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극장서 달 여행 하다? 국산 우주 SF의 新차원 [N초점]①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있어야죠. 그러려면 뭐가 있어야 할까요?"
매번 새로운 도전에 거리낌이 없는 김용화 감독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성공 전례가 없는 우주 SF 영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는 넷플릭스 '승리호'와 '정이'가 있었고 최근에는 시리즈물 '택배기사'가 구독자들을 만난 바 있다. 하지만 극장용 영화로서 '그래비티' '마션' 같은 우주 재난 영화 장르 작품은 '더 문'이 한국 최초다.
판타지가 가미된 스페이스 오페라(우주에서 펼치는 모험과 전쟁을 주요 소재로 삼은 SF)나 그밖의 SF 카테고리 다른 하위 장르와 비교할 때 우주 재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감이다. 배경이 현재이든 미래이든, 여타의 재난 영화들처럼 실제 있을 법 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더 문'은 2029년 유인 달 탐사에 성공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근래 나로호, 누리호 등 우주 발사체의 발사 성공을 시킨만큼, 유인 달 탐사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될 것이라는 전제를 품은 설정이다.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유인 탐사선 우리호의 막내 대원 황선우(도경수 분). 부푼 기대를 안고 발사에 성공한 우리호는 태양의 흑점 폭발로 인해 뜻하지 않은 태양풍을 맞게 되고, 그 사건의 여파로 황선우는 홀로 우주선에 남겨지게 된다. 선우의 무사 귀환을 위해 한국에서는 나로 우주센터의 전임 센터장 재국(설경구 분)이 소환되고, 재국의 코치를 받으며 선우는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되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더 문'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길만한 요소는 무엇일까. 차별화 되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이미 '그래비티'나 '마션' 등 할리우드 우주 재난 영화로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허접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 수 있는 탁월한 기술력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국산 VFX 기술의 엄청난 발전상을 보여준 김용화 감독이 '최초'의 우주재난 영화를 선보이는 점은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실제 '더 문'은 완벽한 체험형 영화다. 김용화 감독은 앞서 "영화를 보는 동안 마치 내가 달에 와 있고 우주를 체험하고 있고 조난을 당한 듯 관객 한 분 한 분이 체험을 하고 좋은 감정으로 극장을 나서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영화 속에 펼쳐지는 광활하고 어두운 우주 공간과 우주선 안의 무중력 상태와 풍경, 어둡고 신비로운 달, 그리고 지구 중력의 1/6 밖에 되지 않는 그곳에서의 움직임 등을 보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실감이 난다.
기술 구현 이전에 중요했던 것은 철저한 고증이었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 단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뿐 아니라 미 항공우주국(NASA)에도 자문을 구해 영화 속 사건이 실제 우주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를 확인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미술과 촬영 등 여러 파트에서 오랜 시간 사전 테스트와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쳤고, 우주 장면은 프리비즈(Pre-Visualization) 작업을 통해 질을 향상시켰다. 또한 리얼리티를 위해 최고 사양 ARRI 65 카메라를 사용했는데,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세트가 더 정교해져야 했고, 높은 VFX 기술을 구사해야했다.
영화를 만드는 데 들었던 제작비는 280억원이다. 국내 영화로서는 높은 예산이라 할 수 있지만, 순 제작비만 8000만 달러(약 1024억원)가 들어갔다는 '그래비티' 같은 영화와 비교하면 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자본의 차이를 어떻게 좁힐 수 있었을까. 김용화 감독은 쇼트 수를 줄이는 대신 영화에 사용된 쇼트들에서 할리우드 우주 재난 영화들이 구현한 것보다 높은 품질의 VFX 기술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우주가 등장하는 주요 장면들에서 4K 화질의 완성도를 '극강'으로 구현했다고.
효과적인 제작 전략으로 '더 문'은 할리우드 우주 재난 영화를 봤던 관객들도 도저히 다른 점을 느낄 수 없는 우주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제 남은 것은 '흥행'으로 관객들의 인정을 받아내는 것이다.
"관객들이 극장에 오셔서 뭘 하겠어요? 하드웨어의 발전도 필요하기에 극장도 같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관객과 소통하려면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체험형 영화라 생각해요. 우주에 있는, 우주선을 탄 느낌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요."(김용화 감독)
'더 문'은 오는 8월2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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