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인가 돌+Ⅰ인가, 미술인가 철학인가…카텔란 가고 김범 왔다

김일창 기자 2023. 7.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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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난해함으로 당혹스러울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자.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면 단어와 문장 수십 개, 주변에 널린 흔한 사물들을 보는 것에 불과하다.

리움미술관이 한국 동시대미술 작가 김범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을 12월3일까지 이어간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김범은 1990년대 한국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작가"라며 "그의 작업은 보이는 것과 그 실체의 간극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의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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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김범 '바위가 되는 법' 개최…13년만의 국내 개인전
"1990년대 한국 동시대미술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작가"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김범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역대급 난해함으로 당혹스러울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자.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면 단어와 문장 수십 개, 주변에 널린 흔한 사물들을 보는 것에 불과하다.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머리로 보는 전시란 뜻이다.

리움미술관이 한국 동시대미술 작가 김범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을 12월3일까지 이어간다. 관람객 25만여명을 끌어모으고 지난 16일 화려하게 막을 내린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김범이 이어받았다. 김범 단독 전시로는 최대 규모이자 국내에서 13년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김범은 누구인가. 작가들의 작가, 기획자들의 작가로 미술계에 정평이 난 인물이다.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미술관 관계자는 카텔란과 '같거나 비슷한' 인물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런데 작품 스타일이 정반대다. 카텔란이 박제 말을 공중에 매다는 스타일이라면, 김범은 화분 하나를 탁자 위에 '틱' 놓는 스타일이다. 성향도 반대다. 카텔란이 언론에 적극적이라면, 김범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어디가 '같거나 비슷한' 인물이라는 걸까. 전시장 속 작품을 볼수록 답이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소가 자기 몸을 내려다보는 관점에서 그린 '무제', 산의 능선처럼 보이지만 열쇠의 골을 확대한 그림인 '현관 열쇠'는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What you see is not what you see)라는 통찰을 수행해 낸다.

사나운 개가 벽을 뚫고 달아난 흔적 같은 '두려움 없는 두려움', 난폭한 사람의 집에 초대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하나의 가정' 등 작품은 관객의 인지 작용과 더불어 상상과 현실이 중첩된 중간 지대를 펼친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김범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김범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캔버스에 미로 퍼즐을 그린 '친숙한 고통' 연작은 미로 이미지를 통해 일상 속 크고 작은 난관을 은유하는 한편 실제로 관객에게 일종의 문제를 내고 그것을 해결하게끔 본능을 자극한다.

사물에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간주하는 물활론적 사고방식은 김범 세계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망치라는 공구가 지닌 생산적 기능성을 동물적 생명력과 연결한 '임신한 망치', 돌에 정지용의 시를 낭송해 주는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 모형 배에 지구가 육지로만 되어있다고 가르치는 '바다가 없다고 배운 배' 등 작품은 교육과정의 맹점과 교육된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이 지점에서 관람객은 학습한 것,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의 개념을 혼돈에 빠뜨리면서 공격한다. 이를테면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이란 영상을 한참을 보고, 그 옆에 놓여 있는 돌을 보면 마치 이 돌이 정지용의 시를 학습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돌은 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금방 깨닫는다. 영상을 보고, 돌을 보는 행위를 반복할수록 '과연 이 돌은 무엇인가' 혼란스러우나 답은 찾은 수 없다.

'노란 비명 그리기'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한 획씩 추상화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 튜토리얼 영상이다. 영상 속 배우가 '악!'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한 획을 긋는 장면이 반복되는 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해학적인 상황이 관람객을 긴장시킨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김범은 1990년대 한국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작가"라며 "그의 작업은 보이는 것과 그 실체의 간극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의 결과"라고 말했다.

카텔란도 그랬듯 김범도 특유의 재치로 우리를 웃게 만들지만 농담처럼 툭 던진 이 '이미지들'은 관람객에게 자기성찰의 장을 열게 하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제안한다. 유료 관람.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김범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김범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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