 20~30%를 차지하는 간격암은 검진과 검진 사이에 발견된 암이라는 뜻이다. 간단히 말해 최근 정기검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고 아직 다음 정기검진 시기가 되지 않았는데 암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병원에서 아무 문제 없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다가 당하는 셈이다.

다그데비렌 교수의 고모가 전형적인 간격암 환자에 해당한다. 고모는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49세에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고 6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당시 MIT 박사후 연구원이던 다그데비렌 교수는 환자가 혼자서 유방암 진단을 자주 한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착용형 진단 기기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다그데비렌 교수는 “이번 기기의 대상은 간격암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라며 “더 자주 검진을 받아 유방암 생존율을 최대 98%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브래지어에 부착해 쓸 수 있는 진단 기기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자가 언제든지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소형 초음파 스캐너를 설계했다. 연구진은 압력을 가하면 전류를 발생시키는 압전 소재를 사용해 초음파 스캐너를 소형화했다.

이번 기기로 촬영한 영상을 화면으로 보려면 병원에서 쓰는 초음파 기계에 스캐너를 연결해야 한다. 연구진은 집에서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크기의 소형 영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촬영에서 영상 확인까지 집에서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방사선 전문의인 맥신 조첼슨(Maxine Jochelson) 박사는 스탯(STAT)지에 “웨어러블 초음파 기기가 병원에서 영상 촬영을 받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획기적인 제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초음파가 저렴하고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지만 유방암 진단에는 여전히 방사선을 이용한 유방 촬영술이 표준”이라고 말했다. 조첼슨 박사는 또 “여성은 생리와 함께 유방에 혹과 멍울이 생기고 사라지는데, 초음파는 이런 것들을 포착한다”며 “웨어러블 초음파가 여성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높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h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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