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공항 끝장"…30㎏ 방폭복 챙기는 폭발물처리반[금준혁의 온에어]
엑스레이 등 장비로 실전 같은 훈련…"방폭복 입어도 폭탄 터지면 생명 장담 못해"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인천공항=뉴스1) 금준혁 기자 = "지금 폭발물 안에 폭약이 세 개가 있는데 터지면 반경 100m가 영향을 받습니다."
폭발물 해체 훈련에 참여한 인천국제공항공사 폭발물처리반(EOD)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지난 7월5일 인천국제공항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군경 합동 폭발물처리 훈련 현장. 곳곳에서 군복 바지, 검은색 조끼에 모자를 쓴 관계자들이 모였다.
EOD는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함께 출범해 현재 육군 특전사, 707특수임무단, 해군 특수전전단(UDT) 등 군 특수부대 출신 34명이 소속돼 있다. 적게는 4년부터 20년간 근무한 베테랑까지 구성도 다양하다. 최근 비행기에서 실탄이 발견됐을 때 출동한 이들도 바로 EOD다.
이날 훈련은 각 기관에서 인재개발원에 가상의 폭발물을 설치하고 서로 해체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해 인천경찰청특공대, 중부해양경찰청, 707특임단 등이 참가했다.
오후 1시30분쯤 기관별 폭발물 설치가 완료되고 인터뷰와 수색이 시작됐다. 인터뷰는 신고자가 EOD에 발견한 폭발물의 형태, 위치, 특이사항 등을 설명하는 과정을 말한다.
야외 벤치 옆에서 발견된 A4 용지 한 장 크기의 의심 물체. A 반장은 무릎 앉아 자세로 지그재그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A 반장은 거리를 두고 폭발물을 육안으로 확인한 후 장비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EOD 관계자는 "만지면 터지는 폭발물이 있기 때문"이라며 "육안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휴대용 엑스레이로 직접 처리할지 원격으로 할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폭발물은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해체하거나 특수 처리된 상자에 넣어 안전한 지역으로 옮긴 후 처리한다.
이날의 변수는 날씨였다. 이따금 세게 부는 바람에 폭발물 가방이 살짝 흔들리기도 했다.
이에 엑스레이 투과 전 폭발물을 고정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빨간 핀 네개를 폭발물 모서리 옆에 꽂고 검은 테이프로 벤치와 폭발물을 둘렀다.
그리곤 오후 2시16분쯤 처음으로 엑스레이 촬영이 시작됐다. 폭발물에서 스무걸음은 족히 떨어져 있는 위치였다. EOD 관계자는 "폭발물 가까이 있는 것을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라며 "엑스레이를 쏘기만 해도 터질 수 있고 근처에 저격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대용 엑스레이는 단번에 폭발물을 감지하지 못했다. 열 걸음 떨어진 곳에서 두번째 촬영이 시작되고 이내 '띠디디딩' 소리와 함께 첫 촬영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뇌관은 보이지 않았다.
"뇌관이 두개였네."
선을 연결한 세번째 시도 만에 폭탄이 실체를 드러냈다. 회색의 엑스레이 화면 속 직각형으로 생긴 폭약에 여러 갈래로 연결된 선과 기폭장치, 배터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각도를 바꿔 다섯번째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야 손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후 2시40분 A 반장이 육중한 방폭복을 입고 폭발물 해체를 시작했다. 건장한 체구의 A 반장이 초록색의 방폭복까지 입자 흡사 헐크 같았다.
하지만 그의 손끝은 메스를 든 의사처럼 세밀했고 조심스러웠다. 폭발물 가방의 모서리를 소형 전기드릴로 긁어내고 니퍼로 벌려 내시경 카메라를 넣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폭약과 뇌관을 건드리지 않고 잘라내야 했기 때문이다.
전기드릴이 폭약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며 폭발물 가방의 면을 4분의 1 정도 절단하자 비로소 폭약이 모습을 드러냈다. 엑스레이와 내시경을 통해 판별한 그대로였다.
폭약과 뇌관을 분리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폭약 안에 삽입한 뇌관이 분리돼야 설령 뇌관이 터지더라도 폭약은 터지지 않기 때문에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분리가 끝난 A 반장이 폭약을 살짝 앞으로 움직였고 확보된 공간에서 뇌관과 배터리를 연결한 선을 잡아당겼다. 장장 두시간이 걸린 해체 작업이 끝을 향해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선에 연결된 뇌관과 배터리가 힘없이 끌려나왔다. A 반장은 폭발물 가방을 둘러싼 테이프를 떼고 가방 안을 확인했다. 가방 안에는 세 개의 폭약, 두 개의 배터리 그리고 이들과 선으로 연결된 기폭장치가 있었다.
이번 훈련에 쓰인 것과 비슷한 위력의 폭탄 테러가 지난 2011년 러시아 모스크바 데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일어났고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EOD 대원들은 이정도 위력의 폭발물이 실제로 터진다면 방폭복을 입더라도 목숨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압력 때문에 장기가 손상돼 사망할 가능성이 높지만 시신이라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 입는다는 것이다.
30도의 무더위에 30㎏이 넘는 방폭복을 입고 폭발물을 해체한 A 반장의 몸에는 어느새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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