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사측과 손 맞잡나

김창성 기자 2023. 7. 2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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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하늘길 열렸는데 날개 접은 조종사들③] 성수기 파업에 비판 여론↑… 대체노선 많아 타격감은↓

[편집자주]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노조)이 눈총을 받고 있다.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여름휴가 성수기로 접어든 시점에 임금 인상을 이유로 스스로 날개를 접어서다. 파업을 예고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가 회사와 극적으로 잠정합의에 이르렀지만 노조의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합의가 번복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단체 행동을 멈출 지 주목된다. 사진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내 아시아나항공 프리미엄 체크인 카운터.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해외여행 훈풍 부는데 파업 날벼락
②고용유지 지원 해줬는데… 상황 바뀌니 임금인상부터 주장
③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백기 투항하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카드를 꺼낸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노조)의 단체행동은 실패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 성수기에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고객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난도 거세지만 저비용항공사(LCC)를 비롯한 대체 노선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파장이 크지 않고 조종사 노조가 들고 나온 파업카드의 여파가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고객유치 경쟁… 명분 잃은 파업카드


최근 항공업계는 모처럼 함박웃음이다.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뒤덮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사실상 종식되고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며 국내외 여행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1만65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하계 휴가철 통행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여름휴가의 국내여행 예정 비율은 82.5% 나타났다.

해외여행 비율은 17.5%로 집계돼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코로나19 영향권에 있던 지난해 6.7% 보다 10.8%포인트 늘어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항공사들도 성수기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일본·중국·베트남·태국·싱가포르·괌·사이판 등 인기 여행지와 휴양지 등에 비행기를 띄우고 각종 특가와 할인혜택 등을 적용해 모처럼 맞은 여름휴가 성수기에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기 캐릭터와 협업한 각종 굿즈도 판매하며 분위기 주도에 사활을 걸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 시도가 비난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찾아온 업계 최대 성수기를 겨냥한 파업 시도에 전형적인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마주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단체 행동에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진은 인천공항 1터미널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사무실로 들어서는 조종사. /사진=뉴스1
임금 인상이라는 당위성을 내세웠지만 고객 피해와 직결된 파업 시도로 '항공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그들의 명분도 희석됐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억눌려 있던 여행수요가 급증하는 여름휴가 성수기에 회사 수익의 발목을 잡은 채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를 압박했다.

궁지에 몰린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진행 중이던 준법투쟁과 예고했던 총 파업을 잠정 보류하고 최근 성사된 잠정합의안에 대해 8월 첫째주까지 설명회와 찬반투표, 조합원 의견 청취를 진행한다. 조종사 노조는 이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미미해진 단체행동 영향력, 변수도 안 보인다


아시아나항공과 조종사 노조가 임금협상에 대한 잠정합의를 도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찬반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여름휴가 성수기를 놓칠 수 없다는 회사의 명분이 조종사 노조의 파업 명분보다 지지를 받는다.
과거의 파업사례와 달리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다양한 노선이 생긴 것도 파업 영향력을 미미하게 만드는 요소로 지목된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인천공항에서 이륙 대기 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뉴스1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2005년 7월 25일의 파업을 진행해 운항차질 2328편, 여객 1304억원·화물 966억원 등 총 227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정부는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피해 금액만 불어나자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을 중지시켰고 항공산업이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점을 인식해 이듬해 12월 필수공익사업에 항공운수사업을 추가했다.

각 항공사는 파업을 강행해도 필수유지 업무 비율에 따라 국제선 80%, 제주 노선 70%, 제주를 제외한 국내선 50% 이상 등 필수조종인력을 투입해야만 한다. 여름휴가 성수기지만 2005년 대비 파업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2005년에는 대한항공과의 연대 파업으로 진행돼 항공대란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의존도가 컸고 LCC가 두 곳(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 불과했다. 대체 항공편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개입은 불가피했다.

현재는 LCC가 9곳으로 늘어 고객들이 다양한 대체 노선을 찾기가 수월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를 제외하면 다른 항공사들은 파업에 나설 계획도 없다.

고객 불편이 일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노선을 대체할 곳이 많아져 항공대란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름휴가 성수기에 추진된 파업은 사실상 그냥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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