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 깃든 터에서 광복의 기쁨 누리기까지…'한국의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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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양은 지금의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그의 절개와 지조가 깃든 터에는 훗날 '한국의집'이 들어선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최근 펴낸 '기억과 기록으로 다시 짓는 한국의집'은 조선 전기부터 지금에 이르는 한국의집과 함께한 역사와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한국의집 터는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의 2인자인 정무총감의 관저로 쓰였는데, 1907년 10월 일본 황태자가 방한했을 때는 수행원들이 쓰는 숙소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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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과정서 '친일' 흔적 남은 '문향루'→'우금헌'으로 바꿔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시대 한양은 지금의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남산 일대는 그중에서도 남쪽 끝자락이었다.
남산 북쪽 기슭의 남촌에는 가난한 선비나 중인 계층, 뭇 백성이 많이 살았다.
형조참판 등을 지낸 문신이자 사육신 중 한 명인 박팽년(1417∼1456)이 살았다고 전하는 곳도 이 일대다. 그의 절개와 지조가 깃든 터에는 훗날 '한국의집'이 들어선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최근 펴낸 '기억과 기록으로 다시 짓는 한국의집'은 조선 전기부터 지금에 이르는 한국의집과 함께한 역사와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책은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겪은 공간으로서 한국의집을 조명한다.
한국의집 터는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의 2인자인 정무총감의 관저로 쓰였는데, 1907년 10월 일본 황태자가 방한했을 때는 수행원들이 쓰는 숙소로 활용했다.
오랜 설움 끝에 광복의 기쁨을 처음 맞은 공간도 이곳이다.
1945년 8월 15일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항복 선언이 나오기 전 정무총감인 엔도 류사쿠(遠藤柳作)는 몽양(夢陽) 여운형(1886∼1947) 선생과 관저에서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책은 "오욕의 공간인 동시에 광복의 새벽을 맞이하는 운명을 겪어냈다"고 짚는다.
해방 후에는 주한미군정청이 관리하는 시설이자 미8군 사령관 관저로 쓰였지만, 1957년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쳐 한국의 전통 생활과 문화를 소개하는 대표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의 모습이 완성된 건 1981년 2월 재개관을 끝낸 뒤였다.
저자들은 책을 준비하면서 의미 있는 성과도 냈다.
이들은 한국의집 별채에 있는 '문향루'(聞香樓) 관련 기록을 찾던 중 당시 정무총감이었던 미즈노 렌타로(水野鍊太郞·1868∼1949)를 위해 만든 명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향루는 일제강점기 정무총감 관저에 있던 '문향각'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1934년 12월 1일 발행된 경성일보에는 "이완용(1858∼1926)이 ''나의 호(號)인 향당(香堂)을 본떠 문향각(聞香閣)이라 명명'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려있다.
저자로 참여한 오일환 아르고인문사회연구소 대표연구위원은 "미즈노 정무총감의 말씀, 나아가 대일본제국의 말씀을 잘 듣고 따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단은 논의 끝에 건물 명칭을 '우금헌'(友琴軒)으로 바꾸고 현판도 교체했다.
우금헌은 박팽년의 호인 '취금헌'(醉琴軒)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집터의 주인이자 목숨으로 지조와 절개를 지켜 낸 박팽년의 뜻을 기려 '거문고를 벗하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국가무형문화재 각자장(刻字匠·나무판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기술 및 장인을 뜻함) 보유자인 김각한 씨가 현판 제작에 참여했다.
책은 한국의집 문화상품관 카페 '사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일환·이연식·박진홍·김태년·정희정·조미숙·이치헌 지음. 216쪽.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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