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와대 풍수가 답사’ 논란 들끓는데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 천도 추진당시 풍수 어떻게 활용?

김창희 기자 2023. 7. 2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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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풍수전문가가 조선시대 궁궐을 정하듯 관저를 정했다” 등 ‘무속 프레임’공격
2004년 세종시 천도 추진 당시 정부 자문위원으로 풍수전문가 2명 공식 자문 활동
김두규 교수 “ 비보(裨補) 위해 도시계획에 풍수 반영 현재 세종호수공원 조성” 증언
이춘희 초대 행복청장 “이런 저런 의견 몇단계 검증하고 공론화 과정 거쳐 투명 결정 ”
세종시 과거 행정수도 예정지 과거 세종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 남면 일대.

세종=김창희 기자

현 정부가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풍수 전문가가 현장 답사에 참여한 것과 관련, ‘무속 논란’ 등 정치권 공방이 첨예한 가운데 세종시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풍수전문가가 조선시대 궁궐을 정하듯 관저를 정했다’며 공격에 나선 가운데 과거 노무현 정부도 세종시 천도와 도시계획 추진 과정에서 풍수학자의 도움을 받아 활용했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28일 과거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등 세종시 건설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시작된 ‘충청권 신행정수도’ 공약과 당선을 계기로 세종시 천도가 추진되고, 이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을 거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변경돼 오늘날 세종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참여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사적 자문’이 아닌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했다는 것이 용산 논란과 다른 점이다.

지난 2003년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이해찬 국무총리를 공동 위원장으로 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산하에 8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발족했다. 풍수전문가인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도시계획분과)와 이대우 풍수조경연구소 대표(환경분과) 등 2명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교수의 경우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선영이 가장 길지로 보인다며 당선을 예측해 명성이 높았던 인사. 신행정수도추진위와 위헌판결 이후 행복도시추진위 자문위원을 거친 이후 전북 혁신도시, 경북도청·강원도청 이전 자문위원, 김해 봉하마을 사저 건축 자문 등 왕성한 활동을 해온 풍수 전문가다. 이대우 대표는 박정희 정부 당시 비밀리에 추진됐던 충남 공주 행정수도 이전 계획(일명 백지계획)당시 계획 입안 과정에서 참여했던 인사다.

당시 충청권 행정수도 후보지는 △진천(덕산면)·음성(대소면·맹동면) △천안(목천읍 성남·북·수신면) △공주(장기면)·연기(남·금남·동면) △ 논산(상월면)·공주(계룡) 등 4곳으로 압축됐는데 평가위원들의 심의·자문을 거쳐 연기군 일대로 입지가 결정됐다.

입지 선정시 풍수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자연조건’이라는 기본항목의 5개 세부 항목 중 하나로 포함돼 평가 요소로 반영됐다. 전월산과 원수산 앞으로 금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자연조건이 당시 풍수적으로 ‘큰 고을’이 들어서기 좋은 땅으로 평가된 바 있다. 반면 세종시 터가 일국의 ‘도읍지’로는 부족하다는 반론도 일부 제기된 바 있다. 일부 풍수가들은 "세종시 남면은 금강이 상습 범람지로 고려조 임난수 장군 이후 800여 년간 큰 인물이 난 적이 없었다"며 "풍수적으로 좋은 땅이 아니다"라는 반론도 제기된 바 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경.

세종시의 풍수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인위적으로 보완(비보·裨補)하기 위해 도시계획에 풍수를 반영해 현재의 세종호수공원을 조성했다는 증언도 제기됐다.

김두규 교수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세종시의 풍수적 단점은 주산 격인 전월산 등의 높이가 262m로 낮고, 안산이 없으며 주산과 금강 간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점 등으로 이를 보완하는 비보가 필요하다"며 "물은 재물을 뜻하는데 안산이 없는 세종시에서 금강은 재물을 흘러가게만 할 뿐 모이게 하지 못하므로 재물을 새지 않게 가둬놓는 인공호수를 둬야 도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세종호수공원을 조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세종시 예정지에서 2만 6000여기에 달하는 분묘를 이장해야 하는 추모공원 입지 결정 당시에도 자리를 자문해줘 결국 현재의 세종 은하수공원이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추진단 부단장, 초대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내며 세종시 건설 마스터 플랜을 짰던 이춘희 전 세종시장도 풍수지리에 대해 우호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 전 시장은 과거 건설청장 재직시절 풍수학자를 초빙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토론 내용은 풍수학이 국책사업에 접목되면 △공사비가 적게 들고 △사건사고가 줄어들며 △그 터에 자리잡은 도시가 오래가고 △사람들이 평안하게 느낀다는 특강 내용으로 이 전 시장도 적극 공감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 전 시장은 2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종 호수공원은 저지대인 장남평야 성토에 필요한 막대한 흙을 환경 파괴 없이 경제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판 것이지 풍수 때문이 아니다"라며 "다만 묘지공원 조성 당시 명당 자리를 요구해온 원주민들에게 풍수전문가를 소개시킨 적이 있고, 다양한 주제로 공무원 토론회를 열면서 풍수가를 초빙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세종시 입지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몇단계에 걸쳐 검증하고 투명하게 결정했다"며 "이후 많은 지자체들이 도청 이전 결정 과정에서 행정도시의 선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당시 행정도시건설청장을 역임한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시를 처음 추진한 노무현 정부 당시는 건설 초기 단계로 풍수가의 자문을 들었을지 여부는 모르겠만 , 실행 단계인 2011년 이후에는 풍수가의 자문을 받는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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