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안 좋다지만...고소한 지방의 맛[뉴트리노의 생활 과학]

노성열 기자 2023. 7. 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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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식용유 기름은 식재료의 향을 강하고 오래 유지시키는 기능과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질감을 만드는 성질 때문에 부엌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게티이미지

세 차례에 걸쳐 소금의 짠맛, 설탕의 단맛, 식초의 짠맛을 알아보았다. 설탕은 포도당으로 쪼개지는 1차 에너지원이지만 소금과 식초는 몸 안에서 화학적 균형을 잡아주는 조절물질이다. 설탕처럼 에너지원으로도, 몸속 방수 재료로도 쓰이는 성분이 지방(脂肪), 즉 기름이다. 지방은 세포의 내부와 외부를 경계 짓는 막으로, 혈액 같은 액체를 실어나르는 운반체로, 호르몬을 합성하는 재료로 쓰이다가 급할 때 분해해 에너지로 바꾸기도 한다. g당 9㎈ 열량을 내니까 포도당보다 2배 이상 효율이 높은 연료이다. 여러분의 엉덩이에, 배에, 내장에 붙어있는 여분의 지방이 비상 연료이다. 달리 말해 비상용 에너지 저장고인 것이다.

추위와 기근에 대비해 원시 신체는 먹고 남은 열량을 지방으로 전환해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지방의 고소한 맛은 그래서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무조건 선호 음식에 풍부하다. 캐비아, 푸아그라, 참치 대뱃살, 대게 같은 고급 식재료는 물론이고 영국의 피시앤칩스, 미국의 프라이드치킨 같은 기름진 음식이 바로 그것이다.

깨, 올리브, 대추야자 등 식물성 기름과 짐승 고기의 지방을 먹거나 몸에 바르는 용도로 사용한 기록은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리브 기름은 소아시아에서 출발해 그리스와 이집트를 거쳐 로마 제국으로 전해졌다. 로마인들은 올리브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화폐처럼 교환가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동물성 기름인 버터도 인도에서 우유를 저어 버터 비슷한 것을 만든 신화가 전해진다. 동양에서도 참기름과 들기름을 원시 상태에서 채취하는 방법이 1400년 전 제민요술 등 저서에 남아있다. 기름은 얻기 힘든 귀한 식재료였다. 19세기 열대에서 채취된 팜유가 보급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현재 식용유는 콩, 옥수수 등의 원료를 펄프로 처리한 후 헥산에 담가 추출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제조한다.

얼굴합성 뉴트리노 생활과학 컷

기름은 물보다 끓는 온도가 높아 섭씨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음식을 튀겨 바삭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표면만 빨리 익히고 막을 형성해 내부 수분은 그대로 담아두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겉바속촉’의 별미가 된다. 조리시간을 줄임으로써 영양소의 파괴도 최소화한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겉에 올리브유나 식용유를 발라두면 육즙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기름과 지방은 물에 녹지 않고 유기 용매에만 용해되는 유기화합물 ‘지질(脂質,lipid)’의 종류이다. 기름은 상온에서 액체, 지방은 고체로 용융점이 다르다는 점만 차이가 난다. 지질은 탄소 원자의 사슬로 쭉 이어지고 수소 원자는 바깥으로 돌출돼 있다. 탄소와 수소 원자들이 비슷한 힘으로 중간에 공유하는 전자를 잡아당기기 때문에 물을 싫어하지만 지질끼리는 잘 섞인다. 당근의 베타카로틴 같은 지용성 비타민의 전 단계 물질, 토마토의 리코펜 같은 카로티노이드 색소, 지질 꼬리를 가진 분자인 엽록소는 물보다 기름을 이용해서 조리하면 색깔이 훨씬 진해지고 소화 흡수율도 높아진다. 지질은 미끈미끈한 질감을 갖는데, 이는 긴 탄소-수소 분자 사이에 형성된 수많은 약한 결합 때문에 생긴다. 지질은 물보다 밀도가 낮아서 물 위에 뜬다.

튀김 요리 고온의 기름에 재빨리 익힌 튀김과 전 요리는 바삭한 식감뿐 아니라 영양소 파괴가 적은 이유로 인해 남녀노소에게 선호되는 음식이다. 게티이미지

지질은 분자 구조에 따라 지방산에 글리세린이 에스테르 결합을 한 중성 지방, 고리형 구조를 이루는 콜레스테롤, 인과 결합한 인지질의 3가지로 나뉜다. 식품 속 지질과 우리 몸 속 저장 지질의 95%가 중성 지방이다. 중성 지방은 포화도에 따라 포화·불포화 지방, 동물·식물 지방을 나누기도 한다. 포화 지방은 지방산을 이루는 탄소에 단일 결합만 존재해 수소가 더 이상 첨가될 여지가 없는 구조이다. 반면 지방산에 탄소 이중결합이 있어 수소가 더 결합할 수 있는 구조는 불포화지방이라 한다. 식물성 지방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이지만 팜유, 야자유 등은 포화지방이다.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하는 경화 과정을 거치면 마가린, 쇼트닝 같은 고체 지방이 된다. 식물성 기름 가운데 콩기름,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옥수수유, 카놀라유는 발화점이 높아 채소를 튀길 때 사용한다. 반면 올리브유, 참기름은 발화점이 낮아 샐러드 드레싱으로 쓴다. 기름이나 우지처럼 만질 수 있는 지방도 있지만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을 운반하는 지단백질, 우유·달걀의 지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지방이다.

요리에 기름을 쓰면 음식 표면을 코팅해주고 겉의 수분을 증발시켜 식감을 돕는다. 물보다 향 분자를 더 많이 녹여 재료의 냄새가 오래 가도록 만든다. 비 오는 날 전 부치는 냄새가 멀리 퍼지는 이유다. 튀김은 180도의 고온에서 재료를 재빨리 익힌다. 튀김옷을 조금 떼어 뜨거운 기름에 넣으면 일단 가라앉았다가 위로 떠오른다. 냄비 바닥까지 가라앉고 천천히 떠오르면 온도가 낮은 것이다. 기름의 표면에서 연기가 난다면 200도 이상 너무 뜨거운 것이다. 보통 채소는 160도 전후에서 튀기지만 고구마, 연근처럼 수분이 적은 단단한 재료는 170도까지 올려도 된다. 오징어·새우·고기는 180도에서 튀긴다. 튀김을 기름에 넣어서 거품이 격렬하게 나다가 줄어들면 튀김옷의 수분이 빠져나갔다는 의미로 건져내도 좋다.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튀기면 재료들의 수분이 증발하며 기름 온도를 낮추기 때문에 눅눅한 튀김이 되기 쉽다. 한 번 사용한 기름은 걸러서 단시간 내 한두 번만 더 쓰고 버린다. 산패한 기름은 색깔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며 재료에 거품이 잘 생기지 않는다. 볶음 요리는 기름을 적게 쓰는 튀김이라 할 수 있다. 역시 강한 불에 짧게 조리해야 한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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